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리 금수강산 산수정원
27년 교수 생활, 광주에서
남도의 바람에서 사람 냄새

남도 유배문화 기행 해설도
산수유람 관련 책 출판 소망
자연 거스르지 않고 공존해
전통정원, 조경 아닌 ‘차경’

​[천지일보 전남=이미애 기자] 산수정원의 새로운 발견을 이어가는 최윤식 전 광주대학교 언론 광고학부 신방과 광고 홍보학과 교수(65)가  전남 담양군 소쇄원에서 탐방객을 만나 해설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3.21.
​[천지일보 전남=이미애 기자] 산수정원의 새로운 발견을 이어가는 최윤식 전 광주대학교 언론 광고학부 신방과 광고 홍보학과 교수(65)가  전남 담양군 소쇄원에서 탐방객을 만나 해설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3.21.

[천지일보 광주=이미애 기자] “한국 정원은 인문 경관을 즐기는 의미의 정원이다. 마음을 보지 않으면 정원의 아름다움은 보이지 않습니다. 나의 답사 여행은 보이는 것에서 보이지 않는 것을 읽어내는 수행 길입니다.”

본지는 광주대학교 언론 광고학부 신방과 광고 홍보학과 교수로 퇴임한 후 일상의 행복한 여정을 이어가는 최윤식 교수(65)와 동행 답사를 통해 ‘산수유람’에 대한 철학적 사유를 들어봤다. 최 교수의 관심 초점은 산수정원이다.

최 교수는 처음부터 교육자의 길을 간 것은 아니다. 경희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굴지의 대기업 광고회사에서 치열하게 일했다. 이사 승진을 앞두고 과감하게 진로를 바꿔 대학교수의 길을 선택했다. 강단에서 후학 양성에 27년 동안 일했다. 지난해 8월 교육 현장에서 현재는 남도의 산천을 누비고 있다.

[천지일보 광주=이미애 기자] 최윤식 전 광주대 교수(65)가 최근 광주광역시 무등산 자락 풍암정 답사 중 관련 설명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3.21.
[천지일보 광주=이미애 기자] 최윤식 전 광주대 교수(65)가 최근 광주광역시 무등산 자락 풍암정 답사 중 관련 설명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3.21.

그는 30대부터 한국의 정원문화, 정자 문화에 관심이 많았다. 1980년대 직장을 옮기면서 일주일간 쉴 때 담양 소쇄원에 왔을 정도로 남도의 정자 문화에 매료됐다.

최 교수는 “옛날 선비들은 정자를 앉히고 자기 정원으로 인식했다”며 “가장 유명한 담양의 소쇄원은 1300평이다. 내원에 불과하다. 내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외원이다. 무등산 전체를 포함한 것”이라고 차경의 아름다움을 극대화했다.

차경(借景)이란 자연에 거스르지 않고 주위의 풍경을 그대로 경관을 구성하는 재료로 활용하는 기법을 말한다.

그의 명함에는 삿갓을 쓴 이미지에 산수유람학교 교장이라고 쓰여 있어 눈길을 끈다. 마치 방랑시인 김삿갓이 연상되는 범상치 않은 캐릭터다. 최 교수의 산수유람에 호응하는 진도 출신 정재문(66) 선생, 고조선 박물관을 운영하는 공동수 대표, 역사 문화에 조회가 깊은 이승준(kt 근무) 차장 등 주변인들과 수시 답사를 통해 산수정원의 새로운 발견을 이어가고 있다.

[천지일보 담양=이미애 기자] 최윤식 전 광주대 교수가 최근 전남 담양군 고서면 분향리 죽림서원(전라남도 기념물 제99호)을 방문해 이승준 씨와 창녕 조 씨 문중의 조복(가운데) 선생과 풍광을 감상하고 있다. 죽림재는 창녕 조씨 문중의 글방으로 사용하기 위해 지은 건물이다. ⓒ천지일보 2023.03.21.
[천지일보 담양=이미애 기자] 최윤식 전 광주대 교수가 최근 전남 담양군 고서면 분향리 죽림서원(전라남도 기념물 제99호)을 방문해 이승준 씨와 창녕 조 씨 문중의 조복(가운데) 선생과 풍광을 감상하고 있다. 죽림재는 창녕 조씨 문중의 글방으로 사용하기 위해 지은 건물이다. ⓒ천지일보 2023.03.21.

◆선도들의 정신 깃든 정자 유람

그의 이력만큼 가문 또한 특별하다. 조선 중기의 무신 정무공 최진립(1568-1636) 장군이 최 교수의 할아버지와는 친 형제간이다. 고운 최치원 선생 등 동학혁명의 처음 교조 최제우(崔濟愚)의 후손으로 안동이 고향이며 경주 최씨다. 그래서인지 한국의 ‘전통 정원’에 남다른 관심과 애정을 갖고 활동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특히 다양한 직업군에서 전문성을 지닌 회원들과 남도의 유배문화 기행에도 앞장서고 있다. 틈틈이 광주·전남 담양·영광·함평 등 옛 선조들의 정신이 깃든 정자를 찾아 유람 중이다. 그의 깊이 있는 역사 문화 해설이 시작되면 조용히 빠져든다. 무엇이든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실감이 난다.

최 교수의 ‘산수유람’은 없는 것을 찾아내는 게 아니다. 이미 자연이 만들어준 정원에서 잠시 쉬어가는 것이다. 일반적인 여행의 개념은 더욱 아니다. 숲속 작은 정자에 앉아 가장 완벽한 자연 정원을 만끽하는 것이다. 신선한 공기와 졸졸 흐르는 계곡 물소리, 새소리, 바람 소리 등 이 모든 것이 천상의 화음이 아닐 수 없다.

