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고금리… 미분양 7.5만 가구 ‘최다’ 11년 만
상급지서 완판 나도 소비자들 ‘돈줄’ 말라 대책 필요
주택사업 말고 탄소중립… 건설사들 ‘친환경’ 노린다
태양광서 CCUS까지… SK에코플랜트, 사명까지 바꿔

고금리로 미분양주택 수가 늘고 있다. 이는 건설사들의 주택사업 실적으로 드러났다. 고물가로 인한 고금리가 계속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건설사들은 탄소중립, 재생에너지 등 친환경 사업으로 발을 넓히고 있다. 사진은 아파트 단지를 바라보는 한 시민.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 2023.03.19.
고금리로 미분양주택 수가 늘고 있다. 이는 건설사들의 주택사업 실적으로 드러났다. 고물가로 인한 고금리가 계속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건설사들은 탄소중립, 재생에너지 등 친환경 사업으로 발을 넓히고 있다. 사진은 아파트 단지를 바라보는 한 시민.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 2023.03.19.

 

◆ 핵심요약 ◆

 

역대급 미분양 이유는 ‘고금리’

현재 건설/부동산 시장을 포함한 경제 전반은 고금리의 영향력 안에 있다. 금리란 이자를 말한다. 각국 중앙은행들은 기준금리를 조정해 물가를 조정한다. 금리가 오르면 이자가 높아지기 때문에 돈을 쓰는 사람이 적어지고 물가가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 현재는 저금리 때 풀린 막대한 자금으로 생긴 인플레이션을 조절하기 위해 각국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리고 있다. 금리를 올리면 자금 융통이 어려워지는 만큼 주택 수요도 줄어들게 된다.

 

신사업이 ‘활로(活路)’가 된 이유

0%대의 ‘제로금리’ 당시 막대자금이 풀리면서 인플레이션은 사실상 예견된 수순이었다. 경제 성장을 위해선 시장에 자금이 풀려야 했고, 제로금리는 이를 위한 것이었다. 다만 코로나19 재난지원금으로 막대한 양의 유동성 자금이 풀렸고 경기가 침체되면서 물가는 올랐다. 한국은행은 치솟은 물가에 기준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었다. 다만 이는 대출이자가 높아지는 결과를 낳는다. 즉 대출을 끼고 집을 사야하는 우리나라에선 미분양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의미다. 늘어나는 미분양은 건설사들이 새로운 사업을 찾아야만 하는 이유로 충분했다.

[천지일보=이우혁 기자] 고금리로 미분양이 확산하는 상황에서 건설사들이 살길을 찾아 나서고 있다. 주택사업에 들이던 공을 신사업으로 분배하면서다.

고금리 상황에서 정부가 규제를 풀고 있지만 제한된 상급지를 두고 경쟁을 벌이기보다는 ‘블루오션’을 찾아 나서는 모양새다. 건설사의 사업목적에 ‘친환경’ ‘에너지’가 추가되는 한편 사명에서 건설사 느낌을 뺀 SK에코플랜트에도 눈길이 간다.

◆역대급 미분양에 주택시장 날씨는 ‘흐림’

2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고금리가 여전한 상황에서 전국 미분양주택 수가 늘어나면서 각 건설사 내에선 경고등이 켜졌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월 전국 미분양 주택은 7만 5천 가구로 지난 2011년 말(8만 8천여건)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문제는 분양시장 침체가 장기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 때문이다. 현재의 미분양 증가 추세는 기준금리 상승세의 여파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릴 경우 시중은행이 개인 및 사업자에 자금융통 시 비용도 증가한다. 즉 이자 부담이 커진다는 것이다. 각국 중앙은행들은 고물가가 여전한 이상 경기침체가 심각해지기 전까지는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강남 아파트단지. ⓒ천지일보DB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강남 아파트단지. ⓒ천지일보DB

정부가 이를 막기 위해 연초 부동산규제를 대거 완화했지만 한계는 명확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들은 “돈줄이 막힌 상황에선 아무리 구매 여건이 좋아져도 어쩔 수 없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1.3부동산 대책을 통해 서울 강남 3구와 용산을 제외한 전국의 규제지역 지정을 해제했다. 이에 따라 취득세와 양도소득세, 종합부동산세 등 각종 부동산 세금이 줄고 다주택자들이 주택을 쉽게 거래할 수 있게 됐다.

