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았던 경치 몇 시간 만에 잿더미
주민 “여전히 마음 아프고 힘들어”
관광객 “예약돼 왔지만 눈치 보여”
강원도, 관광 활성화 캠페인 추진
산불피해 외 지역 관광객 찾아와

[천지일보 강릉=이현복 기자] 본지가 18일 강릉시 난곡동을 찾았다. 피해 현장에는 지난 11일 발생한 산불로 한 펜션이 불에 타 건물만 덩그러니 남아 있다. ⓒ천지일보 2023.04.18.
[천지일보 강릉=이현복 기자] 본지가 18일 강릉시 난곡동을 찾았다. 피해 현장에는 지난 11일 발생한 산불로 한 펜션이 불에 타 건물만 덩그러니 남아 있다. ⓒ천지일보 2023.04.18.

[천지일보 강릉=이현복 기자] 강풍으로 인해 전선이 단전되면서 지난 11일 강원도 강릉시 난곡동에 발생한 산불이 진압된 지 일주일이 지났음에도 현장에는 매캐한 냄새가 여전히 코를 찔렀다.

본지가 강릉시 난곡동 산불 피해지역을 찾은 18일 오전 경찰관들은 현장을 순찰하며 혹여나 특이사항은 없는지 전소된 곳에서 절도사건이 발생하지는 않는지 살피고 있었다.

경포동에 거주한다는 김해숙(가명, 60, 여)씨는 “불길이 순식간에 휩싸였다”며 “나무도 많고 경치도 좋았는데 너무 마음이 아프다”고 우울해했다. 이어 “현재 실사를 통해 해당 부서에서 조사했고 실질적인 지원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천지일보 강릉=이현복 기자] 산불 피해로 전소된 건물. ⓒ천지일보 2023.04.18.
[천지일보 강릉=이현복 기자] 산불 피해로 전소된 건물. ⓒ천지일보 2023.04.18.

산불 피해지역에서 멀지 않은 바다를 향하자 예약한 숙소는 피해가 없어 관광 온 방문객을 만날 수 있었다. 박성희(가명, 20대, 여)씨는 “남양주에서 친구들과 경포대를 찾았는데 분위기가 어수선하고 먹을 것이 마땅치 않아 시내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상가를 운영하는 장동현(가명, 50대, 남)씨는 “그동안 슈퍼를 운영하면서 이렇게 큰불은 처음 경험했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러면서 그는 “불이 나자마자 차를 타고 피난했는데 불덩이가 날라왔다. 집이 다 탈 줄 알고 다급했는데 다행히 타진 않았지만 마음이 아프다”고 안타까워했다. 또 “관광객이 적게 올까 피해 운운하는데 시간이 지나봐야 피부로 느껴질 것 같다”며 “주민들은 불난 것 치우느라 관광객을 신경 쓸 여력이 없고 정신도 없다”고 답했다.

[천지일보 강릉=이현복 기자] 불에 탄 데크. ⓒ천지일보 2023.04.18.
[천지일보 강릉=이현복 기자] 불에 탄 데크. ⓒ천지일보 2023.04.18.

한 건물에서 다 타버린 데크를 바라보던 한 주민은 “신랑이 불 끄러 나갔었는데 데크는 타버렸지만 불을 끄지 않았다면 여기 있는 소나무가 다 탔을 것”이라며 “마스크도 못 쓰고 모래 뿌리고 물 뿌리고 난리도 아니었다. 얼굴이 새카맣게 탔다”고 당시 상황을 심각하게 설명했다.

조금 이동해 산불 피해 지역의 이재민들 상황은 어떠한지 이재민 대피소를 찾았다.

대피소에 있는 이재민들은 다소 피곤해 보였고 먼지도 많은데다 정신도 없어 지쳐 보였다.

[천지일보 강릉=이현복 기자] 대피소에서 만난 이재민이 당시 불이 난 상황에 대해 하소연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4.18.
[천지일보 강릉=이현복 기자] 대피소에서 만난 이재민이 당시 불이 난 상황에 대해 하소연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4.18.

대피소에 있는 한 주민은 “시에서 지정해준 펜션으로 이동할 계획”이라며 “정부의 피해보상도 80%만 나왔으면 좋겠다. 보험사와 정부가 잘 소통해서 신속하게 지급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경포에서 펜션을 운영하던 이재민도 “사업장이 전소됐다”며 “곧 시에서 제공한 임시거처로 이동할 예정이다. 하루속히 행정기관서 피해 규모를 취합해 보상이 이뤄지면 좋겠다”고 바랐다.

또 다른 주민은 웃으면서 “내가 웃는 게 웃는 것이 아니라”며 “텐트가 내 전 재산이 됐다”고 허탈해했다.

대피소에는 이재민들이 산불을 피하느라 급히 챙겨온 옷가지와 생활용품이 전부였다. 보건소에서 이재민을 위해 심리상담을 운영해 상담하는 이재민도 눈에 띄었다. 대부분 이재민이 시에서 지정한 펜션으로 이동하고 현재 50~60여가구 남아 있었다. 남아 있는 이재민은 130여명이다.

[천지일보 강릉=이현복 기자] 봉사단에에서 이재민들을 돕고 있다. ⓒ천지일보 2023.04.18.
[천지일보 강릉=이현복 기자] 봉사단체가 이재민들을 돕기 위해 식사봉사를 준비 중이다. ⓒ천지일보 2023.04.18.

대구에서 강릉까지 식사봉사를 온 봉사단체도 있었다.

아름다운동행 봉사단 정한교 총괄대표는 “400인분의 식사를 제공하고 있는데 현재 수가 많이 줄어서 270인분의 식사를 책임지고 있다”며 “전국에서 봉사단체들이 똘똘 뭉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강원도적십자사에서는 이재민들을 위해 매일 이동세탁을 운영하고 있었다.

한편 강원도는 산불피해로 인해 관광경기가 침체될까 관광 활성화를 위해 캠페인을 추진하고 있다. 백창석 강원도 문화관광국장은 “동해안으로 관광을 와주시는 것이 피해지역의 아픔을 위로하고 큰 힘이 되어 주는 것”이라며 “피해지역 관광경기 조기 회복과 내수활성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천지일보 강릉=이현복 기자] 강릉을 찾은 관광객. ⓒ천지일보 2023.04.18.
[천지일보 강릉=이현복 기자] 강릉을 찾은 관광객. ⓒ천지일보 2023.04.18.

산불 피해 지역에서 조금 떨어진 사천항에서 만난 한 관광객은 “산불 피해지역은 미안해서라도 관광을 못 갈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11일 강릉시 난곡동에서 발생한 산불은 8시간 만에 진압됐지만, 강풍으로 인해 삽시간에 불이 번지면서 소방대응 3단계까지 올라갔다. 집들이 전소돼 현장은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천지일보 강릉=이현복 기자] 화마와 강풍을 이기지 못하고 까맣게 타 쓰러진 노송. ⓒ천지일보 2023.04.18.
[천지일보 강릉=이현복 기자] 화마와 강풍을 이기지 못하고 까맣게 타 쓰러진 노송. ⓒ천지일보 2023.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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