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부터 격리 5일 권고 전환
전 세계 코로나 발생률 1위
60세 이상 백신 접종률 35%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의료진들을 향해 격려 박수 보내고 있다. (출처: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의료진들을 향해 격려 박수 보내고 있다.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홍보영 기자] 정부가 코로나19 비상사태 종식을 공식화했다. 3년 4개월 동안 국내에서 3만 4000여명의 목숨을 앗아간 코로나19를 독감과 같은 풍토병으로 간주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사실상 방역 무장을 모두 해제한 것이나 다름없게 된다. 하지만 이번 조치가 경험적 데이터로 근거한 ‘과학적 방역이 맞냐’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방역 조치를 완화하면서 줄곧 확산세가 커지는 상황에다 이를 대응할 주력 무기인 백신의 접종률조차 답보 상태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고위험군의 피해가 더욱 커질 우려가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1일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코로나 위기 경보를 심각에서 경계로 조정하고 6월부터 본격 적용하기로 했다”며 “3년 4개월 만에 국민들께서 일상을 되찾으시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코로나19 ‘엔데믹(endemic·일상적 유행)’ 선언이다.

이번 조치로 인해 내달부터 확진자 7일 격리 의무가 5일 격리 권고로,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도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을 제외한 의원, 약국에서 권고로 전환된다. 즉 확진 될 경우 격리를 하지 않아도, 마스크를 쓰지 않고 약국과 동네 병원에 돌아 다녀도 과태료가 부과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렇게 되면 백신 접종률이 올라가지 않는 이상 확산세는 현 상황보다 커질 수밖에 없다.

당초 방역당국이 지난 3월 말 발표한 일상회복 3단계 방안 중 7월 초에 시행 전망했던 2단계까지 통합됐다. 2개월이나 앞당겨진 것이다. 7월 초까지 방역상황을 지켜보면서 대부분의 방역조치를 완화하겠다는 방침이었지만,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 5일(현지시간) 국제공중보건위기상황(PHEIC) 해제한 점과 국가감염병 위기대응자문위원회의 권고 등을 근거로 조기 방역완화 조치를 내린 것이다.

국내외 안정적인 방역 상황을 판단해서 내린 조치였다 하지만, 실제 국내 유행 상황은 좋지 않는 방향으로 계속 흘러가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세계 나라 중 확산세가 가장 심각하다.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우리나라 코로나19 발생률이 인구 100만명당 세계 1위다.

확산세는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한 지난 3월 말부터 줄곧 커지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일일 확진자 수는 지난 3월 20일 4195명에서 지난 10일 2만 3506명으로 무려 9배 가까이 늘었다. 더군다나 무증상자와 증상이 있어도 검사를 받지 않는 인원이 있어 현재 유행보다 더 심각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확진 신고를 제대로 하지 않고 하루 2만 3000명대면 실제로 2배 이상으로 5만명은 넘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문제는 확진자 가운데 고위험군인 고령층에서 발생률이 높다는 것이다. 지난주 일평균 발생률은 80세 이상(39.8명)에서 가장 높았다. 또 최근 4주간 전체 확진자 중 60세 이상 비중의 추이를 보면 (4월 2주)26.5%→(4월 3주)27.1%→(4월 4주)29.2%→(5월 1주)29.5%로 지속 증가세다. 게다가 지난달 7일 종료된 동절기 추가 접종률도 60세 이상은 34.8%에 그친다. 예방접종률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시간이 흘러 백신접종과 자연감염으로 인한 면역이 떨어지고, 또 기존 변이보다 전파력이 더 강력하다고 알려진 XBB.1.16 등이 늘면서 확산세는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 교수는 “코로나바이러스는 그대론데 근거도 없이 7일 격리 의무에서 5일 권고로 전환했다”며 “신규 확진자의 30%가 60세 이상인데 앞으로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가 계속 늘 것 아니냐. 이게 과학적 방역이 맞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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