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단지 배포로 유죄 후 무죄
재판부 “국가, 반인권적 행위”

광주 민주화운동 당시 고등학생 신분으로 전두환 전 대통령을 비판하는 유인물을 배포했다가 옥고를 치른 이우봉씨가 2021년 9월 29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재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법원을 나서는 모습. (출처: 연합뉴스)
광주 민주화운동 당시 고등학생 신분으로 전두환 전 대통령을 비판하는 유인물을 배포했다가 옥고를 치른 이우봉씨가 2021년 9월 29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재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법원을 나서는 모습.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홍보영, 홍수영 기자] 광주 5.18 민주화운동 당시 전두환 전 대통령을 비판하는 유인물을 배포했다가 옥살이를 하고 재심 끝에 무죄를 선고받은 60대 남성과 그의 가족들에게 국가가 위자료 1억여원을 지급하라는 1심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34단독 홍은기 판사는 지난 3일 이우봉(62)씨와 그의 가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위자료 소송을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국가가 이씨에게 약 4900만원, 이씨 아버지에게 1200만원, 이씨의 형제자매 5명에게 1인당 900여만원 등 총 1억여원을 지급하도록 판시했다.

1980년 5월 광주 민주화운동 당시 이씨는 전북 신흥고 3학년에 다니던 중 동기들과 함께 총궐기를 계획했다가 군 병력에 가로막혔다. 또 그해 6~7월엔 당시 국군보안사령관이던 전 전 대통령과 군부의 광주 진압을 비판하는 유인물을 만들어 전주 시내에 배포했다.

이씨는 사전검열 없이 불온 유인물을 출간했다는 혐의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같은 해 1심에서 징역 장기 8개월 단기 6개월을 선고받았다. 이어 이씨의 항소로 열린 항소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이후 이씨는 2021년 서울고법에 재심을 청구했고 그해 9월 법원은 이씨의 행위가 정당행위에 해당한다며 무죄를 선고했으며, 검찰이 이에 항소하지 않아 판결이 그대로 확정됐다. 이씨는 올해 1월 약 8200여만원에 이르는 형사보상금을 받았다.

이와 별개로 이씨와 가족은 지난해 3월 국가의 불법행위로 정신적 피해를 봤다며 국가를 상대로 총 1억 2000만원의 위자료를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고, 1심은 이씨 가족 측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이씨에 대한 불법 체포·구금 및 가혹행위로 인해 이씨가 입은 육체적·정신적 고통, 이씨의 모친과 나머지 원고들의 정신적 고통이 각 상당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 사건 불법행위는 국가기관이 헌정질서 파괴범죄를 저지르는 과정에서 행한 반인권적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불법행위가 발생한 때로부터 약 40여년이 이르는 기간 동안 배상이 지연됐고, 국민소득 수준이나 통화가치 등의 사정이 변동했다”며 “그에 따라 이를 반영하는 위자료 액수 또한 현저한 증액이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다만 재판부는 이씨가 이미 지급받은 형사보상금 등을 공제한 금액을 국가가 위자료로 지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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