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바르셀로나=손지하 기자] 유영상 SK텔레콤 대표가 26일(현지시간)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23이 열리고 있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2.27.
[천지일보 바르셀로나=손지하 기자] 유영상 SK텔레콤 대표가 26일(현지시간)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23이 열리고 있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2.27.

[천지일보=손지하 기자] 유영상 SK텔레콤 대표이사가 지난달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막한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23에서 기자 간담회를 갖고 강조한 것이 있다. 바로 통신업의 디지털 전환(Digital Trasformation, DX)이다.

그는 이 자리에서 “MNO(이동통신 사업자)는 금융업에 비해 DX가 부족한 편”이라며 “(금융 시장도) 인터넷 뱅크나 이런 게 나왔을 때 많이 당황했었는데 지금은 DX가 많이 진행됐다. 우리도 그에 맞춰서 (MNO)의 DX를 진행하고 궁극적으로는 ‘AI(인공지능) MNO’가 되는 비전을 가지려고 한다”고 밝혔다.

그는 예를 들어 “AI가 고도로 발달하게 되면 여러분이 에이닷(A. SK텔레콤의 대화형 AI 서비스)의 캐릭터를 하나씩 갖게 될 텐데 그 캐릭터한테 여러 가지 커스터머 서비스, 멤버십 같은 걸 물어보고, 제공받을 수 있다”며 “심지어 요금제 가입, 단말기 판매·구매까지 다 할 수 있는 그러한 세상이 궁극적으로 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유 대표의 말은 오랫동안 고착화된 이동통신 단말 유통 시장이 변화할 것이라는 조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동통신 요금제와 단말기 판매 시장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판매 방식이 바뀌어 왔다. 하지만 여전히 아날로그 방식으로 유통되는 단말기 판매 비율도 무시할 수 없는 비중을 차지한다.

이 과정에서 본사 마케팅 방침에 따라 회사가 주력으로 미는 요금제와 단말기 조합이 약정할인을 끼고 판매된다. 부가서비스 강제 가입 등 일부 불법·편법적인 마케팅 상술도 있다. 잘 모르는 사람은 최고의 할인을 받아 최선의 선택을 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상술에 넘어간 것에 불과하며 크나큰 착각이다.

‘시장 경쟁 과열 방지’를 명목으로 정부의 비호 아래 이동통신 3사 간 경쟁은 멈춘 지 오래다. 이들 기업은 공시지원금부터 요금제 가격까지 비슷한 구도를 유지하며 점유율 전쟁을 끝냈다. 3사가 제시하는 통신 상품이 정말 합리적이었으면 마케팅 경쟁력이 부족한 알뜰폰 시장으로 가입자가 매달 꾸준히 이동하는 현상은 없었을 것이다.

정부도 3사의 시장 경쟁 구도를 “이권·기득권 카르텔”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통신업이 국민 생활과 밀접하고 공공재적 성향이 크지만 상생과는 거리가 멀고 통신사들이 배를 불리기에만 급급하다고 봤다. 이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도로 요금제 다양화, 제4이동통신사 도입 등 시장 경쟁 촉진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

AI가 제시하는 요금제+단말기 조합에는 ‘합리성’이 빠질 수 없다. AI는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사람의 시간·비용 효율적인 선택을 돕기 위해 존재한다. 또한 AI가 담보해야 하는 필수 조건 중 하나는 신뢰성이다. AI가 편향적인 정보를 제공해 비합리적인 요금제에 가입하게 한다든지, 고객이 모르게 부가서비스에 가입하게 한다든지 사람이 해온 그간의 마케팅 관행을 이어서 한다면 큰 논란이 될 것이다.

아직 말뿐인 비전이지만 AI가 MNO 시장의 경쟁을 촉진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얼마나 합리적이고 고객을 생각한 상품을 내놓는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3사는 기존 통신 시장만으로는 기업의 성장을 기대할 수 없다고 판단해 비통신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AI 시장이 빠르게 진화하는 이 시점에서 유 대표가 MNO DX에도 관심을 둔 만큼 SK텔레콤이 ‘시장 자정’의 선도적인 역할을 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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