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

2023년 4월 월드투어 첫 행선지로 한국을 선택한 가오갤(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연출가 제임스 건 감독이 한국 영화에서 영감을 많이 얻었다고 해서 우리는 다시 한번 기분이 좋은 K 콘텐츠 활약을 체감하는 듯했다. 구체적으로 그는 ‘황해’ ‘마더’를 가장 좋아하고 이미 2003년에 ‘올드보이’를 접하고 영화를 만들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한 영화라고 했다. 직접적으로 영화 ‘악녀’에서 액션 장면의 영감을 얻었다고 했다. 이전의 다른 감독이 언급하던 인사치레의 발언과는 확실히 달랐다.

그런데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3’를 보면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그들은 단지 한국 영화만이 당연한 동시대의 글로벌 컬쳐 코드를 융합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전문가입네 하는 이들이 싫어하는 신파 코드를 적극적으로 개입시키고 있다. 그런데 그 캐릭터부터 진일보하다. 바로 로켓이기 때문이다. 로켓은 이름과 달리 너구리다. 가오갤의 진일보는 바로 동물 캐릭터를 어떻게 발전시키고 있는가에 좌우되고 있다. 특히 할리우드가 그간 소수 인종을 메인 캐릭터로 삼느냐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실사 영화 ‘인어공주’도 아직 흑인 캐릭터로 블랙 와싱 논란에만 한정돼 있다. 결국 인간이라는 범주에 머물러 있기는 마찬가지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3’는 너구리 로켓을 구하기 위해 인간들이 서로 연대를 하는 진한 우정 즉, 프렌즈십을 보여주고 있다. 더구나 단지 그들의 연대가 아니라 관객의 감정이입과 동일시 감정을 끌어내기 위해 로켓의 상처와 고통을 끌어낸다. 바로 동물실험에 희생당했던 과거의 스토리를 통해 그들에게 의식과 마음 그리고 우정과 사랑이 있음을 공감하게 했다. 어느새 너구리는 물론 다른 동물들까지 사람처럼 느껴지게 한다. 마지막 장면에서 침몰하는 우주선에서 인간 동료들만 탈출시키는 것만이 아니라 실험동물을 집단으로 해방하고 있다. 우주 공간을 배경으로 한 오락 영화에서 인간과 동물의 우정만이 아니라 생명공학의 치명적 위험성을 지적하며 마침내 동물 해방까지도 이뤄내고 있다. 바이오테크놀로지가 인간만을 위한 욕망일 뿐이라고 명확히 지적한다. 더구나 동물이 특정 영역에서 심지어 창조적인 영역에서 인간보다 우월할 수 있음을 설파하고 있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3’는 우주 배경의 애니메이션을 SF 실사 영화로 만든 수준일 수도 있다.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사람과 동물의 우정 정도에서 의미를 생각할 수 있다. 동물이 말을 하고 총격은 물론 우주선을 조종하는 모습은 현실적으로 보기 힘들다. 하지만 이러한 인식도 기성세대의 프레임일 수 있다. 바이오 공학은 이미 그들과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디바이스를 제공할 수 있다. 문화가치도 달라졌다. 예컨대, 미래의 주역인 알파 세대는 이미 개고기에 대한 인식이 없다. 개는 반려동물 가족이다. 이 때문에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3’에서 보이듯 목숨을 걸고 구할 수 있는 존재로 인식하고 있다. 이런 점이 이전과 다른 바뀐 문화 코드라고 할 수 있다. 리얼리즘의 잔영에 따라 현실의 고통과 비극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K 콘텐츠가 반면교사 삼아야 할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 애니 ‘스즈메의 문단속’에서 보이는 정령 캐릭터나 ‘슬램덩크’가 지닌 인간만의 꿈과 희망은 이제 미래 세대에게 제한적일 뿐이다. 날 때부터 외동아들, 외동딸인 그들에게 제일 중요한 것은 존재적 외로움, 절대 고독의 연대와 우정 그리고 사랑이다. 알파 세대의 가족 구성과 사회적 환경을 본다면 이를 잘 이해할 수 있다. 그런 연대와 우정 사랑, 그것은 인간만이 아니라 그들을 둘러싼 모든 생명체에게 다 해당이 된다.

더구나 기성세대는 지구를 잘 이용하고 떠나면 그만이지만 미래 알파 세대는 더욱더 오래 지속 가능해야 한다. 그것은 인간만이 아니라 모든 생명체가 같이 통합적으로 해야 할 절체절명의 아젠다이기 때문이다. 이런 때문인지 알파 세대는 비건주의에 관심이 많다. K팝 팬덤이 세계적으로 환경문제에 적극적으로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례에서도 알 수 있다. 아무리 생성형 인공지능 열풍이라고 해도 이는 인간의 범주에만 머문다. 알파 세대는 그 이상이다. 동물의 지능과 역량을 아우를 방안을 실현하는 작업에 익숙할 것이다. 이런 세대론적 문화 변동에 우리는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그것이 K 콘텐츠 안에 진지하게 고민돼야 한다. 다만 대중적 콘텐츠에서는 가오갤처럼 코믹과 액션, 정서를 버무려 내야 한다. 비록 코드라거나 신파라는 오명이 씌워진다고 해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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