[천지일보 담양=이미애 기자] 최윤식 전 광주대 교수가 최근 전남 담양군 가사 문학면 지곡리에 있는 소쇄원(국가 명승 제40호) 탐방 중 관련 해설을 하고 있다. 소쇄원은 한국의 전통 정원 중 최고의 원림으로 평가받는 곳이다. ⓒ천지일보 2023.03.21.
[천지일보 담양=이미애 기자] 최윤식 전 광주대 교수가 최근 전남 담양군 가사 문학면 지곡리에 있는 소쇄원(국가 명승 제40호) 탐방 중 관련 해설을 하고 있다. 소쇄원은 한국의 전통 정원 중 최고의 원림으로 평가받는 곳이다. ⓒ천지일보 2023.03.21.

◆“한국의 전통 정원은 자연미(美)”

서양의 정원과 한국의 정원의 차이는 인공과 자연이다. 한국의 전통 정원은 자연미다. 바위와 나무에도 이름을 지었다. 정원의 경물(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경치)이고 자연경관이 인문 경관으로 바뀌는 것이다. 사람이 손댄 게 없다.

이에 대해 최 교수는 “자연을 보러 내가 가는 것이고 눈에 보이는 모든 경관이 내 정원이라고 생각했기에 선조들은 그곳에 최소한의 비를 피하고 앉아서 쉴 수 있는 작은 정자를 앉혔다. 자연 훼손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선조들이 자연을 얼마나 사랑하고 아꼈는지 짐작이 가는 대목이다.

실제로 최 교수의 설명을 듣고 담양의 별서 정원인 소쇄원을 둘러보니 3개의 정자(제월당, 광풍각, 대봉대) 등 푸른 대나무 숲에서도 조선 중기 양산보 선생의 그림자가 보이는 듯했다. 그 넓은 곳에 겨우 정자 몇 개를 세우고 멀리는 무등산을, 가깝게는 성산별곡의 배경이 된 ‘별산’을 바라보며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지 않고 살았을 주인의 검소한 생활이 눈앞에 펼쳐졌다.

또한 자연을 정복해야 할 투쟁의 대상으로 삼지 않고 자연과 소통하며 유유자적 생애를 보낸 옛 선비의 격조가 느껴진다.

답사 여행이란 선인들의 생각을 훔쳐보는 여정이다. 그들은 가고 없지만, 생각의 흔적은 사물로 그 자리에 남아있는 것이다. 선인들 생각의 증거물이다. 물건을 보지 않고 그 물건이 그 자리에 있게 한 사람의 마음을 읽어내는 예지가 아닐지.

최 교수는 “새는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숲속에서 깃들어 산다. 사람도 자연에 깃들어 사는 것이다. 동양의 산수화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전체가 자연이고 사람은 보일 듯 말 듯 매우 작게 표현돼 있다. 우리의 정원 개념도 마찬가지”라고 동양철학의 깊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천지일보 담양=이미애 기자] 최윤식 전 광주대 교수가 최근 전남 담양군 가사 문학면 지곡리에 있는 소쇄원(국가 명승 제40호)탐방 중 광풍각 뒤뜰 산수유 나무 아래서 제월당을 바라보고 있다. ⓒ천지일보 2023.03.21.
[천지일보 담양=이미애 기자] 최윤식 전 광주대 교수가 최근 전남 담양군 가사 문학면 지곡리에 있는 소쇄원(국가 명승 제40호)탐방 중 광풍각 뒤뜰 산수유 나무 아래서 제월당을 바라보고 있다. ⓒ천지일보 2023.03.21.

이와 더불어 최 교수는 “우리 선비들은 폭포 문화를 즐겼다”며 동양 문화와 서양 문화를 한마디로 폭포와 분수 문화로 설명한 이어령 교수의 말을 인용했다.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게 자연의 이치이며 섭리다. 분수는 거꾸로다. 서양인의 발상은 물을 역류시키고 힘 있게 솟구치게 해서 춤추게 했다. 인공적인 힘을 가한 것이다. 이처럼 서양의 정원은 철두철미하게 자연을 사람의 손으로 조성했다.

최윤식 교수는 “한국의 전통 정원은 조물주가 창조한 경치를 빌려본다는 것이다. 대문만 열면 담 밖에 풍경이 보인다. 그 산이 내 산은 아니지만 어떤 제약도 없이 마음껏 즐겼다. 이것이 완벽한 정원이 아니겠는가?”라고 산수정원의 가치와 소중함에 대해 강조했다.

대한민국 전 국토를 정원 삼아 유람하는 그날까지 최윤식 교수의 이유 있는 방랑은 계속될 것이다. 그가 소망하는 산수유람 관련 책 출판을 응원한다.

[천지일보 전남=이미애 기자] 산수정원의 새로운 발견을 이어가는 최윤식 전 광주대학교 언론 광고학부 신방과 광고 홍보학과 교수(65)가 최근 전남 진도군 유배문화 기행 중 향교에서 해설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3.21.
[천지일보 전남=이미애 기자] 산수정원의 새로운 발견을 이어가는 최윤식 전 광주대학교 언론 광고학부 신방과 광고 홍보학과 교수(65)가 최근 전남 진도군 유배문화 기행 중 향교에서 해설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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