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최대 69시간’ 입법예고 종료
사회적 논란 커 의견 수렴 신중
‘주 최대 60시간’이 가이드라인
양대노총 “시대착오적인 악법”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과 각계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이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노동시간 개악안 폐기 촉구 의견서 제출 기자회견에서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과 각계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이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노동시간 개악안 폐기 촉구 의견서 제출 기자회견에서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정부가 ‘주 69시간 근무’ 의견 수렴을 지속하기로 한 가운데 향후 개편안이 어떻게 보완될지 주목된다. ‘주 최대 69시간(주 7일 기준 80.5시간)’ 근무가 가능한 근로 시간 개편안의 입법예고 기한이 17일로 종료됐다. 윤석열 대통령의 개편안에 대한 ‘재검토’ 지시 이후 주무 부처인 고용노동부가 의견 수렴에 나섰지만, 아직 수정안을 내놓지 못했다.

고용부는 일단 공식적인 입법예고 기간은 종료됐지만, 기한에 구애받지 않고 충분한 의견 수렴을 거쳐 수정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개편안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큰 만큼 개선안 마련을 위해 보다 폭넓게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취지다.

◆당정대 “6천명 국민 여론조사 실시”

지난달 6일 근로 시간 제도 개편안을 발표한 고용부는 당초 40일간의 입법예고 기간을 거쳐 오는 6~7월께 국회에 입법을 제출할 예정이었다. 개편안은 현재 1주 12시간으로 제한된 연장근로를 특정 기간에 몰아 쓸 수 있게 하되, 나중에 그만큼 덜 일 하도록 하고 있다. 이 경우 주 최대근로시간은 현재 52시간에서 69시간으로 늘어난다.

하지만 개편안을 둘러싸고 젊은 층을 중심으로 비판 여론이 이어지자 윤 대통령은 “연장근로를 하더라도 주 60시간 이상은 무리”라며 제도 보완 지시를 내렸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1일에도 “주당 60시간 이상 근무는 건강 보호 차원에서 무리”라고 밝혔다.

사실상 ‘주 최대 60시간’을 상한선으로 제시하며 진화에 나선 것으로, 현재 제도 개선안을 마련 중인 고용부의 일종의 가이드라인이 되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지난달 14일 윤 대통령의 제도 ‘보완’ 지시 이후 이틀에 한 번꼴로 현장 노동자들과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이 장관이 주로 만난 건 MZ세대 노조를 중심으로 한 현장의 청년 근로자들이었다. 고용부는 이러한 행보를 당분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또한 69시간제로 논란이 된 정부의 근로 시간 제도 개편안의 보완을 위해 당정과 대통령실이 지난달 31일 머리를 맞대기도 했다. 당정대는 의견 수렴의 하나로 곧 6000명을 대상으로 대국민 여론조사와 심층면접을 실시하겠다는 계획이다. 고용부는 현재 여론조사 질문지 문항을 검토 중이며, 전문가들도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론조사 결과에 따라 근로 시간 개편안은 동력을 상실할 수도, 살아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근로시간제도 개편 관련 당·정·대 조찬간담회가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민의힘 박대출 정책위의장, 임이자 환경노동위원회 국민의힘 간사,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이관섭 대통령비서실 국정기획수석이 참석한 가운데 열리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근로시간제도 개편 관련 당·정·대 조찬간담회가 지난달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민의힘 박대출 정책위의장, 임이자 환경노동위원회 국민의힘 간사,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이관섭 대통령비서실 국정기획수석이 참석한 가운데 열리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양대노총, 다음달 정부 입법안 폐기 투쟁

양대 노총은 최근 근로 시간 개편안을 ‘시대착오적인 악법’이라고 규정하며 폐기를 촉구하는 의견서를 정부에 제출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일주일에 ‘최대 69시간 노동’이 가능한 정부 입법안을 폐기하고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정희 민주노총 정책실장은 “주 40시간제를 무력화하고 법정 근로시간의 거의 2배에 가까운 69시간 상한을 허용하는 시대착오적 악법”이라고 비판했다.

양대 노총은 다음달 1일 전국노동자대회 등 대규모집회를 시작으로 정부 입법안 공동 폐기 투쟁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정부가 입법안을 폐기하지 않고 강행할 경우 대국회 공동투쟁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고용부는 현장 근로자들과의 대화 일정이 마무리되는 대로 양대 노총과의 만남도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아이슬란드, 4일 일하고 생산성 세계 1위”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근로 시간은 두 번째로 길지만 생산성은 OECD 꼴찌”라며 “직장인 30%는 은행 업무나 담배를 피우는 등 사적인 업무에 근로 시간을 많이 할애하고 있다. 근로 시간을 늘리는 것보다는 생산성을 올리는 데 주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아이슬란드, 아랍에미리트 등은 주 4일간 일하고 있다. 주 32시간으로 생산성이나 효율성이 세계 1등”이라면서 “회의라든지 개인적인 시간을 최대한 줄이고 업무에 몰입해서 생산성 세계 1위가 됐다”고 강조했다.

‘주 최대 69시간’ 근로 시간 제도에 대해 ‘과민한 반응’이라는 견해도 있다.

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아주 특이한 사례에 한해서이지 69시간이 실제로 적용되지 않는 걸 갖고 침소봉대하고 있다. 다들 ‘69시간’ 프레임에 갇혀 사람들이 화를 내고 있다”며 “너무 과민한 반응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재검토하라 했으니 좀 더 합리적인 안이 나올 걸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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