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도안, 30년 장기집권 노려 지진 대응 악재로 민심 잃어
야권 단일후보 클르츠다로을루, 反 에르도안 기치로 결집
우크라 전쟁 등 국제정세에 중대 분기점… 불복 시 큰 혼란

(출처: EPA, 연합뉴스) 튀르키예에서 14일(현지시간) 대선이 치러진 가운데 야당 지지자들이 앙카라에서 클르츠다로을루 후보를 연호하고 있다. 이날 튀르키예에서는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아 오는 28일(현지시간) 결선 투표가 다시 진행될 예정이다.
(출처: EPA, 연합뉴스) 튀르키예에서 14일(현지시간) 대선이 치러진 가운데 야당 지지자들이 앙카라에서 클르츠다로을루 후보를 연호하고 있다. 이날 튀르키예에서는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아 오는 28일(현지시간) 결선 투표가 다시 진행될 예정이다.

[천지일보=방은 기자] 튀르키예에서 대선 투표가 실시된 가운데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아 오는 28일(현지시간) 결선 투표가 진행될 예정이다.

14일 튀르키예 관영 아나돌루 통신에 따르면 투표함의 거의 97%가 개표된 가운데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69) 튀르키예 대통령은 49.39%의 득표율로 선두를 달리고 있으며 야권 단일후보인 공화인민당(CHP) 케말 클르츠다로을루(74) 대표는 4.47% 뒤처진 44.92%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이같이 대선 1차 투표에서 득표율 50%를 넘지 못한 에르도안 대통령은 오는 28일 클르츠다로을루 대표와 다시 한번 결선 투표를 치러 승패를 가리게 됐다. 이미 치솟는 인플레이션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8500만 인구의 튀르키예는 향후 2주 동안 정치적 불확실성에 직면하게 됐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선거 전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 클르츠다로을루 대표가 근소한 우위를 보였고 앞서 최근 두 차례 여론조사에서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지지율 우위에 있어 접전을 예고했다. 결선 투표까지 가야할 정도로 근소한 차이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 속에 에르도안 대통령과 클리츠다로을루 대표는 이날 투표 종료와 개표 시작 후에도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이스탄불에서 투표를 마친 에르도안 대통령은 “우리나라와 민족, 튀르키예 민주주의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신께 기도한다”고 말했다. 클르츠다로을루(74) 대표도 수도 앙카라에서 투표 후 “튀르키예에도 봄이 온다. 우리 모두 민주주의를 너무나 그리워했다”고 소감을 밝히자 몰려든 지지자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클리츠다로을루 대표는 ‘1인 통치’에 종지부를 찍자는 슬로건을 내세우고 민주주의를 확대하자는 공약으로 유권자의 마음을 움직였다. 그는 무소불위의 대통령 권한을 제한하고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회복해 경제 정상화에 나서자고 호소했다. 아울러 클리츠다로을루 대표는 친 러시아 성향인 에르도안 정책에서 돌아서 서방 진영과 관계 개선을 약속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재집권할 경우 최장 2033년까지 사실상 ‘종신집권’의 길을 열게 되지만, 클르츠다로을루 대표가 승리할 경우 의회 민주주의를 복구하고 서방과 관계 개선을 모색하는 대전환이 예상된다. 또한 이번 선거는 튀르키예 국내뿐만 아니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와 유럽, 우크라이나 전쟁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돼 올해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선거라는 평가도 나온다.

클르츠다로을루 대표는 이날 집권 정의개발당(AKP)이 재검표를 요구함으로써 대선 결과를 지연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클르츠다로을루 대표는 에르도안을 지목해 “지금 당신이 막고 있는 것은 튀르키예의 의지력”이라면서 “이것은 심각한 문제다. 투표 결과를 가능한 한 빨리 알 수 있도록 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클리츠다로을루 대표는 트위터를 통해 “마지막까지 투표함에서 떠나지 말라”고 야당 선거감시 요원에 촉구했다. 과거에 일부 부정선거가 자행된 것을 염려해서다.

에르도안 대통령도 지지자들에 비슷한 당부를 했다. 69세의 에르도안 대통령은 12번의 선거에서 승리한 베테랑으로, 자신은 민주주의를 존중하며 독재자가 아니라고 한다. 그는 그간 튀르키예를 주요 20개국(G20)의 일원으로 주요 신흥국 반열에 올리고 최근에는 방산산업과 외교에서도 성과를 올렸다고 자평한다.

하지만 이번 선거는 튀르키예 남동부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5만명 이상이 사망한 지 3개월 만에 실시됐다. 40%를 넘는 인플레와 2월 대지진에 대한 미흡한 대처, 비판적인 인물을 구속하거나 공직에서 추방하는 등 강권 통치에 불만을 품은 국민도 늘어났지만 이같은 분위기가 선거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 불분명하다. 외신은 향후 유권자의 15~20%를 차지하는 쿠르드족 유권자들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스탄불에서 클르츠다로을루 후보에게 투표한 아흐멧 칼칸(64)은 “이번 선거를 민주주의와 독재 사이의 선택으로 본다”며 에르도안 대통령이 승리할 경우 더 독재적으로 통치할 것을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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