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과 절약으로 기틀 세워

김순일 여사. (제공: SPC그룹)
김순일 여사. (제공: SPC그룹)

[천지일보=조혜리 기자] SPC그룹 허영인 회장의 모친이자 삼립식품 창업주인 고(故) 허창성 명예회장의 부인 김순일 여사가 지난 10일 별세했다. 향년 100세로 1923년 황해도 옹진에서 태어난 김 여사는 1942년 허 명예회장과 결혼했다.

1945년 허 명예회장이 삼립식품(현 SPC삼립)의 전신인 제과점 ‘상미당’을 창업한다. 김 여사는 조용한 내조 중심 역할에서 벗어나 창업 과정은 물론 기업 경영에도 적극적인 역할을 해 사실상 공동 창업주라는 평가를 받는다. 제빵 기술이 뛰어났던 허 명예회장은 창업 초기 주로 생산 관리를 담당했고, 김 여사는 직원의 인사와 원재료 구매, 거래처 계약, 예산 집행 등 경영 관리 분야를 맡았다.

허 명예회장과 김 여사는 6·25전쟁 당시 어린 삼 남매를 데리고 피란길을 오가면서도 상미당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았다. 휴전 후 서울에서 다시 상미당을 열었고 1959년 3월 삼립산업제과주식회사로 상호를 변경하면서 기업화의 틀을 갖췄다. 1968년 6월에 삼립식품공업주식회사로 이름 한 번 더 바꿨다. 김 여사는 이후 회사에서 이사와 감사를 맡으며 1990년까지 경영에 참여했다.

김 여사는 손끝에 정성을 모아 빵을 만들 것을 강조하며 “제빵은 손끝에서 남는다”는 말을 남겼다. 국내 양산빵의 대표 제품인 ‘크림빵’과 호빵, ‘보름달’도 그의 손을 거쳐 탄생했다. 허 명예회장은 생전에 자서전 ‘미래를 살아가는 지혜’에서 “아내를 빼놓고 회사를 거론하는 것은 모순”이라며 “아내는 고비마다 몸소 뛰었다. 삼립식품을 확고부동한 반석 위에 올려 놓기까지에는 항상 아내의 공과 덕이 뒤따랐다”고 회고했다.

해외 출장 중이던 허 회장이 모친 김순일 여사의 부고에 급히 귀국해 빈소를 지키기 시작했다.

유족은 허영선 전 삼립식품 회장, 허영인 SPC그룹 회장, 허영한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등 6남 1녀다. 빈소는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 17호실, 발인은 13일 장지는 경기도 이천시 선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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