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일 미 연방준비제도의 기준 금리 발표 후 제롬 파월 의장이 기자회견을 진행한 가운데 뉴욕증권거래소(NYSE) 트레이딩 플로어 화면에 파월 의장이 등장하고 있다. (출처: 로이터, 연합뉴스)
지난달 1일 미 연방준비제도의 기준 금리 발표 후 제롬 파월 의장이 기자회견을 진행한 가운데 뉴욕증권거래소(NYSE) 트레이딩 플로어 화면에 파월 의장이 등장하고 있다. (출처: 로이터, 연합뉴스)

 

SVB 직접적인 파산 원인, 투자한 채권 위험회피 외면 탓

미 연준 공격적인 금리인상에도 헤지 채권 불과 2% 정도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로 국제 금융시장이 요동하는 가운데 원인으로 지목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Fed)의 금리인상 추이에 제동이 걸릴지에 관심이 쏠린다.

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CNBC 등 보도에 따르면 SVB 파산에 이어 뉴욕주 시그니처은행도 이틀 만에 폐쇄되자 파장에 대한 우려가 커진다. 일각에서는 연준의 금리인상 폭이 줄어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 2008년 리먼 브라더스 사태 이후 금융 기관에 대한 감시가 강화됨과 동시에 전 세계 중앙은행은 경제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이후 몇 년 동안 저금리를 유지했다. 이번 SVB 파산의 직접적인 원인이 미 연준의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부작용이라고 꼽히면서 다음주 열리는 미 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 국제사회의 시선이 쏠린다.

골드만삭스는 전날 보고서를 통해 연준이 오는 21∼22일 열리는 FOMC 정례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전망을 수정했다. 당초 예측은 베이비 스텝(0.25%p 인상)이었다. 바클레이스도 이달 FOMC에서 금리 동결을 전망했다. 반면 뱅크오브아메리카와 시티그룹은 베이비 스텝으로 예상했다.

CNBC는 연준이 아직은 금리 인상을 멈추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면서 파월 의장이 경제 지표에 관심을 더 집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는 14일 미국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 15일에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각각 발표된다.

이 가운데 SVB이 보유한 미 국채 등 채권의 금리 인상에 대한 위험회피(헤지)를 지난해 간과한 점이 파산의 원인이 됐다고 WSJ은 지적했다.

미 연준의 급격한 금리인상으로 채권가격이 급락했지만, SVB이 기본적인 위험 관리를 하지 않아 대규모 손실을 입었다는 설명이다. 보도에 따르면 SVB는 2021년에는 금리인상에 발맞춰 153억 달러(약 19조 9천억원) 규모의 채권에 대해 헤지했다. 하지만 지난해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4.0%포인트 끌어올리는 초고속 금리 인상을 단행했지만, 되려 SVB는 금리인하에 대비한다면서 금리인상에 대한 헤지를 매도가능 증권의 2% 수준으로 줄였다. 전체 매도가능증권 260억 달러(약 33조 9천억원) 중 5억 6300만 달러(약 7334억원)만 금리 인상에 대해 헤지를 했다. 금융회사들은 금리인상의 손실을 막고자 통상 투자자의 고정금리 대출이나 투자를 제3자를 통해 스와프 거래를 한다. 변동금리로 전환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자산의 절반 이상을 미 국채나 모기지 채권에 투자했음에도 SVB는 이러한 헤지를 간과한 것이다. SVB가 지난해 말 보유한 채권 1170억 달러(약 153조원) 중 577억 달러(약 75조 3천억원)가 모기지이며 161억 달러(약 21조원)가 미 국채다.

SVB 사태 후폭풍이 거세다. 은행주들이 폭락했다. 미국 CNN비즈니스에 따르면 미국과 영국 정부가 비상조치를 했음에도 유럽연합(EU)과 영국의 42개 대형 은행을 추적하는 스톡스 유럽 600 은행업종 지수는 13일(현지시간) 오후 한때 5.6% 급락해 지난해 3월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범유럽 지수 스톡스 600 지수는 2%대 내렸다. 스위스 은행 크레디트 스위스의 주가는 한때 12% 급락해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런던 증시에서 HSBC 주가는 4%, 바클레이스는 6% 떨어졌다.

CNN비즈니스는 “유럽 은행들이 SVB와 그 고객들에 대한 노출이 상대적으로 제한됐음에도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투자 플랫폼 하그리브스 랜스다운의 수잔나 스트리터는 “투자자들은 여전히 지난 며칠간의 사건으로 동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SVB 파산은 2008년 리먼 브라더스 사태와 비교돼 회자되고 있다. 모두 파산했다는 점에서 같지만 원인이 다르다. SVB는 금리인상으로 인한 채권 가격 급락, 폭증한 고객들의 예금 인출요구를 대응하기 위한 보유 자산 매각 등에 따른 손실이다. 리먼 브라더스는 2007년 불거진 미국의 부동산 가격 하락에 따른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의 부실이 원인이 됐다. 리먼 브라더스 사태는 전 세계 부동산과 주가가 하락하면서 소비가 위축되고 투자‧고용 감소로 이어져 글로벌 금융위기를 초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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