규제가 대거 풀림에 따라 최근에는 분양시장에서 ‘완판’되는 단지들도 등장하고 있다. ‘강동헤리티지자이’ ‘장위자이레디언트’ ‘리버센SK뷰롯데캐슬’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등이다.

다만 부동산업계 관계자들은 해당 단지들이 서울 도심 등에 위치했고, 대형건설사들이 시공에 나선만큼 전체 분양시장을 대변할 순 없다고 설명한다. 또 수요가 몰리는 상급지는 전체를 비춰봤을 때 일부에 국한된 만큼 양극화가 심해질 순 있어도 늘어나는 미분양과는 별개의 이야기라는 입장이다.

현재는 일부 대형건설사들이 수도권에서 아파트 분양 완판을 이어가며 승승장구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상급지는 정해져 있고 금리인상 기조가 계속되는 한 이를 구매할 소비자들의 자금조달에도 한계가 있다. 즉 지금은 분양시장이 살아나는 것처럼 보여도 여전히 불확실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장위자이레디언트’ 견본주택 내부 모습. (출처: 뉴시스)
‘장위자이레디언트’ 견본주택 내부 모습. (출처: 뉴시스)

◆주택이 밥줄이던 건설사들 실적도↓

건설사들도 언젠가 올 수 있는 고금리 상황을  이전부터 준비하고 있었다. 지난해에는 금리가 오르고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자재비가 급격히 늘면서 높은 실적과는 별개로 영업이익이 급감했다. 이는 건설사들의 재무제표로 나타났고 곧 주택시장에 집중했던 전략을 바꿔야 한다는 판단으로 이어졌다.

주요 건설사들의 지난해 실적을 보면 주택사업 비중이 큰 건설사들이 타격을 받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GS건설의 경우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14.1% 줄어든 555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건축·주택 부문 매출 원가율을 보수적으로 반영한 영향이다. DL이앤씨도 주택부문 원가율이 지난해 86.7%로 전년(78.8%)에서 크게 올라 영업이익이 반토막 났다. 현대건설의 경우 해외사업 호조 등으로 영업이익은 13.5% 늘었지만, 연결 자회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의 실적 악화로 연결 기준 수익성은 악화했다.

반면 주택 비중이 10%대에 불과한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약 2.5배 증가했다. 대우건설도 베트남 사업 실적이 대거 반영돼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2.9% 늘었다.

2022 현대건설 x Seoul Startup Open Innovation 공모전 포스터. (출처: 현대건설) ⓒ천지일보 2022.09.15
2022 현대건설 x Seoul Startup Open Innovation 공모전 포스터. (출처: 현대건설) ⓒ천지일보 2022.09.15

◆활로 찾아 사업목적에 ‘친환경’ ‘에너지’ 추가

건설사들은 침체한 국내 부동산시장을 대체할 전략으로 ‘해외 수주’와 ‘신사업 확대’에 노력을 기울이기로 가닥을 잡았다. 특히 기후 위기를 타개할 탄소중립이 국제적인 화두로 떠오르면서 친환경에너지 및 탄소자원화, 태양광 등에 건설사들의 관심이 쏠렸다.

먼저 현대건설은 오는 23일 주주총회에서 ‘재생에너지 전기공급 사업·소규모전력중개사업’을 신규 사업으로 추가한다. 이는 지난 2017년 ‘태양광 발전·환경관리 대행업’을 추가한 이후 약 6년 만이다. ‘힐스테이트’와 ‘디에이치’로 그간 주택 부문에 역량을 집중한 현대건설이지만 사업 포트폴리오 재정비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DL이앤씨는 지난해 주총에서 ‘이산화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등 탄소자원화 사업을 타깃으로 추가했다. 아울러 온실가스배출권 거래업, 고압가스 저장 및 운반업·위험물 저장 및 운반업, 신기술 관련 투자·관리 운영사업, 창업지원 사업 등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e편한세상’ ‘아크로’로 주택시장의 강자였던 DL이앤씨도 친환경 신사업으로 활로를 찾는 모양새다.

