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에서 ‘집단 자위권 법안(안보 관련 11개 법안 제·개정안)’에 대한 시민들의 저항이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달 31일 교수 등 학자들과 대학생들이 도쿄 국회의사당 근처에서 함께 반대 집회를 개최하고 있다. (사진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일본 내 ‘전쟁 입법 반대’를 외치는 평화의 목소리가 점점 뜨거워지면서 일본열도를 강타하고 있다. 일본 아베 신조 정권이 야심차게 추진 중인 ‘집단 자위권 법안’에 대해 폐기를 요구하는 시민들의 거센 저항이 연신 이어지는 가운데 일본 대학생과 교수 등의 지식인들이 이례적으로 공동으로 집회를 개최했다.

교도통신 등 일본언론에 따르면 대학생들로 구성된 단체 ‘실즈(SEALDs)’와 다양한 분야 학자들로 구성된 ‘안전보장 관련 법안에 반대하는 학자 모임’이 지난달 31일 도쿄 국회의사당 주변에서 공동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집단적 자위권 행사가 가능한 안보법안은 폐기돼야 한다면서 ‘민주주의란 무엇인가’ ‘국민을 얕보지 말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특히 대학생들과 학자 등이 함께 공동 집회를 가진 건 일본에서 이례적인 일이라 이날 집회는 관심을 모았다.

시위에 참가한 한 대학생은 자유 발언에서 “집단적자위권 행사로 얻는 평화는 무력과 폭력에 의한 평화”라며 “이는 진정한 평화라고 말할 수 없다”고 피력했다.

또 다른 대학생은 “법의 규정과 해석이 임의대로 변하지 않는 ‘법적 안정성’을 경시했다고도 받아들일 수 있는 이소자키 요스케 총리 보좌관의 발언은 논외다. 측근의 발언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 아베 신조 총리에게도 분노를 느낀다”고 발끈했다.

히로와타리 세이고 센슈대 교수(법학)는 “실즈는 법안에 반대하는 국민들에게 용기를 줬다. 폐안될 때까지 함께 투쟁하자”고 강조했다. 또 다른 대학 교수는 “정부 관리들이 ‘법의 안정성을 경시하고 있다”며 “아베 총리는 엄중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집회가 끝난 후에도 가두시위를 벌이며 ‘집단 자위권 법안’ 폐기를 촉구했다.

앞서 집단 자위권 법안 반대 대열에는 일본 아이돌 그룹과 엄마부대들이 합류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지난달 28일 도쿄의 일본외국특파원협회에서 가진 기자회견 중에 여성 아이돌 그룹 ‘제복향상위원회’ 멤버 사이토 유리아(18)는 “남의 싸움에 관여하는 것을 아름다운 일로 생각하는 사람이 정치를 움직이고 있다”면서 “나쁜 것을 나쁘다고 말하는 데는 어른이든 아이든 관계없다”며 말해 집단 자위권 법안에 반대 견해를 밝혔다.

또 ‘안보 관련 법안에 반대하는 어머니 모임’은 도쿄 시부야 역 주변서 집회와 행진을 벌였다. 이들은 “누구의 아이도 살해하지 않기” “엄마도 아빠도 전쟁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집단자위권 법안에 반대 목소리를 냈다.

한편 아베 내각은 최근 제3국에 대한 공격을 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고 반격하는 권리인 집단 자위권 행사를 용인하고, 자위대의 해외 활동 범위를 대폭 확대한다는 법안을 만들어 국회에 제출했고, 여당은 헌법학자들의 반대에도 지난달 15일 중의원 특위, 16일 중의원 본회의에서 각각 법안을 강행처리해 분란을 일으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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