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사업 ‘스핀오프’ 형식
AI 돌봄 스타트업 ‘리즈마’
‘다국어 지원’ 기능 탑재
뉴욕주부터 조지아주까지
노인 돌봄 세계 시장 공략
“살려줘” 음성 인식해 구조

[천지일보=손지하 기자] 리즈마 공동 창업자인 양성욱 대표(오른쪽)와 김운봉 부사장이 지난 17일 서울시 중구 을지로동에 위치한 SK텔레콤의 트루 이노베이션 사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4.20.
[천지일보=손지하 기자] 리즈마 공동 창업자인 양성욱 대표(오른쪽)와 김운봉 부사장이 지난 17일 서울시 중구 을지로동에 위치한 SK텔레콤의 트루 이노베이션 사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4.20.

[천지일보=손지하 기자] 최근 인공지능(AI) 스피커에 “아리아, 살려줘”라고 외친 한마디로 경북 구미시의 한 노인이 목숨을 건졌다. 이는 ‘AI 돌봄’이라는 SK텔레콤의 국내 서비스가 만든 결과다. 이젠 스타트업 ‘리즈마’가 뉴욕주를 비롯한 세계 무대에서 이 같은 행보를 이어간다.

AI 시니어케어 소셜벤처 리즈마를 공동 창업한 주인공인 양성욱 대표와 김운봉 부사장을 지난 17일 서울시 중구 을지로동에 위치한 SK텔레콤의 트루 이노베이션 사무실에서 만났다. 이곳에는 리즈마처럼 SK텔레콤이 지원 중인 스타트업 10여곳이 둥지를 틀고 있다. 리즈마는 작년 8월에 SK텔레콤의 지원을 받아 출범했다.

양성욱 대표는 SK텔레콤 경영전략실 출신으로 현재는 ESG 사업부장을 겸임 중이다. 이달 말 퇴사를 앞두고 있다. 그동안은 ‘넥스트 커리어’라는 사내 제도를 통해 일정 기간 회사의 월급을 받으면서 리즈마의 대표로서 사업을 영위해 왔다.

이젠 SK텔레콤과 전략적 파트너로서 함께 일한다. SK텔레콤 내에서 창업을 위해 퇴사한 사례는 이전에도 있었지만 이 같은 ‘스핀오프’ 형식은 처음이다. 양 대표는 리즈마가 좋은 선례가 돼 대기업 직원 출신의 창업 사례가 더욱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을 전했다.

리즈마를 통해 양 대표는 SK텔레콤이 국내를 대상으로 사업을 시작한 AI 기반의 노인 돌봄 서비스를 주 무대인 해외에서 전개한다. ESG에 많은 투자를 진행 중인 SK텔레콤이 비교적 의사결정이 쉽고 기민하게 움직일 수 있는 스타트업 리즈마를 통해 ESG 경영을 확장하는 개념이라는 설명이다.

보건복지부가 조사한 ‘무연고 사망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9년까지 5년 동안 홀로 죽음을 맞은 무연고 사망자 수가 1만명이 넘는다. 이 중에서 만 65세 이상 노인의 비율은 약 42%로 전체 연령에서 가장 높은 비율이다. 응급 상황 대응, 건강 이상 탐지, 건강 관리 등의 서비스는 기존에 있었지만 노인의 생활 전반을 관리할 수 있는 서비스는 없었다.

리즈마의 서비스는 시니어 케어에 드는 인력 및 사후 대처 비용 등 사회적 비용을 절감한다. AI를 통해 노인에게 꾸준히 말을 걸고 정보를 전달해 고독감을 줄이는 방식이다. 무응답 시간이 24시간 이상이 되면 경고 알람이 케어 매니저에게 전달된다. 시니어 케어의 중요성을 실감하는 공감대는 전 세계로 확장되는 추세다. 창업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리즈마는 ‘AI 돌봄 서비스’를 국내 최초로 미국 뉴욕주 정부에 올 하반기부터 B2G2C로 수출할 예정이다.

