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36개국 중 4번째 多
멕시코·코스타리카·칠레 順
주 3.8시간 줄여야 평균 돼

지난 14일 서울노동청 앞에서 노동법률가단체 회원들이 ‘노동시간 개악안 폐기’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지난 14일 서울노동청 앞에서 노동법률가단체 회원들이 ‘노동시간 개악안 폐기’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중남미 국가를 제외하면 우리나라 노동시간이 가장 길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23일 공개한 경제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한국의 노동시간은 1915시간으로 OECD 36개국 중 4번째로 많다. 한국보다 노동시간이 긴 국가는 멕시코(2128시간), 코스타리카(273시간), 칠레(1916시간)로 모두 중남미에 있는 국가다.

OECD 회원국의 평균 노동시간은 1716시간으로 조사됐다. 한국과 OECD 평균 노동시간 격차는 2008년 440시간에서 2021년 199시간으로 줄었지만, 여전히 격차가 크다는 것이 예산정책처의 지적이다. 우리나라 근로자들의 주 평균 노동시간은 1980년 53.9시간에서 지난해 38.3시간으로 29% 감소했다.

특히 ‘주52시간제’가 시작된 2018년 이후 노동시간은 연평균 2.2% 감소했다. 그러나 2021년 기준 한국의 연간 노동시간이 OECD 평균 수준이 되려면 주 평균 노동시간을 3.8시간 더 줄여야 한다.

올해부터는 노동시간의 감소 폭이 둔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위축됐던 생산·소비 활동이 살아나면 제조업, 서비스업 등 사회 전반적으로 노동력 투입이 더 많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6일 ‘주 52시간제’의 기본 틀은 유지하되 연장근로 단위를 ‘주’ 외에 ‘월·분기·반기·연’으로도 유연하게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노동시간 제도 개편안을 발표했다. 개편안은 현재 1주 12시간으로 제한된 연장근로를 특정 기간에 몰아 쓸 수 있게 하되, 나중에 그만큼 덜 일 하도록 하고 있다. 이 경우 주 최대근로시간은 현재 52시간에서 69시간으로 늘어난다.

하지만 개편안을 둘러싸고 젊은 층을 중심으로 비판 여론이 이어지자 윤 대통령은 “연장근로를 하더라도 주 60시간 이상은 무리”라며 제도 보완 지시를 내렸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1일에도 “주당 60시간 이상 근무는 건강 보호 차원에서 무리”라고 밝혔다. 사실상 ‘주 최대 60시간’을 상한선으로 제시하며 진화에 나선 것으로, 현재 제도 개선안을 마련 중인 고용부의 일종의 가이드라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지난달 14일 윤 대통령의 제도 ‘보완’ 지시 이후 이틀에 한 번꼴로 현장 노동자들과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이 장관이 주로 만난 건 MZ세대 노조를 중심으로 한 현장의 청년 근로자들이었다. 고용부는 이러한 행보를 당분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또한 69시간제로 논란이 된 정부의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의 보완을 위해 당정과 대통령실이 지난달 31일 머리를 맞대기도 했다. 당정대는 의견 수렴의 하나로 곧 6000명을 대상으로 대국민 여론조사와 심층면접을 실시하겠다는 계획이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근로시간은 두 번째로 길지만 생산성은 OECD 꼴찌”라며 “직장인 30%는 은행 업무나 담배를 피우는 등 사적인 업무에 근로시간을 많이 할애하고 있다. 근로시간을 늘리는 것보다는 생산성을 올리는 데 주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아이슬란드, 아랍에미리트 등은 주 4일간 일하고 있다. 주 32시간으로 생산성이나 효율성이 세계 1등”이라면서 “회의라든지 개인적인 시간을 최대한 줄이고 업무에 몰입해서 생산성 세계 1위가 됐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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