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초등 사회교과서 검정승인 조짐
‘강제성’ 표현 삭제, 독도 영유권 주장
전문가 “역사적 사실 완전 반영 안돼”
정부, 주한일본대사 초치 등 대응할 듯

[안동=뉴시스] 독도. (사진=경북도 제공) 2022.04.20
[안동=뉴시스] 독도. (사진=경북도 제공) 2022.04.20

[천지일보=원민음 기자] 일본 정부가 일제강점기 강제동원과 관련해 ‘강제성’ 표현을 삭제하고 독도 영유권 대한 일본의 억지 주장을 담은 초등학교 사회과 교과서 검정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27일 알려졌다. 한일 양국은 지난 16일 정상회담을 통해 ‘미래지향적 관계 구축’ 의지를 재확인했지만, ‘교육’ 방향을 두곤 여전히 대립각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외교가에 따르면 일본 문부과학성은 오는 28일 ‘2022년도 교과용 도서 검정 조사심의회 총회’를 열어 교과서 검정 실시상황 및 심의 결과를 보고받은 뒤 그 내용을 공개할 계획이다.

일본 문부성이 이번 공개할 교과서 검정 결과 중 초등학교 4~6학년 사회과 교과서의 경우 작년 3월 고등학교 역사 교과서 검정 결과 발표 때와 마찬가지로 강제동원 관련 서술에서 ‘강제’ 등 표현이 빠질 가능성이 크다.

문부성은 지난 2019년 검정에서 ‘전쟁이 장기화 돼 노동력의 부족을 보충하기 위해 조선인과 중국인을 강제로 끌고 와 광산 등에서 노동에 종사시켰다’는 문장 중 ‘강제로 끌고 와’를 ‘참여시켜’라는 단어로 수정한다는 방침이다.

또 독도와 관련해선 ‘다케시마(竹島, 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는 일본의 고유영토’란 표현이 명기될 전망이다. 특히 2019년의 경우 3학년 교과서에는 독도 관련 기술이 없었지만 이번에 지도표시를 통해 한국의 불법점거 등 대목이 들어갈 것으로 관측된다.

(도쿄=연합뉴스) 1박2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오후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한일 정상 소인수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며 악수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1박2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오후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한일 정상 소인수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며 악수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국내 여론 악화 등에도 불구하고 “악화된 한일 관계를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는 판단에서 이달 6일 양국 간 최대 갈등 현안인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배상 문제와 관련해 일본 측의 법적 부담을 덜어주는 내용의 해법을 제시한 뒤 일본 측의 ‘성의 있는 호응’을 요구해왔다.

특히 한일 정상회담 이후 양국은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 구축’을 위한 정상 간 셔틀외교 복원과 양국 정부 당국 간 협의체 재가동 등에 합의하면서 그간 ‘조건부 종료 유예’ 상태에 있었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지소미아)의 완전 정상화도 선언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일본 측이 우리 정부의 관계 개선 노력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호응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특히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 간 회담 뒤엔 ‘일본 측에서 독도 관련 문제를 언급했다’는 등 사실관계를 왜곡한 보도가 잇따라 나와 우리 외교당국이 일본에 항의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측이 강제동원의 강제성을 부정하고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는 내용이 담긴 교과서 검정 결과를 발표할 경우 “한일 관계 개선 노력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 일본학과 교수는 일본의 이번 발표와 관련해 “앞으로 일본 사회 교과서에는 ‘강제 노동자’가 아닌 ‘조선인 노동자’와 같이 모집에 의해서 일본으로 돈을 벌러 간 사람 식으로 표기될 것”이라며 “일본의 각료회의에서 논의된 사항은 되돌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아울러 한일 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평가했다. 호사카 교수는 “(이번 발표가) 역사적인 사실을 완전히 반영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한일 관계는 다시 한 번 어려운 국면을 맞이할 수 있다”며 “일본 야권의 힘이 약한 상황에서 한국 주장을 무시하는 방향으로 우경화되고 있어 앞으로 한일 관계가 좋아질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전망했다.

우리 정부는 일본 측이 재차 왜곡된 교과서 검정 결과를 발표할 경우 주한일본대사관 관계자를 초치해 항의하는 등 그 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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