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미 앞두고 로이터통신 인터뷰

대통령실 “정부 입장 변화 無” 진화

러 “우크라 무기공급은 전쟁개입 의미”

中겨냥한 尹에 대한 반발도 불보듯 뻔한 상황

(서울=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8일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에서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하고 있다. 2023.4.19
(서울=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8일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에서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하고 있다. 2023.4.19

[천지일보=김성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한날 러시아와 중국이라는 두 강대국을 동시에 때렸다.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는 군사적 지원 제공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혀 러시아를 자극하더니 중국을 겨냥해서는 ‘절대’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대만해협에 대한 무력 현상변경 반대를 외친 것이다.

국내외적으로 후폭풍이 거셀 것으로 전망되는데, 일각에선 ‘윤 대통령 자신이 무슨 얘기를 하는지 아는 건지 모르겠다’는 비아냥섞인 목소리와 함께 일제 강제동원 해법부터 미국 정보당국의 도감청 논란에 대한 대응 방식까지 증폭되고 있는 비판 여론을 덮기 위한 의도라는 해석까지 나온다.

◆尹, 우크라에 조건부 군사지원 가능성 시사

윤 대통령이 이날 보도된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민간인 대규모 공격, 대량학살, 중대한 전쟁법 위반 발생을 전제로 “인도 지원이나 재정 지원에 머물러 이것만을 고집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 살상용 무기를 포함한 군사적 지원을 고려할 수 있다는 취지인데, 그간 윤 정부의 입장에 변화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윤 정부는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이후 경제적·인도적 지원을 벗어난 군사적 지원에는 선을 그어왔다. 이런 방침은 러시아와의 관계를 감안한 마땅한 전략으로 해석됐다.

하지만 돌연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무기를 포함한 군사 지원 가능성을 내비치자 정치권 안팎에선 윤 정부가 이미 우크라이나군에 살상무기를 직접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내주 미국 국빈 방문을 앞두고 물밑에서 관련 협상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인데, 윤 대통령이 군사 지원 조건으로 내건 민간인 공격 등이 진작에 다수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서 명분축적용일 수 있다는 것이다. 미측에 ‘선물’을 줄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는 이유다.

게다가 155㎜ 포탄 수십 만발이 해외 반출된 정황이 확인됐다는 MBC 보도에 군이 딱히 부인하지 않는 것도 이 같은 해석에 힘이 실린다. 일각에선 윤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는 지원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고수해 왔는데, 이런 설명과는 달리 꽤 오래전부터 수십만의 포탄을 독일로 보내온 정황이 드러나자 사과는 커녕 군사 지원을 정당화하는 논리로 이슈를 뭉갰다는 시각도 있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발언 진화에 진땀을 흘리는 모양새다. 대통령실은 이날 “정부 입장에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도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의 발언은 전제가 있는 답변이었다”며 “답변 그대로 이해해달라”고 거들었다.

◆우크라에 병력 파병까지도 거론

더욱 놀라운 건 윤 대통령이 이번 로이터 인터뷰에서 불법적으로 침략을 당한 우크라이나에 대한 ‘방어’와 함께 전후 ‘복구’를 거론했다는 점이다. (the extent of the support to defend and restore a country that's been illegally invaded both under international and domestic law.)

이는 우크라이나 지원책의 하나로 파병을 검토할 수 있다는 것인데, 국내 여론의 반발을 불러 올 수 있는 사안을 어떤 과정도 없이 무책임하게 내뱉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나아가 파병은 우크라이나 측의 요청에 더해 우리 국회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견해가 대체적이다.

여론뿐만 아니라 정치권의 반대도 넘어서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윤 대통령의 말대로 우크라이나 전쟁 종료 뒤 재건 과정에 참여할 공병부대 등의 파병 가능성은 열려 있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가 윤 대통령의 우크라이나에 조건부 살상무기 지원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을 두고 ‘전쟁 개입을 뜻한다’고 경고해 양국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한국을 지목해 무기 지원을 경고한지 6개월만이다.

19일(현지시간) 로이터, 리아 노보스티 통신 등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러시아 대통령실) 대변인은 기자들과 전화통화에서 관련 질문에 “물론 무기 공급 시작은 특정 단계의 전쟁 개입을 간접적으로 뜻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제재 등의 측면에서 새로운 것은 없다”며 “유감스럽게도 한국은 전체 과정에서 다소 비우호적 입장을 취해왔다”고 설명했다.

심지어 러시아와 북한 간 군사밀착 강화 가능성도 예고했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실은 “페스코프 대변인의 언급은 가정적 상황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라며 “코멘트하지 않고자 한다”고 말을 아꼈다. 이어 “윤 대통령의 로이터통신 인터뷰 내용을 정확히 읽어볼 것을 권한다”고 덧붙였다.

◆중국 겨냥해서도 강한 목소리

윤 대통령은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첨예한 갈등이 계속되고 있는 중국과 대만해협에 대해서도 강한 목소리를 냈다. 미국 주도의 대중국 견제전략인 인도태평양 전략에 적극 동참하는 모습이다.

윤 대통령은 중국과 대만의 양안 갈등 및 이를 둘러싼 국제사회의 긴장과 관련해 “결국 이런 긴장은 무력으로 현상을 바꾸려는 시도 때문에 생긴 것”이라면서 “우리는 국제사회와 함께 이러한 변화에 절대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상대가 있는 외교 관계에서 ‘절대’라는 수사를 쓴 건 꽤나 ‘아마추어적’이라는 평가를 내놓는다.

또 “대만 문제는 단순히 중국과 대만 사이의 문제가 아니라 북한과 마찬가지로 전 세계적인 문제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도 했다. 이에 로이터는 “중국과 미국의 패권 경쟁 속에서 윤 대통령은 중국이 한국의 최대 교역국이라는 사실 때문에 조심스럽게 접근해왔지만, 대만 해협의 긴장에 대해서는 목소리를 높였다”고 전했다.

로이터는 이렇게 분석했지만 윤 정부는 출범을 전후해 가치외교를 전면에 내걸었던 만큼 표면적으로만 신중한 모습을 취했지 한중관계를 처음부터 등한히 여겨왔다는 진단이다. 실제 출범 초기 실력도 없으면서 ‘탈중국’을 외치는 등 이후 매월 중국과의 적자가 큰 폭으로 쌓여가고 있는데도 강 건너 불구경이다. 한미일 대 북중러라는 신냉전 구도가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건 이 때문이다.

또다시 윤 대통령이 중국을 자극하는 발언을 한 것인데, 이전 사례를 봐도 중국의 강한 반발을 불러일으킬 것은 불 보듯 뻔한 상황이다. 앞서 지난 2월 22일 박진 외교부 장관이 미국 CNN에 대만 문제와 관련해 “한국은 무력에 의한 일방적인 현 상태 변경을 반대한다”면서 “우리는 대만 해협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다면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유지해야 한다. 우리나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말했을 때도 중국은 즉각 날선 비난을 내놓았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박 장관의 발언이 공개된 뒤 “대만 문제는 중국의 내정으로, 다른 사람이 말참견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不容置喙, 부용치훼)”고 강하게 지적했다.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한반도의 문제’라고 규정한 것조차 ‘부용치훼’로 받아쳤던 중국이 이를 ‘전 세계의 문제’라고 규정한 윤 대통령의 말에 어떤 반응을 내놓을지는 쉽게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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