◆사명까지 바꾼 SK에코플랜트 ‘왜?’

특히 사명과 함께 체질 개선에 나선 SK에코플랜트의 사업목적도 괄목할만하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 2021년 5월 사명을 SK건설에서 바꾸고 본격적으로 환경, 에너지 분야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특히 주택사업을 완전히 포기한 것은 아니지만 단순 건설사에서 ‘친환경 에너지 기업’으로서 방향을 튼 것을 두고 고무적이라는 평가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 9일 서울 종로구 수송동 본사에서 국내 1위 배터리 양극재 기업 에코프로, 자회사 전기·전자폐기물(E-waste) 전문기업 테스와 함께 ‘유럽 지역 배터리 재활용 사업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10일 밝혔다. 사진은 박경일 SK에코플랜트 사장(오른쪽), 송호준 에코프로 대표(왼쪽), 게리 스틸(Gary Steele) 테스 CEO(화면)가 협약서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제공: SK에코플랜트) ⓒ천지일보 2023.03.10.
SK에코플랜트는 지난 9일 서울 종로구 수송동 본사에서 국내 1위 배터리 양극재 기업 에코프로, 자회사 전기·전자폐기물(E-waste) 전문기업 테스와 함께 ‘유럽 지역 배터리 재활용 사업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10일 밝혔다. 사진은 박경일 SK에코플랜트 사장(오른쪽), 송호준 에코프로 대표(왼쪽), 게리 스틸(Gary Steele) 테스 CEO(화면)가 협약서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제공: SK에코플랜트) ⓒ천지일보 2023.03.10.

SK에코플랜트는 지난해까지 정관변경을 통해 사업목적에 ‘환경·에너지’를 추가했다. 주요 추가 사업목적에는 ‘환경 관련 사업’ ‘신·재생에너지 설비 관련 사업’ ‘자원의 재활용 및 회수 자원 매매’ ‘폐기물 수거·분류·소각·매립사업’ 등이 있다.

구체적인 행보를 보자면 SK에코플랜트는 지난 2020년 국내 수처리·폐기물 처리 전문 회사 ‘환경시설관리(전 EMC홀딩스)’를 인수했다. 또 총 12개의 폐기물 처리, E-waste, 리사이클링 기업을 인수하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이 같은 인수를 통해 현재 SK에코플랜트는 수처리 1위, 일반소각 1위, 매립 3위 등 국내 대표 환경사업자 지위를 공고히 했다”고 설명했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 2년간 전략적인 M&A와 기술확보를 통해 환경·에너지기업으로 변신을 완료했다. 기존 건설업에서 축적한 시공 노하우와 엔지니어링 역량을 극대화할 수 있는 환경·에너지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만들어 나가기 위해서다.

이 외에도 SK에코플랜트는 해상풍력 전문 자회사 SK오션플랜트와 시너지를 발휘해 사업개발·인허가·구조물제조·EPC·수전해 등 해상풍력 기반 그린수소 밸류체인을 완성했다. 아울러 미국 어센드엘리먼츠, 글로벌 테스의 22개국 44개의 처리시설 등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한 전기차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밸류체인을 완성해 오는 2050년 600조 폐배터리 시장 선점에 나설 방침이다.

한국남부발전이 17일 SK에코플랜트, 블룸에너지, 블룸SK퓨얼셀과 연료전지 기자재 국산화 추진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은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제공: 한국남부발전) ⓒ천지일보 2022.6.17
한국남부발전이 17일 SK에코플랜트, 블룸에너지, 블룸SK퓨얼셀과 연료전지 기자재 국산화 추진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은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제공: 한국남부발전) ⓒ천지일보 2022.6.17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