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징용해법 후 국내 첫 사례
“약정서 근거한 자발적 기부”
대일청구권 수혜기업 ‘노심초사’
정부 “기부금 출연 압박 없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과 포스코. ⓒ천지일보DB
최정우 포스코 회장과 포스코. ⓒ천지일보DB

[천지일보=이우혁 기자] 포스코가 정부의 대일정책에 힘을 싣는다.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에 40억원 규모의 기부금을 출연하기로 하면서다. 정부의 강제징용 해법 발표 후 국내 기업 중에선 처음이다.

포스코는 15일 “과거 재단에서 100억원을 출연하겠다는 약정서를 근거로 남은 40억원을 정부의 발표 취지에 맞게 자발적으로 출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 기부는 정부(외교부)의 강제징용 대법원판결 관련한 입장 발표에 따른 것이다. 앞서 외교부는 지난 6일 재단을 통해 대법원의 배상 확정판결을 받은 강제징용 피해자의 판결금과 지연이자를 지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외교부는 관련 재원을 민간의 자발적 기여 등을 통해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발표 이후 국내 기업 중에선 포스코가 처음으로 기부금을 출연했다. 지난 2012년 포스코는 이사회 의결을 통해 재단에 100억원을 출연하기로 했다. 포스코는 이후 지난 2016년과 2017년에 각각 30억원, 60억원을 출연했다.

이번 40억원 출연으로 포스코는 과거 재단과 했던 약속을 이행했다고 강조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박진 외교부 장관이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일제 강제징용 피해배상 해법 정부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3.06.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박진 외교부 장관이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일제 강제징용 피해배상 해법 정부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3.06.

포스코의 출연 결정은 지난 1960년대로 거슬러 간다. 한국 정부는 지난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을 체결했다. 당시 대일 청구권을 포기하는 대신 5억 달러의 협력 자금을 받았고, 이 중 일부가 기업 지원금으로 사용됐다.

포스코의 전신인 포항종합제철은 지원금을 받은 대표적인 기업이었다. 정부는 포항종합제철에 1억 1948만 달러를 투입했다. 이는 청구권 자금의 24% 수준이다.

포스코가 국내 기업으로선 처음으로 재단에 기부금을 출연하면서 당시 수혜를 입은 기업들의 동참 여부에도 이목이 쏠린다. 포스코 외에도 당신 청구권 자금으로 수혜를 입은 기업은 한국도로공사, 한국철도공사, 외환은행, 한국전력공사, KT, KT&G, 한국수자원공사 등 16곳이다.

일각에선 ‘정부가 민간의 참여를 은연중 압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다만 정부는 민간의 기부가 ‘자발적인 것’이라며 기부금 출연과 관련해 기업과의 접촉은 없었다고 강조하고 있다. 정부가 기업과의 접촉에 선을 긋는 상황에서 기부금 출연은 오롯이 청구권 자금 수혜 기업들의 몫이 됐다.

포스코가 출연한 거액의 기부금을 두고 일부 공기업들은 정부의 세부 지침을 봐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일부 민간 기업은 정부의 요청이 없는 상황에서 기부금 출연은 자칫 배임 등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윤석열 대통령 16∼17일 일본 방문. (출처: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16∼17일 일본 방문. (출처: 연합뉴스)

포스코가 40억원을 출연하면서 정부의 대일정책에 힘을 실어주는 가운데 삼성전자, SK, 현대자동차그룹, LG그룹 등 재계 총수들도 윤석열 대통령의 방일 기간에 맞춰 일본을 찾는다.

일본 공영방송 NHK에 따르면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일본 기업단체 게이단렌(經團連·일본경제단체연합회)과 오는 17일 일본에서 간담회를 열 계획이다.

간담회에는 전경련 간부와 대기업 경영자 등 20여명과 일본에서 도 쿠라 마사카즈 게이단렌 회장과 대기업 인사들이 참석한다. 특히 국내에선 이재용 회장과 최태원 회장, 정의선 회장, 구광모 회장이 참석할 예정이다.

이번 일본 방문에서 총수들은 공식적인 경제사절단 직함을 달지 않고 민간 차원의 노력에 집중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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