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대를 빛낼 20代 10名의 스타들 ⑤ 기성용]
불과 1년만에 대표팀 주전 발돋움…셀틱 데뷔전 앞둬

기성용(21, 셀틱)이 2000년대 말 걸어온 길을 보면 눈부시다. 불과 3년 전에 캐나다에서 벌어졌던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 월드컵에 출전했던 유망주가 단숨에 한국 축구 중앙 미드필드를 책임지는 든든한 주전으로 거듭났기 때문이다.

20세 이하 월드컵을 통해 기량을 인정받은 기성용이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의 부름을 받은 것은 지난 2008년 9월. 베이징 올림픽 이전부터 미래 한국 축구를 이끌어 갈 기대주였던 기성용은 북한과의 월드컵 최종예선 첫 경기를 앞두고 소집돼 요르단과의 친선전을 통해 A매치에 데뷔했다.

북한과의 최종예선 경기는 기성용을 단숨에 대표팀 주전으로 만들었다. 후반 18분 김남일의 파울로 홍영조에게 페널티킥 선제골을 내줘 0-1로 끌려가던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후반 23분 김두현의 크로스를 아크 정면에서 가슴으로 트래핑한 뒤 오른발 발리 슈팅을 날려 골망 왼쪽 구석을 흔든 것이 바로 기성용이었다.

기성용의 한방으로 한국은 상하이 원정에서 승점을 챙길 수 있었고 이후 허정무 호는 순풍에 돛을 단 듯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었다. 당시 기성용의 골이 없었다면 남아공 월드컵 출전 여부가 힘들어질 수도 있었다.

자신감을 얻은 기성용은 우즈베키스탄과의 평가전에서 골을 넣어 A매치 2경기 연속골을 기록했고 지난해 6월 두바이에서 벌어졌던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의 최종예선에서도 두 번째 쐐기골을 넣어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시키는 데 일등 공신이 됐다. 세네갈과의 평가전에서도 선제골을 넣기도 했다.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보여준 눈부신 활약은 유럽에도 알려졌고 이는 스코틀랜드 프리미어리그 최고 명문팀인 셀틱에 입단하는 계기가 됐다. 지난 시즌 K리그 우승을 노리던 전 소속팀 서울이 기성용을 이적시키는 것에 부담을 느껴 이적이 올해 1월로 연기됐지만 사실상 지난해 여름 이적이 확정된 상태였다. 이제 기성용은 스코틀랜드 데뷔전을 기다리고 있다.

기성용이 남아공 월드컵에서 기대를 모으는 것은 서울에서 찰떡 호흡을 맞췄던 박주영(25, AS 모나코), 이청용(22, 볼튼 원더러스)이 있기 때문이다. 이미 눈빛만 봐도 서로의 마음까지 읽는 ‘삼총사’로 인해 대표팀의 조직력은 더욱 탄탄해졌다. 게다가 박주영, 이청용 모두 해외에 진출해 최고의 기량을 뽐내고 있기 때문에 월드컵에서 맞붙을 상대팀 선수들이 결코 두렵지 않다. 이러한 자신감은 분명 대표팀에 플러스 요인이 된다.

지난 2년 동안 눈부신 발전 못지 않게 앞으로 10년 동안 기성용이 해야 할 것은 많다. 남아공 월드컵이 끝나면 곧바로 2012년 런던 올림픽을 준비해야만 한다. 19세의 나이로 출전했던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비록 성공하지 못했지만 나이 제한선인 23세에 출전할 런던 올림픽은 자신감에 가득 차 있다.

올림픽 대표팀의 최고참으로서 후배들을 이끌 책임감도 만만치 않지만 해외 무대에서 갈고 닦은 기량과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올림픽 축구 첫 메달이라는 도전장까지 일찌감치 내놨다.

기성용은 리버풀에서 뛰고 있는 잉글랜드 최고의 미드필더 스티븐 제라드의 이름을 본따 ‘기라드’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또 데이빗 베컴 못지 않은 프리킥 능력을 갖고 있어 자신을 ‘데이빗 기’라고 불릴 정도다. 축구가 ‘허리 싸움’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기성용의 끊임없는 성장은 한국 축구의 밝은 2010년대를 기대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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