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우 포스코 회장과 포스코. ⓒ천지일보DB
최정우 포스코 회장과 포스코. ⓒ천지일보DB

[천지일보=정다준 기자] 3월 17일 주주총회를 앞두고 있는 포스코에 세무조사가 시작됐다. 정기 세무조사라고는 하지만 그 배경이 심상치 않다. 구현모 KT 사장의 퇴진에 이어 최정우 포스코 회장의 진퇴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자못 궁금하다.

포스코는 2000년 민영화됐다. 국민주 공모, 이른바 ‘주인 없는 민영화’ 방식이었다. 현재 포스코는 9.11%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최대 주주이고, 나머지는 외국인 주주 비율이 과반수를 넘는 등 지배주주 없이 분산돼 있다. 그래서 포스코는 KT, KT&G와 더불어 민영화된 공기업이라고 불린다. 일반적으로 공기업의 민영화는 경영효율을 높이기 위해서 추진한다. 민영화 이후 22년이 지난 현재, 포스코의 민영화는 그 목적을 달성하고 있는가?

기자 소견은 ‘No’다. 지금 포스코는 ‘사이비 재벌그룹’과 다름이 없다.

먼저 포스코는 오너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회장이 그룹경영에 전권을 행사하며 마치 오너처럼 행세한다. 그룹 매출액 규모 80조원을 넘어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지만 회장의 선임과 중임 과정이 제대로 이루어지는가는 의문이다. 첫 선임은 정치권력의 힘으로, 중임은 셀프 심사와 다를 바 없다. 그러다 보니 모두 쉽게 중임 됐지만 누구도 중임 임기를 끝까지 마칠 명분이 약했다. 최 회장도 마찬가지다. 더욱이 최근 몇 년간 최 회장은 임직원 대비 본인의 보수만 현저하게 올려 빈축을 사고 있다. 

또한 사업 구조도 재벌과 다름없는 문어발식 확장이다. 최 회장 스스로 ‘7대 사업’이라고 명명하고 있듯이 포스코의 본업인 철강·소재뿐 아니라 무역, 에너지, 건설, 물류에다 골프장 사업까지 하는 것이 민영화 당시 국민이 기대했던 포스코의 모습인가?

최근 불거진 ‘국민기업’ 논란 역시 포스코의 정체성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다. ‘국민기업’이라는 명예로운 호칭에 담긴 국민의 기대는 민영화 이후에도 모든 면에서 모범이 돼달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스스로 ‘국민이 아니라 주주들에게 이익을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변하는 그 어디에 지역, 시민, 환경, 고객, 임직원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녹아 있는가? 

최 회장은 포스코의 정체성, 윤리성에 심각한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 이로 인해 임직원들의 자부심은 사라지고 이해 관계자들의 포스코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

오늘날 포스코가 왜 이런 ‘사이비 재벌그룹’으로 남게 됐는가.

2000년 민영화 이후 포스코는 최 회장 포함 5명의 회장을 거치는 동안 국민의 기대와 동떨어진 행보를 걸어왔다. 모든 조직은 시대적 소명이 있다. 2000년대 유상부, 이구택 회장 때 포스코의 과업은 글로벌화였다. 국내 성장을 마친 포스코는 세계적 경쟁력을 뽐냈고, 이것을 바탕으로 철강 수요가 큰 폭으로 늘어날 중국, 인도, 베트남 지역에서 일관제철소 진출을 추진할 수 있었다. 그들이 원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기회를 살리지 못했고, 현재 인도네시아에 소규모 상공점 제철소만 가지고 있을 뿐이다. 

2010년대 정준양, 권오준 회장 때는 부실한 사업 다각화 투자와 뒤따른 재무위기를 수습하는데 바빴다. 시너지가 불분명한 무역회사 대우인터내쇼널 등 무분별한 기업 인수, SNG 등 내부 부실사업 추진 등으로 현금자산을 탕진하고 신용등급이 추락하는 가운데 구조조정으로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다. 

2018년 권 회장을 이은 현 최 회장은 문재인 정권의 영향력 가운데 예상치 않게 선임됐다. 그는 구조조정 이후 체력을 회복한 포스코를 이끌면서 별다른 비전 제시나 혁신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저 권오준 회장 당시 착수한 리튬 등 소재 사업에서 마침 불어온 세계적 이차전지 열풍의 행운을 누릴 뿐이다. 그리고 작년 사상 초유의 폭우에 대한 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한 대가로 얻은 ‘조업중단’이라는 불운을 그저 지켜봤을 뿐이다. 

‘사이비 재벌그룹’이라 힐난 받아 마땅한 오늘의 포스코는 사실상 최 회장의 책임이 가장 크다. 그는 마치 재벌 회장과 같이 행세한다. 본인의 보수를 역대 어느 회장보다 높이 올렸을 뿐만 아니라 집에 예비 승용차를 두고 활용하다 시민단체로부터 고발을 당하기까지 했다. 심지어 해외출장 때 하루 숙박비 1000만원짜리 방에서 잤다는 말까지 흘러나올 정도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은 KT와 포스코의 지배구조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두 회사는 대통령이 주재하는 중요 회의나 출장에서도 배제되는 모양새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은 스튜어드십을 발휘하려고 한다. 

이런 와중에 최 회장은 2023년까지 임기를 마칠 각오로 전관 변호사들을 영입하고 정관계 로비, 언론 홍보에도 열심인 모양새다. 정권교체 때마다 뒤따르는 민영화된 공기업 CEO의 수난사를 끝내기 위해서라도 임기를 끝까지 마칠 필요가 있다는 걸 명분으로 내세운다. 잘 모르면 그럴싸하게 들릴 수 있지만 터무니없는 주장이다. 그가 문 정부 시절 어떤 배경에서 어떤 영향으로 회장으로 선임됐는지 안다면 말이다.

포스코 회장 수난사를 끝내기 위해서는 우선 그가 깨끗이 물러나야 한다. 그것이 회사를 위하는 가장 명분 있는 일이다. 포스코를 이끌 새 회장은 그와 달리 비전과 능력, 인품과 도덕성을 갖춰야 한다. ‘사이비 재벌그룹’을 제대로 된 ‘국민기업’으로 되돌려 놓을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 윤 대통령의 결단도 필요하다.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포스코 회장을 미리 정해놓고, 공정한 척 이사회를 거치는 뻔한 절차를 멈추도록 해야 한다. 누구도 간섭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아니 오히려 줄을 대는 사람들은 배척하도록 간섭해야 한다. 

또다시 용산이나 여의도에 줄을 대는 사람이 회장으로 선택된다면 포스코 수난사는 반복될 것이다. 이제 포스코 이사회가 제대로 역할을 해야 한다. 어쩌면 포스코 사람들은 누가 국민기업 포스코를 되살릴 수 있는지 알고 있을 것이다. 과감하게 회장 선임 프로세스에 임직원들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할 수는 없을까? 윤 정부의 지혜로 국민기업 포스코의 부활이 이루어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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