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 ‘어보・어책・교명’ (제공: 문화재청) ⓒ천지일보 2023.05.03.
조선왕조 ‘어보・어책・교명’ (제공: 문화재청) ⓒ천지일보 2023.05.03.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조선왕조의 의례에 사용된 인장과 문서인 ‘어보・어책・교명’이 보물로 지정 예고됐다.

3일 문화재청(청장 최응천)은 종묘 신실에 봉안돼 전승된 ‘조선왕조 어보・어책・교명’을 비롯해 ‘근묵(槿墨)’ ‘아미타여래구존도(阿彌陀如來九尊圖)’ ‘순천 동화사 목조석가여래삼불좌상(順天 桐華寺 木造釋迦如來三佛坐像)’ 등 서첩 및 조선시대 불화, 불상 총 4건에 대해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 예고했다.

보물로 지정 예고된 ‘조선왕조 어보・어책・교명’은 조선이 건국한 1392년부터 대한제국을 선포한 1897년 이후 일제에 강제로 병합된 1910년까지 조선왕조의 의례에 사용된 인장과 문서이다. 어보・어책・교명은 해당 인물 생전에는 궁궐에 보관했고, 사후에는 신주와 함께 종묘에 모셔져 관리됐다.

‘어보’란 국왕・왕세자・왕세제・왕세손과 그 배우자를 해당 지위에 임명하는 책봉 때나 국왕・왕비・상왕(上王)・왕대비・대왕대비 등에게 존호(尊號), 시호(諡號), 묘호(廟號), 휘호(徽號) 등을 올릴 때 제작한 의례용 인장이다.

‘어책’은 어보와 함께 내려지는 것으로 의례에 대한 역사적 배경과 의미, 내용을 기록한 것이다. 신분과 재질에 따라 어보는 금보(金寶)・옥보(玉寶)・은인(銀印) 등으로, 어책은 옥책(玉冊)・죽책(竹冊)・금책(金冊)으로 구별했다. ‘교명’은 왕비・왕세자・왕세자빈・왕세제・왕세제빈・왕세손・왕세손빈 등을 책봉할 때 내리는 훈유문서(訓諭文書)로 그 지위의 존귀함을 강조하며, 책임을 다할 것을 훈계하고 깨우쳐주는 내용으로 이뤄져 있다.

종묘 신실 내부 모습-보장과 책장에 어보, 어책, 교명 보관에 대한 내용 (제공: 문화재청) ⓒ천지일보 2023.05.03.
종묘 신실 내부 모습-보장과 책장에 어보, 어책, 교명 보관에 대한 내용 (제공: 문화재청) ⓒ천지일보 2023.05.03.

문화재청은 “‘조선왕조 어보・어책・교명’의 보물 지정 이유에 대해 “세계사적으로 그 유례가 없는 독특한 왕실문화를 상징하는 유물로서 500여년간 거행된 조선 왕실 의례의 통시성(通時性)과 역사성(歷史性)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조선왕조실록’과 ‘승정원일기’ 및 ‘조선왕실의궤’ 등 왕실 의례와 관련된 문헌 기록이 온전히 남아 있어 왕실 의례의 내용과 성격, 의례의 절차와 형식, 의례에 사용된 의물(儀物)의 제작자 및 재료와 도구 등을 확인할 수 있는 학술적 자료로서의 가치도 높다.

국왕이나 왕비의 권위와 위엄을 상징하는 의물로서 당대 최고의 문장가인 제술관(製述官)이 문장을 짓고, 명망 높은 서예가인 서사관(書寫官)이 쓰고, 각 분야에서 20~30년간 장기간 활동하면서 그 솜씨를 인정받은 관영이나 군문 소속 최고 장인들이 제작한 조형예술품의 백미로서 예술적 가치가 높다. 또 왕실의 사당인 종묘의 신실에 봉안돼 전승되어온 유물로 조선왕조의 통치 이념인 유교의 여러 덕목을 함축적으로 표현하는 유물이다.

함께 보물로 지정 예고된 ‘근묵’은 근대의 저명한 서예가이자 서화 감식가였던 오세창(吳世昌, 1864~1953)이 1943년 80세의 나이에 엮은 서첩으로, 가문의 8대에 걸친 수집품의 토대 위에 오세창의 감식안이 더해진 결과물이다. 정몽주(鄭夢周, 1337~1392)에서 이도영(李道榮, 1884~1933)에 이르기까지 약 600여년에 걸친 1136명의 필적 등 국내 최대 분량이 수록돼 있다. 첩장본(帖裝本)의 서첩 34책과 선장본(線裝本)의 목록 1책으로 구성돼 있다.

서첩 34책은 필적의 크기에 따라 양면 또는 단면에 1점씩 수록했고, 오른쪽 첨지(添紙)에는 이를 쓴 사람의 이름, 생몰연대 등을 적어 놓았다. 서첩 제1책의 표지에는 전서(篆書)로 쓴 ‘근묵(槿墨)’이라는 제목에 ‘팔십위(八十葦)’라는 문구가 쓰여 있으며 목록 1책에는 글씨를 쓴 사람의 성명(姓名)・자호(字號)・향관(鄕貫)・시대(時代)・직업(職業)・계통(係統) 등을 기록했다.

순천 동화사 (제공: 문화재청) ⓒ천지일보 2023.05.03.
순천 동화사 (제공: 문화재청) ⓒ천지일보 2023.05.03.

‘근묵’은 수록된 필적의 시대적 분포가 고려 말에서부터 일제강점기에 이르고, 쓴 사람의 신분도 국왕에서 중인, 승려 등에 이르며 그 범위가 폭넓다. 또한 수록된 필적의 문체 및 내용 또한 한문학의 거의 모든 분야를 포괄하고 있으며, 특히 사회 경제적 상황을 잘 담고 있는 서간문의 비중이 압도적이어서 당시의 사회상・생활상 연구에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역대 명필들의 필적이 빠짐없이 수록돼 있어 각 시기에 유행하던 서풍 및 그 변천 양상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서예사 연구에 매우 귀중한 자료이다. 현존 서첩 가운데 양과 질 양면에서 가장 우수한 서첩이라고 평가되므로, 보물로 지정해 보호할 가치가 충분하다.

‘아미타여래구존도’는 1565(명종 20)년 이라는 제작연대가 정확한 조선 전기 불화로, 화기에 조성연대, 화제, 시주질 등이 기록돼 있다. 조선 전기에 그려진 아미타여래구존도는 6점이 현존하는데, 국내에 있는 작품 중 유일하게 제작 연도를 확실히 알 수 있는 채색 불화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순천 동화사 목조석가여래삼불좌상’은 수조각승 계찬(戒贊)을 비롯해 인계(印戒), 영언(靈彦) 등 7명의 조각승들이 1657(효종 8)년 완성해 동화사 대웅전에 봉안한 삼불상이다. 세 불상의 복장에서 각각 발견된 조성발원문을 통해 조성연대, 제작자 등을 확인할 수 있는데 불상 제작에 필요한 상세한 시주물목이 기록돼 있어 조각승 간의 협업과 분업, 불상 제작에 필요한 물목과 공정을 이해하는 데 많은 참고가 된다는 점에서 큰 학술적 가치를 지닌다. 또한 조성발원문 외에 각 불상의 대좌(臺座) 상판에도 대동소이한 조성기가 묵서로 기록되어 있어 조성기 내용과 교차 검토가 가능하다는 점도 중요한 특징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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