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과도하게 집시법 11조 적용해"

1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집시법 제11조 폐지를 위한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1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집시법 제11조 폐지를 위한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홍보영 기자, 최수아·이한빛 수습기자] 집회 장소를 제한하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제11조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경찰이 집회 신고 단계에서 집시법 11조를 과도하게 적용해 집회를 금지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김종서 배재대학교 경찰법학과 명예교수는 1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발제를 통해 “집회의 자유를 가로막는 이중·삼중 장애를 설치해 집회 보호를 위한 법이 아니라 집회의 차단을 목적으로 한다”면서 이같이 주장했다. 

집시법 제11조는 집회·시위에 대해 주요 국가기관 인근에서 ‘원칙적으로 금지’하면서 ‘예외적으로 허용’을 규정하고 있다. 집회는 사전에 내용·시간·장소 등을 심사 후 경찰의 허가를 받아야만 열 수 있다.

김종서 교수는 “집회는 더 많은 시민에게 보여지고 들려질 때 극대화된다는 점에서 장소의 제한은 집회의 자유를 심각하게 제한한다”며 “(집회 장소의 제한은) 항의의 목소리가 다른 사회구성원들에게 확산되지 못하도록 하는 목적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김종서 교수는 “집회가 예외 사유에 해당하는지 전적으로 규제 당국에 맡겨져 있다”며 “단순히 집회의 평화성을 확보하는 것만으로 예외 사유를 충족할 수 없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김종서 교수는 “(집시법 제11조는) 자유가 우선이고 규제는 예외적이어야 되는데 규제가 우선이고 자유가 뒤로 밀렸다”며 “규제 당국에 의해 특권으로 변질될 수 있다”고 비난했다. 

공권력 감시대응팀과 참여연대 등 관계자들이 1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가장 집회가 필요한 곳, 하지만 금지된 곳’이라는 주제로 집시법 제11조 폐지를 위한 토론회를 진행하고 있다..ⓒ천지일보 2023.04.11.
공권력 감시대응팀과 참여연대 등 관계자들이 1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가장 집회가 필요한 곳, 하지만 금지된 곳’이라는 주제로 집시법 제11조 폐지를 위한 토론회를 진행하고 있다..ⓒ천지일보 2023.04.11.

집시법의 개정보다는 폐지를 통해 집회에 대한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기존 법률의 개정은 본질적인 집회 금지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호영 민주주의법학연구회 회원은 “‘어떤 장소에서 자신이 계획한 집회를 할 것인가’를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어야만 집회의 자유가 보장된다”며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는 장소로의 추방은 기본권 보호의 효력을 잃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호영 회원은 “집시법 제11조를 개정하기보다는 근본적으로 폐지하는 것이 더 나은 방향”이라며 “한차례의 법률 개정 후에도 공공장소에서 원칙적으로 집회를 틀어막는 본질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호영 회원은 “헌법재판소는 ‘헌법이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은 관용과 다양한 견해가 공존하는 열린 사회에 대한 헌법적 결단이다’라고 판시했다”면서 “‘집회는 불편하고 가능한 한 금지돼야 한다’는 관점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경찰이 집시법 11조를 무리하게 해석해 대통령실 앞 집회를 막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선휴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운영위원은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 행진과 집회를 신고하자 경찰은 집시법 제11조를 적용해 금지 통고했다”며 “집시법 제11조의 집회 금지장소인 ‘대통령 관저에 대통령 집무실도 포함된다’는 무리한 해석을 내세웠다”고 지적했다. 

김선휴 운영위원은 “대통령 집무실 앞 집회는 더 이상 집회의 ‘자유’라고 볼 수 없다”며 “경찰의 위헌적이고 위법적인 시행령 통치의 근거가 되는 집시법 조항들은 없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해 12월 헌법재판소는 대통령 관저 100m 안에서 시위를 금지하는 집시법에 위헌결정을 내렸다. 집시법 개정이 예정되는 가운데 최근 경찰청은 용산 대통령실 인근 도로인 백범로-이태원로-다산로, 녹사평대로, 서빙고로 등에서 집회를 제한하는 시행령을 의결했다. 

공권력 감시대응팀과 참여연대가 공동 주최한 이 날 토론회는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 더불어민주당 강민정 의원 등이 참석했다. 

[캡션]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이 1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집시법 제11조 폐지를 위한 토론회’에서 축사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4.11.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이 11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집시법 제11조 폐지를 위한 토론회’에서 축사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4.11.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