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찰스 3세 국왕 대관식이 열린 6일(현지시간) 런던 시내에서 반군주제 시위 참가자가 '내 국왕이 아니다'라는 팻말을 들고 있다. (AP=연합뉴스)
영국 찰스 3세 국왕 대관식이 열린 6일(현지시간) 런던 시내에서 반군주제 시위 참가자가 '내 국왕이 아니다'라는 팻말을 들고 있다. (AP=연합뉴스)

[천지일보=최혜인 기자] “내 왕이 아니다” “왕정을 폐지하라”

찰스 3세 국왕이 머리에 왕관을 쓰고 새로운 국왕의 시대를 알린 6일(현지시간), 1000년 전통 속 성경을 낭독하며 축복을 나누는 모습이 있는 반면, 한쪽에선 왕정을 폐지하라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찰스 3세 국왕은 6일(현지시간) 런던 웨스트민스트 사원에서 열린 대관식에서 성경에 손을 얹은 채 “모든 사람들이 자유롭게 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맹세했다. 또 정의와 자비를 실현할 것을 맹세하면서 “하느님의 이름으로 그의 본보기로서 나는 섬김받지 않고 섬길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이날 왕실의 행렬이 웨스트민스터 사원으로 향하는 길을 지나갈 때 반군주제 단체인 리퍼블릭(Republic) 등 운집 대중의 1/4가량이 대관식 반대 시위를 벌였다.

리퍼블릭은 각종 현수막을 설치하거나 플래카드를 든 채 “내 왕이 아니다(NOT MY KING)” “키슈(quiche)를 먹게 하라”라고 외쳤다. 시위 참가자인 콜린은 “선출되지 않은 사람을 국가 지도자로 세우는 건 완전 잘못된 것”이라고 가디언에 말했다. 이들이 외친 키슈는 돈만 쓰는 왕실이라는 이미지가 부담돼 내놓은 시금치가 든 파이 등을 말한다. 이번 대관식도 비용이 최소 1억 파운드(한화 약 17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커져 왔다.

이와는 반대로 축복되고 경건한 대관식 날에 굳이 저렇게 반대 시위를 벌여야 하는지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이들도 다수였다. 노샘프턴셔에서 온 한 여성은 “오늘은 사랑스럽고 행복한 날이다. 이들이 오지 않았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또 대관식을 위해 북아일랜드에서 왔다는 베스 글래스는 “리퍼블릭이 살 수 있는 우리 국경 바로 너머의 좋은 공화국을 알고 있다. 이들이 저쪽으로 가서 살 것을 강력히 제안한다”며 시위 참가자들을 비난했다.

6일 찰스 3세 영국 국왕과 카밀라 왕비의 대관식이 끝난 후 왕의 행렬이 버킹엄 궁으로 되돌아가고 있다. (AP/연합뉴스)
6일 찰스 3세 영국 국왕과 카밀라 왕비의 대관식이 끝난 후 왕의 행렬이 버킹엄 궁으로 되돌아가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날 당국은 대규모 철통 보안 작전을 예고한 대로 경건한 대관식을 풍자하거나 비꼬는 이들을 가만두지 않았다. 경찰은 이날 오전 7시 30분께 그레이엄 스미스 리퍼블릭 대표와 시위 참가자들 5명을 현장에서 체포했다. 이들에게는 ‘치안 방해 혐의’가 적용됐다. 이와 함께 환경 운동단체 소속 회원들도 최소 19명이 현장에서 붙잡혔다. 당초 대관식을 저지하려는 이들이 1700명가량 운집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정부 차원의 강력한 경고가 내려지면서 시위 인원이 대폭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대관식에 앞서 영국 정부는 행사에서 도로·철도 등을 막는 시민단체를 1년까지 징역형에 처할 수 있는 ‘공공질서법’을 발효해 논란이 일었다. 이 법은 당초 대관식이 끝나고 발효될 것으로 관측됐으나 이보다 앞서 찰스 3세 국왕의 승인하에 3일(현지시간) 발효됐다. 이에 최근 손바닥 등 몸을 도로에 붙여 통행을 막는 환경단체 등 시민단체 시위에 대응하기 위해 만든 이 법을 대관식 때문에 앞당긴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영국 경찰은 대관식에 앞서 경찰력 2만 9000명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당국은 이번 철통 보안 작전을 ‘황금 보주 작전(Operation Golden Orb)’으로 이름 붙이고 탐지견과 특수 부대 출신의 경찰관, 저격수까지 투입시켰다. 영국 경찰은 “대관식 당일을 해치려는 이들에게 관용을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6일 찰스 3세 영국 국왕과 카밀라 왕비의 대관식이 끝난 후 왕의 행렬이 버킹엄 궁으로 되돌아가고 있다. (AP/연합뉴스)
6일 찰스 3세 영국 국왕과 카밀라 왕비의 대관식이 끝난 후 왕의 행렬이 버킹엄 궁으로 되돌아가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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