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구 전 대표 의혹 수사 중
현대차 유관 회사에 맞투자
한 때 동맹이 지금은 족쇄로

구현모 KT 대표 프로필 사진. (제공: KT) ⓒ천지일보 2020.11.17
구현모 KT 대표 프로필 사진. (제공: KT) ⓒ천지일보 2020.11.17

[천지일보=손지하 기자] 구현모 전(前) KT 대표이사를 향한 검찰의 수사망이 좁혀 오는 가운데 수사가 끝까지 전개될지, 현대자동차까지 수사 범위가 확대될지 관심이다. 기업 범죄, 공정거래에 대한 현 정권의 검찰 수사 성향을 보면 수사가 허투루 진행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미 국회의원 쪼개기 후원 혐의로 항소심에서 유죄를 판결받은 구 전 대표는 최근 KT 대표직을 연임하려고 하는 과정에서 시민단체로부터 고발을 당해 총 4가지 의혹으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KT 대표 자리를 두고 구 전 대표가 정권과 기 싸움을 벌이는 상황에서 정권의 의중에 따라 검찰이 ‘압박 수사’를 전개한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시민단체 정의로운사람들은 지난달 7일 구 전 대표와 윤경림 사장(당시 대표이사 후보자)을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이 단체는 검찰에 ▲KDFS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구현모 전 대표의 쌍둥이 형 구준모씨에 대한 불법 지원 ▲KT 소유 호텔과 관련한 정치권 결탁 ▲KT 사외이사에 대한 향응과 접대 등 4개 의혹에 대한 수사를 요청했다. 검찰은 고발 하루 만에 구 전 대표와 윤 사장의 업무상 배임 혐의에 대한 시민단체 고발을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 이정섭)에 배당했다.

서울중앙지검은 구 전 대표가 현대차를 통해 친형을 불법 지원한 게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현대차는 2021년 7월 구 전 대표의 친형이 운영했던 자동차용 소프트웨어 업체인 에어플러그를 281억원(2019년 9월 36억원 지분투자 포함)에 인수했고, KT의 자회사 KT클라우드는 2022년 9월 정의선 현대차 회장의 동서가 운영하던 차량용 클라우드 업체인 스파크앤어소시에이츠를 206억원가량에 인수했다.

2021년 9월엔 현대차 부사장으로 재직하던 윤경림 사장이 KT로 재입사했는데 이 역시 구 전 대표 친형에 대한 불법지원과 무관하지 않다는 게 시민단체의 고발 내용이다.

[천지일보=손지하 기자] 2일 서울시 종로구에 위치한 KT 광화문지사 앞에 ‘구현모 OUT’ 등이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다. ⓒ천지일보 2023.02.02
[천지일보=손지하 기자] 2일 서울시 종로구에 위치한 KT 광화문지사 앞에 ‘구현모 OUT’ 등이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다. ⓒ천지일보 2023.02.02

법리·정치 전문가 및 업계 관계자는 구 전 대표에 대한 수사가 끝까지 갈 것으로 봤다. 근거 유무에 따라 현대차로도 수사가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변호사 A씨는 “조현범 한국타이어 회장 구속 사례만 봐도 옛날하고는 수사 강도 자체가 다르다. 의지만 있다면 처벌 못 할 건 없다”며 “법으로만 볼 게 아니라 검찰 조직이나 검사 성격을 봐야 하는데 검찰총장을 비롯해 서울중앙지검장과 그 라인은 지금 초강성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공안도 특수부도 없어졌으니까 검찰이 확실히 보여주겠다는 건데 기업 범죄와 공정·불공정을 수사하는 하나의 루트를 찾은 셈”이라고 덧붙였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검찰은 한 번 손을 대면 성과를 내는 게 관례다. 흐지부지하게 끝나면 수사진이 여러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니 쉽게 끝나진 않을 것”이라며 “정치적으로 보면 사안의 중대성을 따질 것 같다. 검찰은 현대차라고 봐주는 게 없다. 정의선 회장과 직결되는 사안이거나 현대차 운영에 치명타가 될 수도 있다면 모르겠지만 구 전 대표를 사법 처리하는 게 목적이라면 웬만한 건에 대해서는 수사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윤석열 정부의 의중을 반영한 수사가 사회 전반에서 이뤄지는 부분이 윤 정부의 ‘새 판 짜기’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며 “내년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대상이 기업이든, 정치인이든 근거 없이 수사 압박만 하고 결과를 내지 못하는 건 윤 정부도, 검찰도 부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경제적인 관점에서 현대차 운영에 차질이 올 정도로 수사가 전개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 정권이 기업 범죄나 기업인의 불법 행위에 대해 대처하는 태도와 ‘CEO 리스크’ 사태의 여파로 KT가 대표이사 없이 직무대행 체제로 5개월 이상 이어질 상황이라는 점을 보면 중간에 검찰 수사가 끝날 가능성은 작다”며 “구 전 대표에 대한 수사가 봉합이 어떻게 되는지, 결정적인 증거가 있는지에 따라 현대차 수사 여부가 갈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검찰은 이달 10일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를 압수수색해 공정위가 지난해 12월 12일 KT 자회사인 KT텔레캅을 대상으로 실시한 현장조사 자료 등을 확보했다. 아울러 구 전 대표 등이 KT 이사회 장악을 위해 대표적 친노계 인사인 이강철 전 사외이사에게 로비를 했다는 주장과 관련해 기초 사실관계를 파악 중이다. KT는 시민단체 고발 건과 관련된 모든 의혹을 전면 부인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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