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바이든 6번째 만남

공식환영식 이어 양자회담

확장억제 ‘핵협의그룹’ 신설키로

공급망‧반도체‧배터리 등도 논의

(워싱턴DC AP=연합뉴스) 미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왼쪽)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워싱턴DC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공원에서 헌화한 뒤 묵념하고 있다. 2023.04.26
(워싱턴DC AP=연합뉴스) 미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왼쪽)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워싱턴DC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공원에서 헌화한 뒤 묵념하고 있다. 2023.04.26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한미 정상회담 직후 핵심 의제인 북핵 위협에 대응하는 확장억제 강화 방안에 대한 별도의 문건을 발표해 주목을 받는다.

이른바 워싱턴 선언으로 두 정상이 회담 후 확장억제와 관련한 별도의 문서를 내놓은 건 이번이 처음인데, 미측의 핵우산에 대한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인 ‘한국식 핵공유’가 담겼지만 핵단추에 대한 결정권이 없어 그저 말잔치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백악관서 한미정상회담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국빈 공식 환영식에 뒤이어 시작됐다. 한국시간으로는 늦은 밤이었는데 두 정상 간 만남은 지난해 5월 서울에서의 첫 만남에 이어 스페인 마드리드, 영국 런던, 미국 뉴욕, 캄보디아 프놈펜 이후 이번이 6번째였다.

한미동맹 70주년에 맞춰 열리는 만큼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한미동맹의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 70년을 준비하는 동맹, 미래로 전진하는 행동하는 동맹에 합의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방안이 논의됐다.

두 정상은 ‘행동하는 동맹’의 결과물로 북한 핵 위협 시 미국이 핵 자산 등을 제공하는 확장억제의 강화 방안을 구체적으로 명문화됐다. 실제로 핵 계획·실행에 우리가 관여할 수 있는 확장억제 상설협의체인 핵협의그룹(NCG)을 신설하기로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앞서 한미 간 확장억제 논의를 통해 한미동맹의 굳건한 약속을 완수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밝힌 바 있는데, 양측은 독자 핵무장론은 아니지만 미국 핵우산에 대한 신뢰도를 한층 강화하는 방안을 담은 셈이다.

요컨대 두 정상은 유럽 미군기지에 핵무기를 배치한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식 핵공유와는 달리 한국에 핵무기를 배치하지는 않지만 한반도 유사시 미국 전술핵에 관한 사용 단계에서 한국의 참여 수위를 높이는 ‘한국식 핵공유’ 등이 담긴 확장억제 방안을 담은 별도의 문건을 발표했다.

다만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문서가 자체 핵보유론까지 주장하는 국내 일부 여론을 다독이는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북핵‧미사일 위협을 억제하고 실효성 있게 대응할만한 방안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종 결정권이 결국 미국에 있다면 이런 방식들은 큰 의미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한미 ‘글로벌 전략 동맹’ 선언

관심사인 공동성명에는 ‘글로벌 포괄적 전략 동맹’의 가치를 재확인하는 한편, 이를 위한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 담겼다. 이는 한반도를 넘어 전 세계적인 문제에서 미국의 가치 연대에 동참하라는 의미라 윤 정부에게는 부담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하지만 안보론자들로 점철돼 있는 윤 정부는 한미동맹을 기초해서는 다른 모든 것을 희생시킬 각오가 돼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라는 점에서 이런 일방주의 외교정책을 우리 국민들이 얼만큼 참아줄지 미지수라는 의견도 나온다.

공급망이나 반도체, 배터리 등의 첨단기술 협력 문제가 주요 의제로 거론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앞서 존 커비 미 NSC(국가안전보장회의) 전략소통조정관은 미국 첨단 기술 공급망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줄이는 ‘반도체 견제’에 한국의 동참을 바란다는 뜻을 대놓고 밝혔는데, 양국 간 차세대 핵심신흥 기술 대화를 창설해 경제안보 증진을 약속하는 등 관련 내용이 포함됐다.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반도체지원법 등도 논의됐지만 양측이 긴밀히 협의해 나간다는 것 외에 별다른 언급은 없다. 한국 산업에 큰 영향을 주는 일이라 관심이 쏠렸지만 당초 자국 우선주의를 채택한 미국이 양보할 가능성이 거의 없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러시아의 반발을 불러 올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지원 문제도 대화 테이블에 올랐지만 공동성명에 적시되지는 않았다. 대만해협 문제는 “힘에 의한 현상변경 시도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특히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 여부는 우리 측은 그간 의제가 아니라고 했고, 미국 측도 “지원은 한국이 결정할 일”이라고 말했는데 반영됐다는 평가다.

한편 두 정상은 회담이 끝난 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했다. 미국시간으로 저녁에 열리는 국빈만찬은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양국 주요 인사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질 바이든 여사가 각별히 만찬에 신경을 쏟았고, 한국계 셰프인 에드워드 리가 만찬 준비팀에 합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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