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우크라 무기지원 ‘전쟁 개입’

중 “말참견 허용 안해” 강력 비판

미, 신중론 속 “한국과 긴밀 협력”

“尹일방주의, 북핵‧미사일 공포가 원인”

(서울=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5월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집무실에서 열린 소인수 정상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2022.5.21
(서울=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5월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집무실에서 열린 소인수 정상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2022.5.21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 19일 외신 인터뷰에 대한 중국과 러시아의 강한 반발 속 양측 간 긴장이 고조되는 대신 미국 정부는 웃고 있어 대조를 이룬다.

윤 대통령이 당시 언급한 대만문제와 우크라이나 군사지원 문제는 중러 두 나라가 거칠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민감한 현안이었지만, 반면 이는 미국의 외교 정책과 요구에는 적극 화답하는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이 미국 국빈 방문을 앞두고 특히 우크라이나 무기지원과 관련, 한미 실무 간 협의가 끝난 사안에 대해 미리 밑자락을 깐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들 문제가 어떻게 다뤄질지 예상되는 만큼 가치를 표방한 일방주의적 외교 고집에 우려 역시 커지고 있다.

◆尹 인터뷰에 중러 강한 반발

윤 대통령은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무기지원 등에 대해 대규모 민간인 학살 등 상황이 발생한다면 “인도 지원이나 재정 지원에 머물러 이것만을 고집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여러 전제가 달려있긴 했지만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지원하지 않는다’고 확고하게 선을 그어왔던 그간의 정부 입장과 다소 온도차가 있어 정책 변화를 시사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국가 안보와 직결된 외교 사안을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독선적으로 결정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러시아는 같은날 즉각 “우크라이나에 대한 어떠한 무기 제공도 반러시아 적대 행위로 간주하겠다”고 경고했다. 또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공급 시작은 특정 단계의 전쟁 개입을 간접적으로 뜻한다”고도 했다.

윤 대통령은 대만해협 문제에 대해서도 강한 목소리를 냈다. 그는 “결국 이런 긴장은 힘에 의한 현상 변경 시도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면서 “우리는 국제사회와 함께 힘에 의한 현상 변경에 대해 절대 반대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에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대만 문제 해결은 중국의 몫”이라며 “타인의 말참견을 허용하지 않는다(不容置喙, 부용치훼)”고 강하게 비판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다음날 윤 대통령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지원 가능성 언급에 대해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말했고, 한국에 보복을 시사한 러시아의 위협에는 한국은 미국이 방어를 약속한 동맹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대만 문제와 관련해선 “평화로운 해결을 위해 한국과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미일과 달리 중러와는 설전도 불사한 尹정부

윤 정부는 이 과정에서 미일과는 달리 중국과 러시아와는 설전도 불사했다. 앞서 대일 굴욕 외교라는 비판이 나올 정도의 행태라든지 미 정보당국의 도감청 논란에 대한 대응하는 방식과는 전혀 딴판이라 이목이 쏠렸다.

대통령실은 당시 윤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무기지원에 대해 “정부 입장에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고, 대통령실 핵심관계자도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의 발언은 전제가 있는 답변이었다”며 “답변 그대로 이해해 달라”라고 거들었다.

대통령실은 당초 윤 대통령의 발언 진화에 진땀을 흘리는 모양새였지만 이후에는 기류 변화가 감지됐다. 20일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국제사회가 공분할 만한 대량 민간인 희생이 발생하지 않는 한”이란 조건부 답변을 내놓으며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행동할지 향후 러시아 행동에 달려 있다”고 맞받았다.

중국과는 더 거세게 반응했다. 중국 측의 막말에 가까운 표현에 한국 외교부는 “중국의 국격을 의심케 하는 심각한 외교적 결례”라고 지적했고 주한중국대사를 불러 강력히 항의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이어 친강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21일 포럼 기조연설에서 또 “대만 문제에서 ‘불장난을 하는 자는 반드시 스스로 불에 타 죽을 것(玩火者, 必自焚)’”이라며 한층 강경한 표현을 내놨다. 대상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윤 대통령 발언을 염두에 두고 한 말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내주 한미정상회담 주목되는 이유

다음주 윤 대통령의 방미 하이라이트인 한미 정상회담에서 나올 메시지가 주목되는 건 이 때문이다. 미국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대만·우크라이나 문제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고, 동맹도 이에 함께하기를 강하게 원해 왔다.

한미 정상회담도 예외가 아닐 가능성이 큰데 윤 정부의 외교정책 기조가 미국, 일본 등 자유 진영과 더욱 밀착하고 있는 데다 윤 대통령이 로이터 인터뷰에서 미측에 ‘선물’을 줄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는 해석까지도 나오는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예상 가능한 대목이라 중국·러시아 입장에선 더욱 예의주시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한 전문가는 천지일보와의 통화에서 “내주 미국 방문을 앞두고 우크라이나 관련 논의가 물밑에서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는데, 공동선언까지는 나오지 않을 것 같지만 밀약은 있을 수 있다”면서 “아울러 대만 문제는 현재 수준 또는 그 이상의 메시지가 공동선언에 담길 수 있어 우려된다”고 내다봤다.

이런 윤 대통령의 일방주의는 북한에 대한 적개심과 함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공포가 근저에 깔려있다는 게 그의 강조점이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대북 확장억제 카드를 넘어 독자 핵무장 방안을 꺼내들 수도 있다는 관측을 내놓는 이유인데, 전술핵 공유안 확보에 목적이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이 때문에 중러의 반발을 무릅쓰고서라도 일방주의를 선택했다는 것인데, 일견 설득력이 있어 보이지만 실제 전술핵을 어떤 식으로든 공유한다 해도 미국은 단 한 번도 핵버튼을 공유한 적이 없는 만큼 현실성 측면에서는 숙제라는 평가다. 다만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중러가 향후 국제사회의 신냉전 구도가 완화하면 한반도 비핵화 문제 해결을 위한 건설적 역할을 할 수 있는 나라들이라는 점에서 양자관계를 관리해야 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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