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3년만에 中 찾아
텐진공장서 임직원 격려
중국 고위관계자도 만나
방문 배경질문엔 말 아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24일 중국 텐진(天津)시에 있는 삼성전기 사업장을 방문해 전자부품 생산 공장을 점검하고 있다. (제공: 삼성전자) ⓒ천지일보 2023.03.26.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24일 중국 텐진(天津)시에 있는 삼성전기 사업장을 방문해 전자부품 생산 공장을 점검하고 있다. (제공: 삼성전자) ⓒ천지일보 2023.03.26.

[천지일보=정다준 기자]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패권 싸움에서 삼성이 외줄을 타고 있다. 최근 미국이 ‘반도체과학법’에 따라 지급되는 투자 보조금을 받으면 향후 10년간 중국에서 반도체 생산 능력을 5% 이상 확장할 수 없다는 이른바 ‘가드레일(안전장치)’ 조항 세부 규정 초안을 공개하면서 상황은 더 악화하는 모양새다.

삼성전자는 중국 내 반도체 공장을 두고 있지만, 미국 내 반도체 보조금 역시 필요한 만큼 최대한 실리를 챙겨야 하는데 향후 삼성이 어떠한 선택을 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 같은 상황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2020년 삼성전자 시안 반도체 공장 방문 이후 3년 만에 중국을 찾았다.

26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재용 회장은 지난 24일 중국 텐진(天津)시에 있는 삼성전기 사업장을 방문해 전자부품 생산 공장을 점검하고 텐진 지역에서 근무하는 삼성 계열사 임직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 회장은 이날 2021년 가동을 시작한 삼성전기 텐진 적층세라믹캐패시터(MLCC) 생산라인을 살펴보고 현장 근무자들을 격려했다. 이 회장이 방문한 삼성전기 텐진 공장은 부산사업장과 함께 글로벌 시장에 IT·전장용 MLCC를 공급하는 주요 생산 거점 중 한 곳이다. MLCC는 전자 회로가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전류 흐름을 일정하게 조절하고 부품 간 전자파 간섭을 막아주는 핵심 부품으로 대부분 전자제품에 사용된다.

삼성전기는 1988년부터 MLCC를 개발·생산해 왔으며 전기차 및 자율주행 기술 발달과 더불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전장용 MLCC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2018년 텐진 MLCC 2공장을 건설했다.

이 회장은 지난 2020년과 지난해에는 삼성전기 부산사업장을 방문해 MLCC 생산 현장을 점검하고 전장용 MLCC 등 미래 시장 선점을 위한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한 바 있다.

삼성은 부산을 MLCC 특화 지역으로 육성하는 한편 텐진은 전장용 MLCC 주력 생산 거점으로 지속 운영할 계획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24일 중국 텐진(天津)시에 있는 삼성전기 사업장을 방문해 전자부품 생산 공장을 점검하고 있다. (제공: 삼성전자) ⓒ천지일보 2023.03.26.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24일 중국 텐진(天津)시에 있는 삼성전기 사업장을 방문해 전자부품 생산 공장을 점검하고 있다. (제공: 삼성전자) ⓒ천지일보 2023.03.26.

같은 날 이 회장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대표적 측근 중 한 명인 천민얼 텐진시 서기와 면담도 진행했다. 천민얼 서기는 2018년 충칭시 당 서기로 발탁됐고, 지난해 20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 이후 텐진시 당 서기로 자리를 옮겼다.

이번 면담에는 이 회장을 비롯해 최주선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 양걸 삼성전자 중국전략협력실장(사장) 등 삼성 관계자와 텐진시 정부 인사들이 참석했다.

이 회장과 천민얼 서기 간 만남에서 어떤 얘기가 오고 갔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미국 반도체법 가드레일 규정이 나온 직후 만남으로 관심이 쏠린다. 이 회장이 미래 거점 전략을 새롭게 수행하기 위해 텐진시를 찾은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또한 이 회장은 25일 중국발전고위급포럼에 입장하면서 참석 배경과 중국 방문 소감 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날씨가 좋다”고만 답하며 말을 아꼈다.

앞서 미국 상무부는 지난 21일 공개한 가드레일 세부 규정안에 따르면 미국 반도체지원법상 투자 지원금을 받는 기업(수혜기업)은 중국 등 우려대상국 내에서 설비 확장 및 기술 협력을 제한받으며, 이를 위반할 경우에는 미국 정부가 지원금을 환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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