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이후 기소 사건부터 적용
‘배승아 참변’ 피의자는 미적용
교통범죄에 따라 처벌도 ‘가중’
사망시 최대 징역 12년→15년
시신 유기하고 도주하면 26년
“법 적용에 있어선 보완 필요”

지난 14일 경찰이 서대문구 고은초등학교 앞에서 주간 음주운전 단속을 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지난 14일 경찰이 서대문구 고은초등학교 앞에서 주간 음주운전 단속을 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에서의 음주운전 사망사고 뺑소니범에 대해 최대 26년의 징역형이 선고된다. 최근 초등학생인 배승아(9)양이 대전의 어린이 스쿨존에서 만취 상태 운전자에게 치어 숨진 사건 뒤에 대법원이 스쿨존 교통범죄에 대한 양형기준을 새로 설정한 만큼 향후 재판 결과가 주목된다.

25일 대법원에 따르면, 양형위원회(위원장 김영란 전 대법관)는 전날 제123차 전체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을 담은 교통범죄 양형기준 설정 및 수정안을 심의·의결했다. 수정 기준은 7월 1일부터 시행된다.

스쿨존에서 교통사고로 어린이가 다쳤을 때 감경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300만~15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할 수 있다. 가중인자가 있는 경우 권고형량이 징역 6개월~5년으로 늘었다.

어린이가 사망한 경우 감경 요인이 적용되면 징역 1년 6개월~3년을 선고할 수 있고, 가중 사유가 있을 경우 징역 4년~8년을 선고할 수 있게 됐다.

음주운전의 경우에도 혈중 알코올농도에 따른 양형기준을 신설했다. 혈중알코올농도 0.08%, 0.2%를 기준으로 형량이 올라간다. 혈중알코올농도 0.2% 이상 음주운전은 징역 2년 6개월∼4년까지 선고할 수 있다. 음주 측정을 거부하면 1년 6개월∼4년까지 선고된다.

어린이가 다칠 경우 최대 징역 10년 6개월, 사망하면 최대 징역 15년형을 선고한다. 현재 스쿨존 음주운전 어린이 치사 양형 기준은 최대 징역 12년이다.

스쿨존 내에서 알코올 농도 0.2% 이상으로 음주운전을 해 어린이를 다치게 하면 최고 징역 10년 6개월이 선고된다. 이 상태에서 다친 아이를 옮긴 뒤 뺑소니하면 16년 3개월까지 형량이 늘어날 수 있다. 스쿨존 내에서 만취 운전을 했다가 어린이를 사망에 이르게 하면 최고 15년형이 선고된다.

사망한 어린이를 두고 뺑소니하면 23년형, 사체를 유기한 뒤 뺑소니하면 26년형까지 각각 선고된다. 양형기준은 판사가 형을 정할 때 참고하는 권고적 성격으로 구속력은 없다. 다만 이에 벗어나는 판결을 할 때는 판결문에 그 이유를 기재해야 한다.

임주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상당히 형량이 높아진 것 같다. 홍보가 되면 적어도 스쿨존 지날 때 음주운전 사망사고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은 상당히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이어 “다만 스쿨존이 보통 아침 9시부터 오후 4~5시까지 아이들이 등하교하는 시간에 적용돼야 하는데 밤 11시나 자정, 심지어 공휴일에도 똑같이 적용하면 스쿨존 취지와 맞지 않을 수 있다. 법 적용에 있어서는 보완이 필요할 것 같다”고 했다.

음주운전 교통사고로 숨진 배승아(9) 양의 가족들이 지난 11일 오후 대전 추모공원에서 배양의 유골함을 봉안당에 봉안하고 있다. 배양 어머니는 봉안당 유리를 잡고 오열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음주운전 교통사고로 숨진 배승아(9) 양의 가족들이 지난 11일 오후 대전 추모공원에서 배양의 유골함을 봉안당에 봉안하고 있다. 배양 어머니는 봉안당 유리를 잡고 오열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앞서 최근 대전 스쿨존에서 만취 상태의 음주운전으로 배승아양이 치여 숨진 사건으로 ‘민식이법’ 실효성 논란이 제기됐다. ‘민식이법’은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인명 사고를 낼 경우 무기 또는 3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가중처벌하는 법이다. 2020년 3월에 법이 만들어진 후 3년이 지났지만, 스쿨존 내 어린이 교통사고는 2020년 483건에서 2021년에는 523건으로 오히려 크게 늘었다.

지난해에도 481건이 발생하는 등 스쿨존 교통사고가 해마다 약 500건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스쿨존 교통사고 중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경우는 단 1건에 불과했고 대부분 집행유예를 받았다. 이 때문에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더욱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편 서울경찰청은 지난 14일과 20일 서울 시내 스쿨존 교통법규 위반 행위를 집중 단속한 결과 신호 위반 124건과 보행자 보호의무 위반 177건을 포함해 모두 361건을 적발했다. 스쿨존 음주운전도 7건에 달했다. 이들 운전자 중 4명은 면허정지(혈중알코올농도 0.03~0.08%), 3명은 면허취소(0.08% 이상) 처분을 받았다.

같은 기간 별도로 진행된 음주운전 특별단속에선 217명이 적발됐다. 면허정지와 면허취소가 각각 86명, 131명이었다. 경찰은 오는 5월 31일까지 음주운전과 스쿨존 교통법규 위반을 특별 단속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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