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정상 셔틀외교 가동”

7년만에 한일 재무장관 회담도

(도쿄=연합뉴스) 1박2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오후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공동 기자회견을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 2023.3.16
(도쿄=연합뉴스) 1박2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오후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공동 기자회견을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 2023.3.16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다음주 초 한국을 실무 방문해 윤석열 대통령과 한일 정상회담을 갖는다.

당초 이달 중순 일본 히로시마에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열릴 예정이기 때문에 답방은 그 이후가 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많았는데 예상보다 일찍 답방하기로 한 것이어서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린다.

◆대통령실‧日외무성 공식 발표

2일 대통령실과 일본 외무성의 발표를 종합하면 기시다 일본 총리의 방한은 오는 7∼8일 이틀간으로 이뤄진다. 대통령실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기시다 총리가 오는 7일부터 1박 2일 일정으로 한국을 실무 방문한다고 발표했고, 일본 외무성도 비슷한 시간에 같은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해 알렸다.

또 “이번 방문은 올해 3월 윤 대통령의 방일 때 양 정상이 ‘셔틀 외교’ 재개에 합의함에 따라 이뤄지는 것”이라면서 “이번 기시다 총리 방한을 통해 정상 간 셔틀 외교가 본격 가동된다”고도 강조했다.

기시다 총리의 방한은 한일 정상 간 셔틀외교 복원의 의미가 크다는 것인데, 양측이 정례적으로 상대국을 오가는 차원에서 일본 총리가 한국을 방문한 건 2011년 10월 노다 요시히코 당시 총리의 방한이 마지막이었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앞서 지난 3월 도쿄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정상 간 셔틀 외교 재개에 합의했다. 2018년 2월 아베 신조 당시 총리가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한국을 방문한 이후 5년 3개월만에 일본 총리가 한국을 찾게 된다. 기시다 총리의 한국 방문은 2021년 10월 취임 이후 처음이다.

이번 정상 간 만남에서 주로 논의될 사안은 셔틀외교 복원이 중심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인데, 이와 함께 갈수록 고도화하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맞선 한일 안보협력 강화, 공급망 협력 확대와 같은 경제문제 등이 의제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일 간 고위급 교류도 활발하게 전개되는 분위기다. 이날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상은 약 7년만에 양자회담을 열고 2016년 이후 중단된 한일 재무장관 회의를 연내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한일 재무장관 회의는 2017년 부산의 일본 총영사관 앞 소녀상 설치, 2019년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등을 계기로 양국 관계가 얼어붙으면서 중단된 바 있다. 일단 양측은 정례 재무장관 회의를 올해 일본에서 개최하는데 합의하고, 내달초 일본 측 재무관(차관급)을 한국에 보내 회의를 준비하기로 했다.

◆이른 방한에 기대보다는 ‘우려’ 커

현재 아프리카 가나를 방문 중인 기시다 총리는 앞서 이날 방한이 실현된다면 “정상 간 깊은 신뢰 관계를 배경으로 한일 관계의 가속과 격변하는 국제정세에 대해 마음을 터놓고 의견을 교환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는데, 당초 예상보다 일찍 답방을 결정한 의도와 맞물려 어떤 얘기가 오갈지 주목된다.

외교가 안팎에선 일본 산케이 등 극우 신문을 근거로 한일 관계 개선에 적극적인 윤 대통령을 지원하려는 조처라는 기대섞인 분석도 있지만, 최근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 결과와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 많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강조한 한일 간 결속을 일본이 주도한다는 모양새를 과시하려는 의도라는 건데, 군사전문가들 사이에선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맞대응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즉 안보협력을 기화로 한일 군사동맹 체제 가속화의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나온다. 동해 공해상에서 한미일 해상군사훈련 횟수를 늘리는 것도 같은 맥락이 아니겠느냐는 진단이다.

일각에선 ‘최대의 현안이었던 전 징용공(일본식 명칭, 옛 조선반도 출신 노동자) 소송 문제와 관련해 한국 정부가 3월에 발표한 해결책의 이행 상황을 확인한다’는 요미우리신문 보도를 인용해 기시다 총리가 강제동원 문제를 협의하러 오는 게 아니라 윤 정부가 3월 6일 발표한 전범기업 배상책임 인수 방안의 이행 상황을 확인하러 가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제기한다.

실제로 이번 방한을 계기로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와 관련한 기시다 총리의 직접 사과를 요구하는 국내 여론이 많지만, 사과는 커녕 그 이상의 이행 사항 확인 차원이라는 설명이다. 강제동원 문제를 언급하더라도 도쿄 한일 정상회담 이상의 입장을 표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대부분인 것도 이 때문이다.

이뿐 아니라 기시다 총리의 답방 목적이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방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일본 정부는 올해 여름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예고하고 있는데, 이달 중순 G7 정상회의에 초청되는 윤 대통령의 지지를 끌어내기 위해 먼저 밑작업에 나서는 등 문제 해결 의지를 드러냈다는 것이다.

다만 대통령실은 기시다 총리의 답방을 두고 ‘정상 간 셔틀외교의 완전 복원’에 의미를 두는 모양새다. 새로운 결과물 도출을 기대하기보다는 대북 억지력을 높이기 위한 한미일 협력의 중요성을 공유하고 경제협력을 강화하는 등 도쿄 정상회담의 후속 조치 이행에 힘을 싣는 차원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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