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초 기온 급격히 떨어져
도내 농가에 서리 피해접수
“갑자기 따뜻해져 꽃 일찍 펴”
“중심화 받지 못해 손실 많아”

김영환 충북지사(오른쪽)가 지난달 26일 청주시 미원면 사과 농가에 방문해 서리 피해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충북도 제공)
김영환 충북지사(오른쪽)가 지난달 26일 청주시 미원면 사과 농가에 방문해 서리 피해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충북도 제공)

 [천지일보 충북=홍나리 기자] “한 80% 농가가 피해 입었다고 봐요. 이제 사과 맺을 때쯤 더 뚜렷한 윤곽이 나오겠지만 지금도 사과가 될만한 꽃이 별로 없어요.”

이상기온이 충북도내 농가를 덮친 가운데 지난달 25일 보은군 산외면에서 사과를 재배하는 농부 김상정(가명, 60대, 남)씨는 이같이 토로했다.

지난달 7~8일경 갑작스레 낮아진 기온으로 도내 과수농가 곳곳에서 서리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4월은 과수농가 개화기다. 꽃이 피는 동안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 씨방이 검게 변하면서 죽게 된다. 씨방이 죽으면 수정 능력을 잃어 과실을 맺지 못하거나 맺더라도 낙과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김상정씨는 “꽃망울이 올라오려고 할 때 얼어서 피해가 더 크다”며 “3월말 즈음에도 서리 피해가 있었다. 한번 온도가 내려가면 이삼일은 추워서 얼음이나 서리가 맺힌다”고 말했다.

이 같은 원인은 무너진 개화 시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봄철 기온이 급변하는 것은 우리나라 기후 특성이지만 갑작스레 따뜻해진 날씨로 꽃들이 한꺼번에 피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사과 피해 多… 무너진 개화 체계

서리 피해가 없이 정상적인 과수꽃(왼쪽)과 피해 입은 과수꽃 비교 사진. (농촌진흥청 제공)
서리 피해가 없이 정상적인 과수꽃(왼쪽)과 피해 입은 과수꽃 비교 사진. (농촌진흥청 제공)

개화 기간에는 영하 1~2℃의 저온에 30분 이상 노출될 경우 피해가 발생한다. 보은군 산외면의 경우 지난 4월 7~8일 영하 7℃까지 내려가면서 전년대비 영하 5℃가 더 낮았다. 심지어 영하 온도가 5~6시간 이어지면서 출혈은 더 커졌다.

심교문 농촌진흥청 연구관은 같은달 27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 같은 이유를 ‘무너진 개화 체계’ 때문이라고 밝혔다. 심교문 연구관은 “봄에도 꽃피는 시기가 나눠져 있는데 요즘은 같이 핀다”며 “작물, 특히 과수는 개화기 꽃이 필 때 온도에 가장 민감하다. 올해 유독 10일 이상 봄꽃 개화가 빨라진 데다 온도가 서서히 올라가지 않고 한꺼번에 확 올라간 것이 원인이다. 옛날 같았으면 4월초에 꽃이 필 시기가 아니어서 기온이 내려가도 피해를 입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요즘 작물 피해는 ‘냉해’가 아니라 ‘동해’ 또는 서리 피해가 맞다. 냉해는 여름철에 발생하는 이상저온 피해를 일컫는 표현”이라고 덧붙였다.

통상적으로 사과는 4월 20일 전후에 꽃이 핀다. 따라서 4월 초 서리로 인한 피해도 없어야 한다. 그러나 올해는 이달 초 들어 벌써 사과꽃이 피어 피해를 입은 것이다.

사과·배는 영하 1.7℃, 복숭아는 영하 1.1℃ 등으로 꽃이 1시간 이상 저온에 노출될 경우 위험하다. 26일 충북도 조사에 따르면 동해 피해로 접수한 곳은 도내 총 1323개 농가다. 피해면적만 639.8㏊에 달한다. 이중 과수농가가 1161개 농가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시군별로는 24일 기준 보은군이 413곳으로 가장 많았고 괴산군이 327곳으로 뒤를 이었다. 이어 ▲음성(179) ▲제천(148) ▲청주(102) ▲옥천(74) ▲증평(25) ▲단양(24) ▲진천(22) ▲충주(6) 등이다. 타격은 사과가 가장 컸다. 총 피해접수 중 사과 농가가 697건으로 절반에 달했다. 통상 4월 중순 즈음 꽃이 피지만 예년에 비해 일찍 만개했기 때문이다. 농가에서는 때 아닌 서리로 인해 사과 출하양이 줄어 시름을 앓고 있다. 특히 겨울과 봄 사이에 재배되는 부사 사과는 피해가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작년比 피해↑… “피해 면적 조사 중”

서리 피해는 올해 특히 더 심각했다. 지난 17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괴산군 관계자는 “작년에도 농림부에서 관련 피해 접수 사례를 받았으나 그 피해 규모가 미비했다”며 “올해는 냉해뿐 아니라 지난 3월에도 날씨가 추워 복합적인 원인으로 피해가 커진 것 같다. 정확한 냉해 면적은 정밀조사 후에 나올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농가 역시 작년보다 날씨가 급격히 추워지면서 피해가 더 클 것으로 봤다.

보은군에서 사과를 재배하는 유경선(가명, 60대, 여성)씨는 “사과가 수정돼 봐야 알겠지만 작년보다 날씨가 추워져서 손실이 있을 것 같다”고 고개를 저었다.

◆충북도, 농가 방문 등 대책강구 나서

청주시 미원면 사과농가에서 서리 피해를 입은 사과나무 꽃송이. (충북도 제공)
청주시 미원면 사과농가에서 서리 피해를 입은 사과나무 꽃송이. (충북도 제공)

큰 피해를 입은 사과의 경우, 농사의 풍년을 좌우하는 것은 ‘중심화’다. 중심화를 받아 놓냐 받아놓지 않느냐가 농사의 성공 척도가 된다. 올해는 기온이 급변화되면서 중심화가 얼기 전에 이를 보호한 농가가 극히 드물었다. 중심화를 못 받았다는 한 농민은 “올해는 벌써 몇십 프로 까먹고 간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에 충북도도 팔을 걷어붙이고 현장조사에 들어갔다.

김영환 충북지사는 4월 26일 서리 피해를 입은 청주시 미원면 사과농장을 찾았다. 김 지사는 농가의 애로사항을 청취한 후 피해대책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장을 실제로 보니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며 “농작물 피해 지원이 조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냉해 피해 농작물에 대한 농업기술지원도 아끼지 않겠다”고 전했다.

충북도는 서리 피해 신고를 조사, 농가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농업재해 복구비 등 농가 지원 계획을 수립·지원할 계획이다. 자세한 현장조사는 오는 5월께 이뤄질 계획이다. 충북도 스마트농산과 관계자는 “농림부에서 내달 중 현장조사에 들어갈 것 같다. 정확한 피해 규모도 추후 발표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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