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남부지검과 병무청 합동수사팀은 지난 3개월간의 병역비리 합동수사 결과를 13일 발표했다. 검찰은 가짜 뇌전증 진단서를 이용해 병역비리를 저지른 혐의로 브로커 구모·김모씨와 면탈자인 래퍼 라비(본명 김원식), 배우 송덕호(본명 김정현), 프로배구 선수 조재성씨 등 130명을 재판에 넘겼다. 사회복무요원 복무 중 기록을 조작해 조기 소집해제를 시도한 래퍼 나플라(본명 최석배)와 관련 공무원 등 7명도 기소했다.

수사 결과를 통해 병역판정 검사 과정에 심각한 허점이 노출됐다. 병역면탈 사례가 대거 적발된 뇌전증 문제에 대한 검사에서 일부 한계점이 드러나기도 했다. 뇌전증은 경련이나 의식장애를 일으키는 발작 증상이 반복되는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뇌전증 환자 가운데 30∼40%는 자기공명영상(MRI) 진단에서 이상 소견이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병무 당국은 소변검사에서 나타난 약물 농도 등을 근거로 이들이 치료받는 것으로 판단한다. 이번에 적발된 허위 뇌전증 환자들이 이런 점을 악용해 가짜 환자 행세를 하거나 검사 직전에만 약물을 복용하며 소변 검사에 대비했다는 것이다.

병무청은 이번 병역비리 적발을 계기로 혈액검사를 추가해 지속적으로 약물 치료를 받았는지를 확인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혈액검사로도 가짜 환자를 100% 가려내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병역판정 검사를 보다 다양하고 치밀하게 진행해야 한다. 이번 검찰에 적발된 병역면탈 사범 중에는 유명 래퍼와 배우 등 연예인들과 프로배구 선수 등이 포함돼 있다. 이들 병역면탈자의 가족·지인 상당수는 병역비리 범행에 적극 가담한 것으로 나타났다. 병역비리 공범 중에는 한의사와 전직 대형로펌 변호사까지 포함돼 있다.

이번 수사를 통해 관련 브로커들과 뇌전증 이외의 문제로 계약한 의뢰인이나 최근 수년간 뇌전증으로 병역을 감면받은 이들도 파악된 것으로 전해진다. 조직적인 병역면탈 비리 행각이 널리 퍼져있다는 추측까지 나온다.

병무당국은 병역면제 기준을 더욱 엄정하게 하고 면탈자에 대해 사후 추적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 병역면탈 사범들에 대해선 엄정한 사법처리와 함께 병역 의무를 끝까지 이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병역비리는 국민의 4대 의무인 국방의 의무를 저버리며 사회적 공정의 가치를 훼손할 수 있는 범죄 행위다. 이번 수사를 통해 신체등급 기준은 물론 병역판정 체계 전반을 면밀하게 재검토해야 한다. 국민개병제를 채택하고 있는 한국에서 병역비리는 일벌백계를 넘어 발본색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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