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공사로 단선 연평균 380건
통신사-공사업체 간 소통 부재
KT, 앱 개발 및 협력·알림 확대

[천지일보=손지하 기자] 서문찬 KT 충남/충북NW운용본부 기술지원부장이 2일 서울 광화문 KT 기자실에서 통신 케이블 단선 사고를 막기 위한 자사의 노력을 조명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5.02.
[천지일보=손지하 기자] 서문찬 KT 충남/충북NW운용본부 기술지원부장이 2일 서울 광화문 KT 기자실에서 통신 케이블 단선 사고를 막기 위한 자사의 노력을 조명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5.02.

[천지일보=손지하 기자] “통신이 안 된다는 건 불편함이 아니라 재난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시대입니다.”

서문찬 KT 충남/충북NW운용본부 기술지원부장은 2일 서울 광화문 KT 기자실에서 진행된 ‘KT의 통신 케이블 단선 사고 예방 노력’ 기자 스터디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날 국내 통신 사업자 중 가장 많은 통신 케이블을 보유한 KT는 사외공사로 인해 통신 케이블이 손상되는 것을 막기 위해 기울이고 있는 자사의 노력을 조명했다.

케이블 단선 사고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 2021년 연말, 영등포 일대의 통신 서비스가 한때 중단됐다. 공사 중 지하 통신 케이블이 절단된 것이다. 이 사고는 주변의 인터넷 서비스뿐만 아니라 무선 통신과 일부 기업의 내부 통신망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통신 케이블은 보통 땅속이나 단자함, 건물 통신실에 설치돼 외력으로 끊어지는 상황이 흔하지는 않다. 하지만 건축 및 토목 공사 시에는 대개 굴착 작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지하 매설물을 훼손할 위험이 있다. 실제로 근 2년간 통신 케이블 단선 사고를 일으킨 공사를 유형별로 분류해 보면 굴착 공사가 약 70%를 차지한다. 평균적으로 매년 380여건의 크고 작은 단선 사고가 발생했다.

KT는 국내 통신 사업자 중 가장 많은 통신 케이블을 보유하고 있다. 통신 관로는 약 14만 8000㎞, 광케이블은 공중과 지하를 합쳐 약 92만㎞를 운용한다. KT가 이처럼 대규모 통신 케이블을 운용하는 이유는 안정적이고 빠른 통신 서비스를 전국에 제공하기 위해서다.

서 부장은 “통신 케이블은 단순히 생각하면 인터넷이나 전화 등 유선 서비스에만 관련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무선 기지국도 사실 통신 케이블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단선 사고가 일어나면 무선 서비스도 중단될 가능성이 충분히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단선 사고가 발생하면 통신 사업자뿐만 아닌 건설 기계 작업자나 건설사도 피해가 크다. 수백만 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에 이르는 통신 케이블 복구 비용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지하 시설물은 영업 배상 책임 보험에서도 보장하지 않는다. 또 복구 기간 공사 진행이 어려워 공사 기간이 길어지는 손해를 보게 된다.

굴착 공사로 단선 사고가 계속 발생하는 원인은 케이블 운용 사업자와 공사업체 간 소통의 부재 때문이다. 지금까지 건설 기계 작업자들은 곳곳에 설치된 ‘광케이블 매설 지역’ 푯말을 확인하거나 KT에 직접 문의하는 방식으로 통신 케이블 매설 여부를 확인해 왔다. 조금만 부주의하면 단선 사고의 위험에 노출될 수 있는 구조다.

KT처럼 지하 매설물을 보유한 회사들이 선제적으로 공사 현장을 순회 점검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언제 어떤 작업이 이뤄질지 장담할 수 없는 공사의 본질적인 특성상 지자체에 신고되는 공사 정보의 정확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KT가 일부 지역을 대상으로 공사 정보의 정확도에 관해 실사를 해본 결과 두 달간 진행된 37건의 공사 중 거의 대부분인 27건이 신고가 없는 ‘깜깜이 공사’였다. 반대로 이미 끝났어야 할 공사가 이제 막 터파기를 시작하는 경우도 있었다.

깜깜이 공사를 포함해 전국에서 동시에 진행되는 공사는 월간 3000여건으로 추정된다. 만약 모든 공사가 신고 후에 진행되더라도 실시간으로 굴착 시점을 특정하고 회사 직원들이 현장에 일일이 방문해 통신 케이블을 탐지해 주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서 부장은 “위와 같은 한계점으로 인해 지하 매설물 보유 기업, 공사 관계자 어느 한쪽만 노력해서는 단선 사고를 예방하기 어렵다”며 “양측이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협력해야 사고 발생률을 줄일 수 있는 것이다. KT는 이를 위해 다음 세 가지 방안을 실행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먼저 단선 사고 예방을 위한 기본 방식에 충실하는 것이다. KT는 건설 기계 작업자들이 현장에서 가장 쉽게 확인할 수 있는 ‘광케이블 매설 지역’ 푯말과 주의 깃발, 스티커를 전국에 다수 설치했다. 더불어 전사 620개의 순찰조가 일평균 150㎞을 주행하며 주요 통신 케이블 구간을 점검한다. 이와 함께 OSP(Out Side Plant, 외부 통신 시설) 관리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하고 있다.

두 번째로 ‘광케이블지킴이’ 앱을 개발하고 시범 적용하고 있다. 광케이블지킴이는 공사 현장 주변에 통신 케이블이 얼마나 가까이 매설돼 있는지 확인해주는 앱이다. 매설 현황을 가장 잘 알고 있는 KT 선로 전문가와 바로 연결해주는 기능도 제공한다. KT는 전국의 ‘㈔건설기계개별연명사업자협의회’와 업무 협약을 지속적으로 맺어 협의회 소속 작업자들이 광케이블지킴이 앱을 이용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세 번째로 건설 기계 제조사와 협력하고 있다. KT는 국내 주요 건설 기계 제조사 HD현대인프라코어, HD현대건설기계와 업무 협약을 체결하고 이들의 텔레매틱스 플랫폼과 KT OSP 관리 시스템을 연동하는 방안을 지속 논의 중이다. 올해 7월에는 HD현대건설기계 앱에 안내·조회 서비스가 탑재될 예정이다.

텔레매틱스는 건설 기계에 탑재돼 현재 위치나 성능, 기능, 부품 이상 등을 파악한 뒤 네트워크를 통해 기계의 상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 주는 시스템이다. 이렇게 수집된 건설 기계의 위치 정보와 OSP 관리 시스템의 통신 케이블 정보를 조합해 건설 기계 작업자가 매설 지역에 근접하면 주의 메시지를 받게 된다. 지하 통신 케이블은 안정적인 통신 서비스를 위해 필수적이지만 눈에 보이지 않아 작업자들이 직관적으로 인식하기 어렵다. KT는 다양한 방안을 통해 통신 케이블의 인식을 높이고 건축업자들이 더욱 안전하게 공사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송치영 건설기계개별연명사업자협의회 총괄팀장은 “KT의 앱이 현장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아주 정확하게는 확인할 수 없더라도 반경 몇 m 내에 케이블이 있다는 것만 봐도 효과가 좋다. 시행이 더딜 순 있지만 많이 홍보해서 사회적으로 정착됐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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