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이사 재선임 등 안건 표결
소액주주·새노조, 낙하산 반대
박종욱 사장, 조기 경영 안정화
KT, 글로벌 수준 체제 확립 속도

박종욱 경영기획부문장(사장). (제공: KT) ⓒ천지일보 2023.03.30.
박종욱 경영기획부문장(사장). (제공: KT) ⓒ천지일보 2023.03.30.

[천지일보=손지하 기자] 차기 대표이사 선임에만 4개월간 정부와 줄다리기하며 진땀을 빼고 있는 KT가 정기 주주총회를 하루 앞뒀다. 정치권의 압박 등으로 대표이사 인선에 부담을 느낀 윤경림 내정자가 사의를 표명했다. 이후 구현모 KT 대표이사가 조기 사퇴하면서 박종욱 경영기획부문장(사장)이 직무대행에 나선 상황이다. 현재까지의 주요 쟁점을 정리해봤다.

◆현대차 등 주요 주주 동향 주목

앞서 국민연금공단, 현대차, 신한은행 등 대주주를 중심으로 한 의결권 행사 향방이 관심이었다. 대표이사 선임에 대한 표 대결이 물 건너가자 이젠 사외이사 재선임 안건에 대한 표결이 관심이다.

이번 KT 주총에서 1년 재선임 안건 표결이 이뤄지는 사외이사 후보는 현재 사외이사들인 강충구·여은정·표현명 사외이사 등 3인이다.

국민연금공단은 KT의 두 번째 경선으로 윤경림 사장이 최종 내정된 이후로 눈에 띄는 움직임은 없었지만 정치권의 뜻과 함께해 반대표를 던질 것으로 예상됐다.

KT와 우호적인 관계였던 현대차도 이례적으로 대표이사 등 선임 절차에 대해 ‘주요 주주의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하면서 사실상 부정적 입장을 내비쳤다. 최근에는 현대모비스와 내부적으로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 선임안에 대해 반대 표결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은행은 KT의 경영에는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는 게 공식 입장이었다. 다만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ISS의 판단을 고려하겠다는 정도의 여지는 남겼다. ISS는 3인 사외이사 선임안에 대해 반대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김대유·유희열 사외이사는 지난 28일 사퇴했고 만일 3인의 사외이사 재선임이 불발되면 김용현 사외이사 혼자만 남게 된다.

◆뭉친 개미들, KT에 정관 개선 촉구

정치권의 압박 등에 대항하려는 목적으로 KT의 주총 안건에 의결권을 행사하기 위해 개설된 네이버 카페 ‘KT주주모임’은 28일 기준(카페 측 추산) 개인 주주 1750명과 385만 2000주를 모았다. 이는 KT 전체 주식의 1.47%가량이다. 올해 추가 매수까지 합하면 1.5%를 돌파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카페를 개설한 총괄 매니저는 “우리는 중장기 배당투자와 가치투자를 추구하는 주주들의 모임이다. 주주들의 권익 보호를 위해 함께 힘쓰겠다”며 “주총에서 사측에 주주들의 의견을 전달하고자 한다”고 공지했다.

전달하고자 하는 의견의 예시는 ▲자사주 소각 규모 확대 ▲분기 배당 시행 ▲낙하산 방지 정관 변경 등이다. 이를 위해 주주 운동 동참 의사와 공유 주식 수, 주총 참여 여부 등을 취합하고 있다.

◆긴급 투입된 박종욱, 경영 안정화 박차

구현모 대표의 중도 사퇴로 경영 공백에 긴급 투입된 박종욱 사장은 내부 결속을 다지고 있다. 그는 직무대행을 맡게 된 28일 오후 전체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사내 메시지를 통해 “위기 상황의 빠른 극복은 어느 한 사람의 힘이 아닌 전 직원이 함께 해야만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과거 여러 어려움을 겪고 함께 이겨내 왔다. 그 과정에서 우리가 보여준 저력에는 KT그룹 6만명 구성원들의 애사심과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진심이 있었다”며 “진심을 다하는 우리 곁에 언제나 고객과 주주들이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먼저 비상 경영 체계 가동을 선언했다. 비상대비 집단 의사결정 기구로 주요 임원 중심의 ‘비상경영위원회’를 설치하고 위원회 산하에 ‘성장지속 TF’와 ‘New Governance 구축 TF’를 구성해 전사 주요 의사결정이 한 치의 공백 없이 이뤄지도록 한다. 그간 자율적으로 운영돼 온 각 부문 및 광역본부, 그룹사 등은 변화 없이 시장과 고객에 더욱 집중해달라고 당부했다.

또 그는 성장지속 TF 중심으로 기 결정된 경영 계획에 따라 차질 없이 사업을 수행하겠다고 약속했다. KT 및 그룹사의 2023년 전략 방향 및 경영 계획은 기 확정됐으며 이미 실행 중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ESG 경영 등 새롭게 대두된 지배구조 변화 요구를 담아 글로벌 스탠다드를 넘어서는 KT 지배구조 체계와 정상 경영 체제를 조속히 정립한다고 밝혔다.

◆KT 노조들 장외 여론전 향방은

KT 노조는 30일 경기도 성남시 KT 본사에서 대의원대회를 열고 전년도 사업 평가와 회계 결산 보고 등을 진행한다. 예년과 마찬가지로 진행되는 일정이지만 향후 활동 계획에 대한 방향성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노조는 구현모 대표의 연임을 지지했다. 그가 사퇴하고 윤 내정자마저 사의를 표명하자 KT 이사회에 책임을 묻기도 했다. KT 노조는 한국노총 소속의 다수 노조로 전체 조합원 가운데 99%인 1만 6000여명이 속해 있다.

소수 노조인 KT새노조는 주총 당일인 31일 오전 일찍 주총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다. 새노조는 민주노총 소속이다. 이들은 구 대표의 연임, 윤 내정자 인선 모두 ‘사법 리스크’가 있다며 반대해 왔다. 정치권의 낙하산 인사에도 꾸준히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 외에도 정치권 인사를 반대한 참여연대, 구 대표와 윤 내정자를 검찰에 고발한 정의로운사람들 등 시민단체의 동향도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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