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54 수송기 타고 VR 체험
“자연·역사·평화 조화 이뤄”
“평화의 소중함 다시 깨달아”
편 가르지 않는 ‘평화놀이터’

[천지일보 오산=노희주 기자] 신(新) 유엔군 초전기념비. ⓒ천지일보 2023.04.17.
[천지일보 오산=노희주 기자] 신(新) 유엔군 초전기념비. ⓒ천지일보 2023.04.17.

[천지일보 오산=노희주 기자] 봄은 삶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계절로 자연은 싹이 나고 꽃이 피며 모든 것이 새로워지는 아름다운 시기이다. 이와 함께 봄에는 여행하기에도 가장 좋은 계절 중 하나다. 따뜻한 날씨와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액티비티,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명소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봄에 방문하기 좋은 명소 중 하나는 서울에서 차로 약 50분 정도 소요되는 경기도 오산시에 있는 ‘오산 죽미령 평화공원’이다.

오산 죽미령 평화공원은 자연과 사람이 공존하는 아름다운 장소다. 이곳은 한국전쟁에서 희생된 유엔군 장병들의 기념비로 조성됐으며 전쟁으로 인한 희생과 상처를 되새기고 평화와 존중의 메시지를 전하는 오산시의 대표적인 명소다.

[천지일보 오산=노희주 기자] 스미스 특수 임무부대가 죽미령 전투에 참전하기 위해 한국으로 올 때 타고 온 더글라스 C-54수송기의 모양을 그대로 본떠 만든 게이트(더글라스 C-54조형게이트). ⓒ천지일보 2023.04.17.
[천지일보 오산=노희주 기자] 스미스 특수 임무부대가 죽미령 전투에 참전하기 위해 한국으로 올 때 타고 온 더글라스 C-54수송기의 모양을 그대로 본떠 만든 게이트(더글라스 C-54조형게이트). ⓒ천지일보 2023.04.17.

◆부대원의 1인칭 시점서 관람

죽미령 평화공원 내에 있는 스미스 평화관은 찰스 스미스 중령의 이름을 따서 지어졌다. 찰스 스미스 중령은 1950년 6.25전쟁 당시 스미스 특수임무부대를 이끄는 역할을 맡았다. 같은해 7월 1일 맥아더 사령부의 특명을 받은 스미스 중령은 북한군을 저지하는 임무를 갖고 C-54 수송기에 몸을 싣고 한반도로 파견됐다.

스미스 평화관에서는 관람객이 스미스 특수임무부대의 일원이 돼 1950년 7월 5일 오산 죽미령 전투 현장으로 부대원의 1인칭 시점에서 시설을 관람한다.

스미스 부대가 한국으로 오기 위해 탑승했던 C-54 수송기를 타고 VR 체험을 해보며 스미스 부대원이 돼 그날을 상상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대원들은 1950년 7월 1일 부산에 도착해 대전을 거쳐 5일이 돼서야 오산 죽미령에 도착해 방어전지를 구축한다. 이들은 접근사격 개시 명령과 함께 총격전을 벌이다 적군의 포위와 탄약의 소진으로 철수를 결정하고 포화 속에서 퇴각한다.

비록 죽미령 전투는 패전했지만 북한군 진군 속도를 늦추는 성과를 냈다.

[천지일보 오산=노희주 기자] 평화공원 내에 있는 거울 연못은 전장을 향하는 용사들의 모습이 물 그림자 지는 추모 공간이다. ⓒ천지일보 2023.04.17.
[천지일보 오산=노희주 기자] 평화공원 내에 있는 거울 연못은 전장을 향하는 용사들의 모습이 물 그림자 지는 추모 공간이다. ⓒ천지일보 2023.04.17.

관람을 마치면 스미스 중령과 그의 동료들의 노력과 희생을 기림과 동시에 평화적인 미래를 위해 전쟁의 비극성과 위험성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천안시 용곡동에서 온 이정(40대)씨는 “아이들과 함께 오산 죽미령 평화공원을 방문했다”며 “평소에 아이들에게 전쟁과 평화에 대해 설명하려고 했는데 이곳에서 교육할 수 있어서 좋았다. 또한 자연과 역사, 평화가 조화를 이루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라고 했다.

최선호(50대, 경기 오산시 신장동)씨는 “죽미령 전투에서 희생된 병사들의 기념비와 각 기념관에서 희생한 미군들에 대한 감사와 경의의 뜻을 표할 수 있어 좋았다”며 “이런 공간이 유지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관람에 대한 평을 했다.

[천지일보 오산=노희주 기자] 전쟁 당시 유엔군 병사들 모형. ⓒ천지일보 2023.04.17.
[천지일보 오산=노희주 기자] 전쟁 당시 유엔군 병사들 모형. ⓒ천지일보 2023.04.17.

◆생동감 있는 죽미령 전투 감상

유엔군 초전기념관은 한국전쟁 당시 유엔군의 희생과 헌신을 기리는 곳이다. 전시되는 다양한 역사 자료들과 전시물들을 통해 한국전쟁의 비극성과 희생을 되새기며 미래의 평화를 기원하고자 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1층에는 안내데스크와 평화배움터(교육실), 수장고가 있고 2층에는 다양한 전시물과 역사적인 자료들을 전시하고 있다.

