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규 ‘묵매도’, 조선 18세기, 석농화원 권1 수록작품, 국립광주박물관 소장(허민수 기증) (제공: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천지일보 2023.04.05.
김진규 ‘묵매도’, 조선 18세기, 석농화원 권1 수록작품, 국립광주박물관 소장(허민수 기증) (제공: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천지일보 2023.04.05.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조선시대 최대 서화 컬렉션 ‘석농화원(石農畫苑)’ 기록을 사실로 확인시켜주는 작품을 비롯한 조선 후기 미공개 회화들이 미국에서 발견돼 국내로 돌아온다. 국립광주박물관은 지난 3월 28일 귀중한 조선 후기 회화 4건을 기증받았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에 따르면, 이 작품들은 미국 버지니아주 페어팩스 카운티에 거주하는 게일 허(Gail Ellis Huh) 여사가 시아버지인 고(故) 허민수(1897~1972)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 미국사무소의 조사와 교섭을 통해 허민수 선생의 연고지인 국립광주박물관의 품으로 돌아오게 됐다.

신명연 ‘동파입극도’, 조선 19세기, 국립광주박물관 소장(허민수 기증) (제공: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천지일보 2023.04.05.
신명연 ‘동파입극도’, 조선 19세기, 국립광주박물관 소장(허민수 기증) (제공: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천지일보 2023.04.05.

기증 서화는 총 4건으로 조선 후기 최고의 서화 수장가 김광국(金光國, 1727∼1797)의 ‘석농화원’ 중 알려지지 않았던 작품인 김진규(金鎭圭, 1658∼1716) ‘묵매도(墨梅圖)’를 비롯해 신명연(申命衍, 1808∼?)의 ‘동파입극도(東坡笠屐圖)’ 등 18~19세기 조선시대 회화사 연구에 중요한 미공개 작품들이 포함돼 주목된다.

김진규의 ‘묵매도’는 지난 2013년 새롭게 알려진 ‘석농화원’ 필사본 권1에 제목과 그림의 평만 전해오던 것으로서 이번에 실제 작품이 발견됐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허련 ‘송도 대련’, 조선 19세기, 국립광주박물관 소장(허민수 기증) (제공: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천지일보 2023.04.05.
허련 ‘송도 대련’, 조선 19세기, 국립광주박물관 소장(허민수 기증) (제공: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천지일보 2023.04.05.

또 하나 주목할 작품은 조선 말기 문인화가 신명연의 ‘동파입극도’이다. ‘동파입극도’는 중국 송대 문인 동파(東坡) 소식(蘇軾, 1037∼1101)이 귀양 시절 삿갓(笠)과 나막신(屐) 차림으로 비를 피하는 처연한 모습을 그린 그림이다. 화사한 화훼도로 유명한 신명연의 희귀한 인물화라는 점에서 19세기 회화사 연구에 중요한 작품이다.

기증자 고 허민수 선생은 전남 진도 출신의 은행가이자, 호남화단의 거장 소치 허련(許鍊, 1808∼1893) 가문의 후손이다. 이번 기증품 중에는 소치 허련의 작품 2점이 포함돼 있다. 힘차게 뻗은 소나무를 그린 ‘송도 대련’ 화면 상단에는 허련이 적은 제시(題詩)와 낙관이 남아있으며, 그의 화풍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8폭으로 된 ‘천강산수도병풍(淺絳山水圖屛風)’은 전형적인 소치 화풍의 산수도이다. 특히 병풍 뒷면에는 허민수 선생과 가까운 친척인 서화가 의재 허백련(許百鍊, 1891∼1977)이 쓴 표제가 남아있어, 두 사람의 깊은 인연을 엿볼 수 있게 해준다.

국외소재문화재단은 “이번 기증으로 재단의 해외사무소(일본·미국)를 통한 환수 성과는 총 19건 305점에 이른다”며 “재단은 앞으로도 해외사무소가 현지에서 국외소재문화재의 환수 거점으로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증서 전달식 기념사진. 왼쪽부터 이애령 국립광주박물관장, 게일 허여사, 강임산 국외소재문화재재단 미국사무소장 (제공: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천지일보 2023.04.05.
기증서 전달식 기념사진. 왼쪽부터 이애령 국립광주박물관장, 게일 허여사, 강임산 국외소재문화재재단 미국사무소장 (제공: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천지일보 2023.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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