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접 3개현 피해예상 80만명
“화산재로 도심 교통 마비돼”
피해액 24조, 화산재 5억㎥

지난 18일 오후 일본 가고시마 현 사쿠라지마 화산이 폭발하면서 공중으로 연기가 치솟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지난 18일 오후 일본 가고시마 현 사쿠라지마 화산이 폭발하면서 공중으로 연기가 치솟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최혜인 기자]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돼 많은 관광객이 찾는 일본 최고봉 후지산. 기상청이 상시 감시하는 활화산이기도 한 이 후지산이 당장에 폭발이라도 한다면 80만명에 달하는 인구가 직접 피해권에 들어가는 데다, 인근 현뿐 아니라 도쿄를 포함한 수도권까지 마비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30일 마이니치신문 등 외신에 따르면 일본 정부와 야마나시·시즈오카·가나가와 3현이 참여한 ‘후지산 화산방재대책협의회’는 지난 2014년 수립한 대피계획을 전면 개정했다. 앞서 중앙방재 전문위원회의에서는 후지산이 폭발하면 도쿄 등 수도권에도 그 영향이 미칠 것이라고 추정한 바 있다.

이번 대책에는 용암이 도시를 덮칠 경우 차량 이동을 막기 때문에 피해 인원을 차량으로 우선 대피시키기 위해 차량 이용을 자제하고 기본적으로 ‘도보’로 이동할 것 등의 내용이 담겼다. 또 화산이 폭발해 용암이 흘러내리면 사람이 걷는 속도와 비슷하다는 가정하에 거리에 따라 지역별 대응을 다르게 뒀다.

대피계획에 따르면 가장 큰 피해가 예상되는 3개 현의 피난 대상 지역은 27개 시정촌(市町村)으로 총 79만 2000명의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다. 당장 용암이 3시간 이내에 주거지에 도달하거나 화쇄류(화산분출물과 뜨거운 가스의 혼합체), 낙석으로 피해를 볼 수 있는 인구만 해도 11만명으로 추산된다.

15일 동안 화산재가 분출됐던 1707년 호에이 분화와 같은 규모의 폭발이 발생할 시 100만명에 가까운 사상자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경제 피해는 최대 2조 5000억엔(한화 24조 6000억원), 처리해야 할 화산재 분량도 4억 9000㎥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는 동일본 대지진으로 발생한 재해 폐기물 10배에 이르는 규모다.

화산이 폭발하면 무엇보다 화산재가 큰 피해를 줄 수 있다. 하루 3㎝ 이상이 쌓일 것으로 전망되는 화산재로 인해 도심의 모든 교통이 마비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화산 활동이 일어나는 일본의 경우 0.5㎜가량의 화산재 분출에도 치바현 등에서는 열차 운행이 중지된다. 여기에다 화산으로 인한 고열의 암석과 파편 등도 위협요소다.

피해 인원은 더 늘어날 수 있다. 후지산 북쪽 야마나시현 방면 요시다구치 등산로는 코로나19 사태 전 연간 후지산 등산객의 약 60%에 해당하는 약 16만명이 이용해왔다.

실제 현지에서는 등산로의 입구가 있는 5부 능선부터 정상까지의 피난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5부 능선은 현이 관리하는 유료 도로 종점으로 300대 수용의 주차장이나 기념품점, 음식점들이 들어선 상태다. 정상까지의 등산로에는 총 16채의 산막이 이어져 있으며, 절정기에는 하루 4000여명이 머문다.

즉, 갑작스럽게 후지산이 폭발하기라도 한다면 수천명의 등산객들과 주민들이 꼼짝달싹할 수 없이 화산 폭발 속에 갇히게 되는 것이다. 등산객이 산 정상에서 5부 능선까지 빠르게 내려오더라도 4시간 이상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주민뿐 아니라 화산을 모르는 해외 관광객들에 대한 대책도 요구된다. 이와 관련 아리모토 도시미치 전 일본 산악회 시즈오카 지부장은 “유사시에 관광객들이 패닉(공황)을 일으키지 않도록 지자체나 가이드, 투어 회사 등은 피난 정보를 철저하게 잘 알려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마이니치신문에 전했다.

후지산 호수 수위 “무려 3m나 낮아졌다”… 이상 징후에 ‘불안’ (출처: 연합뉴스)
후지산 호수 수위 “무려 3m나 낮아졌다”… 이상 징후에 ‘불안’ (출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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