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의 흡입력에 반해 시작
하루 5시간 이상 끝없는 연습
‘적벽가’로 판소리 입문 추천
“국악인들의 설 자리 필요해”

보성군립국악단 박춘맹 명창이 최근 본지와 인터뷰에서 판소리의 매력에 대해 소개했다. 사진은 박 명창이 판소리 하는 모습. (제공: 박춘맹 명창) ⓒ천지일보 2023.03.15.
보성군립국악단 박춘맹 명창이 최근 본지와 인터뷰에서 판소리의 매력에 대해 소개했다. 사진은 박 명창이 판소리 하는 모습. (제공: 박춘맹 명창) ⓒ천지일보 2023.03.15.

[천지일보 보성=천성현 기자] “그 순간 박춘맹이라는 사람은 없고 작품 속 인물이 돼 연기하고 소리하며 관객과 같이 호흡하는 것이 판소리의 매력입니다.”

보성군립국악단 박춘맹 명창이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같이 말했다. 박 명창은 조상현, 성우향, 오정숙 등 기라성과 같은 명창들에게 사사했으며 중요무형문화재 판소리 제5호 심청가 이수자다. 지난 1983년 국립창극단 단원을 시작으로 광주시립국극단 창악수석 단원, 전남도립국악단 수석 단원을 역임했다.

박 명창은 “국악이 점점 설 자리가 없어져 국악을 전공한 젊은 후배들이 현실적인 문제로 다른 일을 한다는 게 정말 안타까운 문제”라며 “국악의 보존 발전을 위해서는 인재들이 국악을 포기하지 않도록 국악인들이 설 자리와 지원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세계문화유산 유네스코에 등재된 우리나라 고유의 문화유산인 판소리. 본지는 박 명창을 만나 판소리의 매력과 판소리를 비롯한 국악의 보존·발전을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아봤다.

박 명창이 판소리를 시작한 계기는 판소리가 가진 흡입력에 매력을 느끼면서다.

박 명창은 “외할아버지가 상엿소리나 잡가를 하던 분이셔서 그걸 보고 자랐지만 어린 시절에는 관심이 없었다”며 “고등학교 3학년 때 국립창극단 단원이셨던 외삼촌의 권유로 국립창극단 연수생이 되고 1년쯤 지났을 때 조상현 명창의 판소리 공연을 보고 판소리가 가진 흡입력에 매력을 느껴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판소리를 시작하기 전 준비하는 과정은 어떻게 될까. 박 명창은 “판소리 공연 한 판을 준비하는 과정은 하루 5시간 이상 수개월 수백 시간을 계속 같은 소리를 끊임없이 반복하는 연습 과정의 연속”이라며 “판소리는 아무리 준비해도 컨디션에 따라 하루하루가 달라서 더 많이 연습하고 준비하는 과정이 필요하고 많은 소리를 지르고 연마하는 것이 준비과정 전부라고 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가 판소리를 하며 가장 인상에 남는 역은 악역이다. 박 명창은 “1987년 홍범도 장군을 주제로 한 공연에서 일본 순사 역을 맡고 악역에 대한 매력을 느껴 그걸 계기로 놀부, 변 사또 등 많은 악역을 경험하며 본인에게 맞는 캐릭터를 찾을 수 있게 돼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회고했다.

박 명창은 판소리의 매력에 대해 “공연하면서 자신의 모든 감정을 작품 속의 인물이 돼 연기하고 소리하며 호소할 수 있는 것”이라며 “연기를 통해 관객과 같이 호흡하는 느낌을 경험하면 그 맛에 빠져서 더 노력하게 되고 판소리의 매력에 빠지게 된다”고 웃어 보였다.

판소리를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지 묻자 그는 “즐겨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즐기지 않으면 배울 수 없다”며 “어떤 것이든 억지로 하면 무리가 온다고 말해주고 싶다. 첫술에 배부를 순 없으니 시간을 두고 즐기다 보면 판소리의 매력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처음 판소리를 접하는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작품으로 ‘적벽가’를 추천했다. 박 명창은 “‘효’도 중요하고 ‘충’도 중요하고 ‘사랑’도 중요하지만 요즘 같은 시대에 벗과 벗의 믿음과 의리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서 적벽가를 추천한다”고 했다.

박 명창이 판소리를 하며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무엇일까. 그는 “다른 공연자와 함께할 때 제일 중요한 것은 호흡”이라며 “상대와의 호흡이 끊어지면 연기가 다 무너지게 된다”고 강조했다. 또 “호흡이 맞지 않는 일이 있더라도 지적하고 화내는 것이 아니라 상대에게 맞춰주며 공연이 끝나면 부족한 부분에 대해 알려준다”고 말했다.

박 명창은 후진 양성에도 더욱 힘쓸 예정이다. 그는 “후진 양성을 통해 보성의 소리를 이어가고 우리 예술문화 유산을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도 전할 수 있는 그런 국악인들을 양성할 계획”이라며 “군민과 함께 보성의 소리를 전국적으로 또 세계적으로 알리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끝으로 박 명창은 “초·중·고 그리고 대학교까지도 판소리를 전공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국악인들이 설 자리가 없다 보니 현실적인 문제로 활동하지 못하고 국악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아 국악 인재들을 다 놓치게 될까 봐 걱정된다”며 “국악을 보존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현실적인 문제로 포기하지 않도록 국악인들이 설 자리를 만들어주는 게 중요하다”고 거듭 말했다. 이어 “그러기 위해서 국가와 군이 행정적으로 국악인에 대해 지원해주면 우리의 문화유산을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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