1층 엘리베이터 옆에는 1952년 6.25전쟁 중 미군이 참호에 있는 사진을 바탕으로 만든 부조가 전시돼있다. 유엔군이 우리나라 자유와 평화를 수호하기 위해 참전했던 의미로 제작됐다.

2층에서는 전쟁 당시 유엔군 병사들이 착용했던 복장과 그들이 사용한 일용품 등을 전시하고 있다. 또한 6시간 15분의 죽미령 전투가 어떻게 진행됐는지 볼 수 있는 전투 시뮬레이션이 있어 생동감 있는 죽미령 전투를 감상할 수 있다.

[천지일보 오산=노희주 기자] 감사의 마음이 담긴 태극기들. ⓒ천지일보 2023.04.17.
[천지일보 오산=노희주 기자] 감사의 마음이 담긴 태극기들. ⓒ천지일보 2023.04.17.

더불어 죽미령 전투 참전용사들의 생생한 기억을 인터뷰한 ‘스미스 부대로부터 온 편지’ 영상을 보며 그날을 공감해보는 시간을 가져 본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아이들과 기념관을 찾게 됐다는 김미령(가명, 40대, 경기 오산시 궐동)씨는 “저번에 왔을 땐 스미스 평화관만 들렸었는데 오늘은 유엔군 초전기념관까지 방문했다”며 “전투 시뮬레이션을 보면서 설명을 들으니 아이들도 집중하면서 듣고 ‘그날의 긴박함과 두려움이 얼마나 컸을까’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소감을 전했다.

또 다른 방문객 손정호(20대, 경기 군포시 당정동)씨는 “평화공원에 처음 방문했는데 초전기념관에서 본 영상이 너무 충격적”이라며 “전쟁에서 많은 희생자가 있었다는 것을 다시금 느꼈고 그래서 평화가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 한번 깨달았다”고 말했다.

6시간 15분간의 죽미령 전투로 찾아온 평화의 시간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조형물. 가운데의 다알리아 꽃의 꽃말은 '감사'로 참전용사를 향한 감사를 표현하고 있다. (제공: 오산시) ⓒ천지일보 2023.04.17.
6시간 15분간의 죽미령 전투로 찾아온 평화의 시간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조형물. 가운데의 다알리아 꽃의 꽃말은 '감사'로 참전용사를 향한 감사를 표현하고 있다. (제공: 오산시) ⓒ천지일보 2023.04.17.

◆추모와 평화의 상징 ‘평화공원’

유엔군 지상군의 첫 전투가 있었던 죽미령 일대에 있는 추모와 평화의 상징인 평화공원에는 구(舊)·신(新) 유엔군 초전기념비, 더글라스 C-54조형게이트, 거울 연못, 워터커튼 등의 조형물과 평화놀이터가 있다.

구 유엔군 초전기념비는 경기도 등록문화재로서 1955년 건립했다. 전쟁이 끝나고 미군이 돌아와 전쟁에서 희생된 540명의 스미스 부대원을 상징하는 540개의 돌을 쌓아 올린 기념비다. 신 유엔군 초전기념비는 1982년에 건립됐으며 스미스 부대원의 전투장면과 3개의 진지구축을 세 겹의 탑신으로 형상화했다.

평화놀이터는 편을 가르지 않고 모두 함께 어우러져 놀 수 있도록 넓은 부지에 다양한 놀이 요소를 반영한 모래 놀이터로 아이들이 자유롭게 뛰어놀기 좋다.

편을 가르지 않고 모두 함께 어우러져 놀 수 있도록 넓은 부지에 다양한 놀이 요소를 반영한 모래 놀이터(평화놀이터). (제공: 오산시) ⓒ천지일보 2023.04.17.
편을 가르지 않고 모두 함께 어우러져 놀 수 있도록 넓은 부지에 다양한 놀이 요소를 반영한 모래 놀이터(평화놀이터). (제공: 오산시) ⓒ천지일보 2023.04.17.

경기도 수원에서 왔다는 박서희(가명, 30대)씨는 “평화공원이 추모와 평화의 상징을 나타내는 조형물의 메시지가 잘 전달되고 죽미령 전망대와 대형 태극기를 지나서 걷는 숲길은 정말 상쾌하고 즐거웠다”며 “스미스 평화관에서는 미국과 한국의 우정에 대해 더 알게 됐다”고 이야기했다.

평소 산책을 좋아한다는 박철모(50대, 경기 화성시 동탄3동)씨는 “죽미령 평화공원은 자연 친화적인 공간이라서 좋고 자연의 아름다움도 함께 느낄 수 있다”며 “특히 무장애 평화 숲길이 제일 좋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오산 죽미령 평화공원은 아름다운 자연과 역사적인 가치가 공존하는 특별한 장소인 만큼 이번 봄에는 오산 죽미령 평화공원에서 산책과 역사 탐방을 즐겨보는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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