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김태종 특파원 = 1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에 위치한 실리콘밸리은행(SVB) 본사 입구. 2023.3.12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김태종 특파원 = 1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에 위치한 실리콘밸리은행(SVB) 본사 입구. 2023.3.12

 

은행발 충격 실물 연계 공포에 

주식시장 출렁, 에너지 가격 급락 

“앞으로 더 많은 기업 무너진다”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은행(SVB)과 뉴욕 시그니처은행 파산의 여파로 주식시장이 크게 출렁였고, 미국 은행발 충격이 실물부문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측하면서 시장의 우려로 원유와 천연가스 등 에너지 가격도 급락했다. 

유명한 금융투자 전문가는 미국발 은행 파산이 실물부문으로 옮아가 기업 파산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정부는 결국 꼭 필요했던 금융긴축 정책기조를 거둬들여 장기적으로 위기가 더욱 커질 것이라는 우려를 감추지 못했다.

헤지펀드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의 설립자로 최근 은퇴한 레이 달리오는 비즈니스 소셜미디어인 링크딘(linkedin)에 올린 글에서 “실리콘밸리 은행(SVB)의 파산은 ‘탄광 속 카나리아’ 같은 사건으로 앞으로 더 많은 기업이 무너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탄광 속 카나리아’는 재앙이나 위험을 예고하는 조기 경보를 뜻한다. 과거 광부들이 탄광의 유해가스를 알아차리기 위해 일산화탄소 등 유해가스에 유독 민감한 카나리아를 탄광에 놓고, 카나리아의 이상행동을 탈출 경고로 삼은 데서 유래했다. 

당장 오는 23일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가 시장 불안 해소를 위해 기준금리를 당초 빅스텝(0.5% 인상)에서 베이비스텝(0.25%)나 동결, 통화정책을 완화해 자금과 신용, 보증을 대폭 늘리는 것만 봐도 그런 시장 알고리즘의 패턴이 나타난다는 게 달리오의 주장이다.

취약한 은행들과 이런 은행들의 고객들은 신용경색 상황에서 더욱 자금난에 직면하게 되고 점점 더 고금리로 차입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 시중의 돈들은 안전자산인 달러 현금과 국채를 매입하게 되고, 그러면 국채수익률이 크게 하락한다. 연쇄도산을 우려한 정부 금융당국은 이미 충분히 발행된 국채 시장에 또 다른 신규 국채를 발행해야 한다. 의회는 국채 발행한도를 늘려야 하고, 정부는 국채 이자부담을 덜기 위해 어떻게든 국채 추가 공급에 따른 충격을 흡수해야 한다. 연준이 이런 정부의 부담을 덜어주려면 기준금리 인하와 양적완화(QE)로 돌아설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달리오는 이런 과정이 진행되는 데 1년도 안 걸린다고 봤다.

달리오의 예견이 예사롭지 않은 것은 “곧 불씨가 모두 꺼질 것”이라고 당당하게 밝힌 미국 정부의 ‘희망적 사고’에도 지구촌 곳곳에서 예상치 못한 불씨들이 불쑥불쑥 솟아오르고 있기 때문.

당장 미국과 유럽 증시가 14일(현지시간) 은행 산업 건전성에 대한 투자자들의 두려움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라 반짝 상승 조짐을 마치고 급락했다. 

이날 유럽에서는 스위스 은행 크레디트 스위스(Credit Suisse) 주식가격이 약 24% 하락했다. 주요 언론들은 이를 두고 “실패한 두 미국 은행과는 완전 별개”라고 서둘러 보도했다. 이 은행의 최대 주주인 사우디국립은행(Saudi National Bank)은 추가 자금 제공을 배제했다. 대신 스위스 중앙은행은 “필요하다면 크레디트스위스를 재정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구촌 은행 위기가 산업계의 연쇄도산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뚜렷한 징후가 없지만, 불황의 전조가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엄습하면서 이날 유가도 급락했다.

야후 파이낸스가 지난 14일(현지시간) 보도한 최신 원유거래 데이터에 따르면, 뉴욕에서 거래되는 서부텍사스중질유(WTI) 원유가격이 2021년 12월 21일 이후 처음으로 배럴당 70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또 북해산 브렌트유 역시 2021년 12월 22일 이후 처음으로 배럴당 73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이 매체는 “원유 거래기업들이 유럽의 잠재적인 은행 위기에 집중하면서 이들 원유가가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논평했다. 

뉴욕타임즈(NYT)는 1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에서 S&P 500은 실리콘밸리은행과 시그니처은행 붕괴에 대한 불안이 지속되면서 0.7% 하락했다”며 “두 은행의 고객 예치금은 금융규제당국에 의해 압류됐다”고 보도했다. 또 “연준이 금리 인상에 대해 보다 신중해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미국 국채수익률이 급락하는 등 채권시장 불안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영국 매체 BBC 방송은 14일 “전 세계 금융 주가가 일제히 폭락, 3년여만에 최악의 날을 맞았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일본의 토픽스 은행 지수가 7% 이상 하락했다. 일본 최대 금융기업 중 하나인 ‘미쓰비시 UFJ 파이낸셜 그룹’의 주가는 장 중반에 8.1% 하락하기도 했다. 하루 전인 13일에는 스페인 산탄데르은행과 독일 코메르츠방크는 주가가 한때 10% 이상 급락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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