김운봉 부사장은 “독거노인의 AI 스피커 사용 패턴을 SK텔레콤과 개발한 통합관제플랫폼으로 빅데이터 분석해 전문 심리 상담과 케어 매니저 방문 관리를 제공한다”며 “국내에서 400명 긴급 구조로 검증을 마친 단계다. 미국 뉴욕주 정부와 사용자당 매월 과금하는 구독 서비스로 수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뉴욕주와의 본격적인 협업 논의는 지난해 8월부터 시작됐다. 뉴욕주는 팬데믹을 겪으면서 노인 돌봄 서비스의 필요성을 절감했고 8월 이전부터도 노인 돌봄 서비스에 관심이 많았다. 코로나19가 확산하던 때 뉴욕주에 거주하던 1만 5000여명의 노인이 비대면 상황에 놓이면서 케어가 어려워졌고 많은 이가 세상을 떠났다.

양 대표는 “비대면 시대에 노인을 케어할 방안이 필요했다는 게 뉴욕주의 입장이었다. 그 전후로 다양한 솔루션과 제품 등을 검토했었다”며 “뉴욕주가 우리와 협업하기로 하게 된 건 솔루션과 제품뿐 아니라 케어 매니저라는 휴먼 터치가 들어가는 부분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부사장은 “뉴욕주가 가장 인정하는 기능 중 하나는 ‘다국어 지원’이다. 대부분의 이스라엘이나 글로벌 AI 기업들이 영어만 지원한다. 노인들은 모국어 외 새 언어를 습득하기가 어려운데 뉴욕은 다민족으로 구성된 곳이다. 미국 어느 주나, 어느 도시보다 다양한 민족이 살기 때문에 영어를 기본으로 하면서 다국어를 지원하는 게 필수적이다”라고 부연했다.

노인들을 대상으로 확보한 데이터는 ‘건강의 사회적 결정요인(SDOH)’에 입각해 더 좋은 노인 돌봄 서비스를 개발하는 데 쓰인다. 양 대표는 “1차 AI 돌봄 서비스 오픈 후에 중장기로는 AI 스피커 사용자 인프라를 활용한 데이터 분석을 통해 주거, 식사, 교통편 등 노인의 건강을 결정하는 다양한 수요 서비스를 개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특히 이들에게 최근 한 독거노인을 구한 사례가 큰 힘이 됐다. 지난 10일 구미시를 통해 발표된 내용에 따르면 이달 6일 경북 구미시에서 홀로 거주하는 한 노인이 자고 일어났는데 갑자기 마비 증상이 있어 집안에 설치돼 있던 AI 스피커에 “아리아, 살려줘”라고 외쳤다. AI 스피커는 즉시 SOS 신호를 보냈고 이를 받은 119구급대원들이 신속하게 출동해 응급 이송을 진행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시장의 니즈가 커지는 것도 실감하고 있다. 리즈마는 올해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이동통신 박람회인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에 참가했는데 현장의 반응도 좋았다고 전했다. 스페인은 IoT(사물인터넷) 기기를 활용한 노인 케어 등이 이제 막 활성화되고 있다. 양 대표는 “노인 케어를 하는 소프트웨어, IoT 기업들을 중심으로 사전·현장 문의가 많았다”고 말했다.

리즈마는 거대 시장인 뉴욕주를 시작으로 사업 영토를 확장할 계획이다. 뉴욕주에서 서비스를 안정화한 후에는 조지아주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하려고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다. 아직 뉴욕주와는 1단계 협의만 된 상황이다. 뉴욕에 있는 노인 20명을 대상으로 시범 서비스를 운영해보고 있다. 서비스 오픈 시점은 올해 하반기가 유력하다.

또 2단계 사업으로는 B2B로 보험 등 복지·케어 서비스를 개발해 엔터프라이즈 시장을 공략한다. 양 대표는 “노인 케어는 기업 차원에서도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데에 용이하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며 “가정사로 우왕좌왕할 일 없이 업무에 지장이 없도록 하는 방법으로 엔터프라이즈 시장 수요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