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삼회담 직후 확장억제 성명 처음
美당국자 “성명, 확장억제 신뢰성” 강조
핵 버튼 공유 전례 없어 실효성은 ‘글쎄’
안보협력 빌미로 미측 어떤 것 요구할지 우려

윤석열 대통령의 ‘가치 외교’로 한국과 중·러 관계가 얼어붙은 가운데 26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열리는 한미정상회담의 결과가 초미의 관심사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공동 성명이나 공동 기자회견을 계기로 대만 문제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에 대해 보다 강경한 입장을 내놓을 경우 한·중, 한·러 관계 전반이 더욱 악화되는 상황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사진은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출처: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가치 외교’로 한국과 중·러 관계가 얼어붙은 가운데 26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열리는 한미정상회담의 결과가 초미의 관심사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공동 성명이나 공동 기자회견을 계기로 대만 문제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에 대해 보다 강경한 입장을 내놓을 경우 한·중, 한·러 관계 전반이 더욱 악화되는 상황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사진은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국빈 방문을 계기로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맞선 대북 확장억제 강화에 올인하는 모양새다.

당장 한미가 오는 26일(현지시간) 백악관 정상회담에서 한국에 대한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을 담은 별도의 공동성명을 발표할 것임을 공식화했기 때문이다. 양국 정상이 정상회담을 한 후 확장억제와 관련한 별도의 문서를 내놓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확장억제 공동성명에는 미국 ‘핵우산’에 대한 신뢰도를 한층 높이는 방안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는데 일각에선 이런 안보 협력을 빌미로 미측이 그에 상응하는 얼마나 많은 대가를 요구할지, 윤 대통령은 또 어떤 것을 적극 화답해 내놓을지 벌써부터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미정상, 확장억제 별도 공동성명 발표

김은혜 홍보수석은 24일 브리핑을 통해 한미 간의 확고한 가치동맹을 강조한 뒤, “윤 대통령과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번 한미 정상회담 결과물로 확장억제 방안을 담은 별도의 문건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같은날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브리핑에서 북한의 위협과 관련해 한국에 대한 확장억제 공약 강화를 언급하며 “두 정상은 확장억제 문제를 다룬 별도의 성명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 성명은 한국과 한국민에게 약속한 확장억제와 관련해 미국을 신뢰할 수 있다는 매우 명확하고 입증할 수 있는 신호를 보낼 것으로 본다”면서도 “우리는 한국이 핵무기확산금지조약(NPT)에 따른 비확산 의무를 잘 이행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으로 본다”고 언급해 한국의 독자 핵무장론에는 선을 그었다.

자체 핵무장론은 아니지만 미국 핵우산에 대한 신뢰도를 한층 높이는 방안이 담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건 이 때문이다. 갈수록 고도화되는 북핵‧미사일 위협이 극대화됨에 따라 국민 불안이 커지면서 불거져 나오는 한국 내 자체 핵무장에 대한 일부 여론을 의식한 절충점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한미는 윤 정부 출범 후 지난해 9월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와 11월 국방 당국 간 안보협의회의(SCM) 등을 거치며 정보공유, 위기 시 협의, 공동기획, 공동실행 등 4가지 확장억제 정책 범주에 대한 공조 방안을 진전시켜왔다. 또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차관급 EDSCG 등 한미 간 기존에 가동 중인 협의체를 상설 협의체로 만드는 방안도 논의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동성명 담길 확장억제 강화 방안은

공동성명에 담길 확장억제 강화 방안에 관심이 쏠리는데, 유럽 미군기지에 핵무기를 배치한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식 공유와 달리 한국에 핵무기를 배치하지는 않지만 한반도 유사시 미국 전술핵에 관한 기획, 실행에 한국의 참여 수위를 높이는 ‘한국식 핵공유’ 등이 거론된다.

공동기획‧실행은 북한의 핵사용 상황에 대비한 억제 전략과 작전계획 발전에 양국이 같이 참여한다는 의미다. 한미 정상회담 결과를 지켜봐야 알 수 있겠지만 그 참여의 수위는 별반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참여의 수위는 ‘단순 의견 제출’에서 ‘제도적 협의틀’ 마련까지 다양하다. 다만 미국은 핵무기 사용의 최종 결정권, 즉 핵 버튼을 동맹국과 공유한 사례가 없다.

나토식 핵공유 방식도 미국이 나토 동맹국에게 전술핵에 대한 소유권, 결정권, 거부권을 주지는 않고 있다.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성명이 독자적 핵보유론까지 주장하는 국내 일부 여론을 다독이는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북핵‧미사일 위협을 억제하고 실효성 있게 대응할만한 방안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외교가에서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측이 안보협력을 바탕에 깔고 어떤 것을 요구할지 두려울 정도라는 목소리도 내놓는다. 자국 우선주의를 채택한 미국이 한국 산업에 영향을 주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반도체지원법 등에서 양보할 가능성이 거의 없는 데다가 이미 반도체 보조금 지급 요건으로 우리 기업의 영업 기밀이 담긴 자료 제출과 초과이익 환수 등의 조건을 내걸었고, 중국과 벌이는 패권 경쟁 일환으로 윤 정부에 대중국 반도체 규제 강화를 요구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윤 정부의 ‘저자세 외교’ 때문이라는 평가인데, 파이낸셜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이미 미국 정부는 중국이 미국 반도체 업체인 마이크론을 제재하면 한국 업체들이 중국에 대한 판매를 늘리지 말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러시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무기지원 문제나 중국이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대만해협 문제가 한미 정상회담에서 다뤄질 가능성도 높다.

한 전문가는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우크라이나 무기지원 문제는 공동선언까지는 나오지 않을 것 같지만 밀약은 있을 수 있다. 대만 문제는 현재 수준 또는 그 이상의 메시지가 담길 수 있어 우려된다”면서 “국내 안보론자들은 안보를 위해서는 뭐든지 희생시킬 수 있다는 인식이 깔려있다. 한미동맹이 이들에게는 최우선이라는 것. 그래야 대통령실의 외교‧안보 정책을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