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심원 “성폭행 증명 안돼, 성추행 인정”
‘성추문 입막음’ 이어 성추행까지 인정돼
바이든 재대결 주목된 트럼프 ‘가시밭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4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에서 기소인부절차를 밟고 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4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에서 기소인부절차를 밟고 있다. (AFP/연합뉴스)

[천지일보=최혜인 기자] 6개월 전부터 대통령 선거 운동에 돌입했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내년 대선을 앞두고 더욱 험난한 가시밭길을 걷게 됐다. ‘성추문 입막음’ 혐의로 미 전·현직 대통령 중 최초로 형사 기소된 데 이어 이번에 거의 30년 전 성폭력 의혹까지 인정한 평결을 받으면서다.

9일(현지시간) 로이터와 BBC 등 외신에 따르면 맨해튼 연방지방법원 배심원단은 트럼프 전 대통령(76)에게 총 500만 달러(약 66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1990년대 잡지 작가 E. 진 캐럴(79)을 성적으로 학대한 후 거짓말쟁이로 낙인찍어 명예를 훼손했다는 혐의다. 이는 지난 대선 직전 자신과 성관계 사실을 폭로하려던 성인 배우에게 거액의 입막음 돈을 주면서 회사 기록을 위조한 혐의로 형사 기소된 지 한 달 만이기도 하다.

이번 재판에서 캐럴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1995년 또는 1996년 맨해튼의 버그도프 굿맨 백화점 탈의실에서 자신을 강간한 다음, 지난해 10월 소셜 미디어 플랫폼인 트루스 소셜(Truth Social)에 자신의 주장이 “완전한 사기” “거짓말”이라고 글을 올려 명예를 훼손했다고 증언했다.

당시 캐럴은 이 백화점 출구에서 우연히 만난 트럼프가 농담을 주고받은 뒤 ‘여성인 친구의 선물을 고르는 것을 도와달라’고 부탁했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캐럴은 이에 대해 “도움을 주고 싶었다. (유명 인사인) 도널드 트럼프가 내게 선물 구매에 관한 조언을 부탁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점들을 종합한 배심원단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성폭행은 증명되지 않았으나, 성추행은 있었다고 평결했다. 남성 6명, 여성 3명으로 구성된 배심원단은 3시간도 채 안 되는 시간 동안 심의를 마치고 이같이 평결을 내렸다. 배심원 평결 후 루이스 캐플런 판사는 강간 사실을 입증하려면 캐럴과 동의 없이 성폭행했다는 구체적인 행위를 증명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배심원들 신원은 판사와 변호사들에게조차 익명으로 처리됐다.

이날 평결이 내려지자 캐럴은 “오늘날 세계는 마침내 진실을 알게 됐다”면서 “이 승리는 저뿐만 아니라 이 일로 인해 고통을 겪은 모든 여성을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9일(현지시간) 작가 E. 진 캐롤(가운데)이 뉴욕 맨해튼 연방 법원에서 재판을 마치고 걸어나오는 모습. (AP/뉴시스)
9일(현지시간) 작가 E. 진 캐롤(가운데)이 뉴욕 맨해튼 연방 법원에서 재판을 마치고 걸어나오는 모습. (AP/뉴시스)

배상 관련 민사 사건이기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형을 살아야 한다는 위험에선 피했지만 500만 달러라는 큰 배상금과 함께 대선 전 사법 리스크를 떠안게 됐다. 그가 지불 명령을 받은 500만 달러는 명예훼손 관련 270만 달러와 성추행 관련 피해 200만 달러, 나머지 징벌적 손해배상금 2만 달러 등으로 나뉜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달 선거관리위원회 측에 5000만 달러(663억원) 이상의 가치가 있는 12개 이상의 부동산을 나열하면서 재산의 대략적인 추정치를 제공한 바 있다. 공개된 재산만으로 놓고 볼 때 이번 배상금은 그 1/10에 해당하는 규모다.

트럼프 전 대통령 변호인단의 조셉 타코피나는 맨해튼 연방법원 앞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번 판결에 불복해 즉각 항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판결 이후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나는 이 여자가 누군지 전혀 모른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마녀사냥의 연속”이라면서 “치욕스러운 재판에 우리는 궁극적으로 이기게 될 것”이라고 항소의 뜻을 내비쳤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미 중간선거(미 대통령 4년 임기 중 중간이 지난 약 2년이 지난 후 시행되는 선거) 직후인 지난해 11월부터 대선 운동에 돌입했다. 이후 이전 대선에서 맞대결을 펼쳤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2주 전인 지난달 25일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민주당과 공화당의 대선 후보로 나올 가능성이 커지면서 4년 만에 리턴매치를 벌일지 주목됐다.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성 추문 입막음’ 형사 기소에 이어 거의 30년 전 성폭력 의혹까지 이번에 인정되면서 그의 대권 재도전이 가시밭길이 됐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2024년에 열리는 미국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다고 공식 선언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미 출마를 선언한 만큼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민주당과 공화당의 대선 후보로 각각 확정돼 4년 만에 리턴매치를 벌일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하지만 여론조사업체 유고브 여론조사 결과 미국 유권자 가운데 상당수는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리턴매치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다는 조사가 나왔다. 사진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출처: AFP,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2024년에 열리는 미국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다고 공식 선언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미 출마를 선언한 만큼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민주당과 공화당의 대선 후보로 각각 확정돼 4년 만에 리턴매치를 벌일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하지만 여론조사업체 유고브 여론조사 결과 미국 유권자 가운데 상당수는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리턴매치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다는 조사가 나왔다. 사진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출처: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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