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에 위치한 실리콘밸리은행(SVB) 본사 정문을 보안 요원이 지키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에 위치한 실리콘밸리은행(SVB) 본사 정문을 보안 요원이 지키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폐쇄된 실리콘밸리은행(SVB)에 고객이 맡긴 돈을 보험 대상 한도와 상관없이 전액 보증하기로 했다.

재닛 예런 재무장관, 제롬 파월 연방준비위원장, 마틴 그뢴버그 예금보험공사(FDIC) 이사장은 12일(현지시간) 공동 성명을 통해 “SVB 예금자들은 13일부터 자신의 예금 전액을 인출할 수 있다”고 밝혔다. SVB 청산과 관련해 납세자들의 부담은 없을 예정이다.

이들은 “FDIC와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상의한 결과 이 같은 방식으로 모든 예금주를 완전히 보호하는 방식의 사태 해법을 승인했다”고 설명했다.

연준은 “미 재무부 채권과 주택담보대출증권 및 기타 담보물을 담보로 잡고 은행들에게 1년 기한의 대출을 지원하는 ‘은행 투자금 프로그램’을 통해 예금자들의 모든 요구에 응할 수 있도록 추가자금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주주와 담보가 없는 채권자 일부는 보호받지 못할 방침이다. SVB 고위 경영진은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사임했다. 미 재무부는 뉴욕주 금융당국이 이날 폐쇄한 시그니처은행에 대해서도 비슷한 대책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미 연준은 은행에 유동성을 지원하기 위해 새로운 기금(BTFP)을 조성한다고 밝혔다. BTFP를 통해 미국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 등 담보를 내놓는 은행에 1년간 자금을 대출할 계획이다.

재무부는 BTFP를 지원할 용도로 환율안정기금(ESF)에서 최대 250억 달러를 사용 가능하게 할 계획이지만 실제 이 자금을 쓸 필요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와 통화해 대책을 논의했다.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멘로 파크에서 샌드힐 로드에 있는 실리콘밸리은행(SVB)이 문을 닫은 모습. (출처: 로이터, 연합뉴스)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멘로 파크에서 샌드힐 로드에 있는 실리콘밸리은행(SVB)이 문을 닫은 모습. (출처: 로이터, 연합뉴스)

 

SVB는 올해로 40년째 된 미국에서 16번째로 큰 은행으로, 스타트업 회사들의 돈줄이었다. 주로 밴처캐피털 회사에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식으로 운영됐다. 이 은행은 수익이 들어오면 대부분 채권 비슷한 주택저당증권(MBS) 상품에 투자했다. 2년 전만 해도 MBS 상품의 수익률은 1.5%였으며, 미국 국채 수익률이 0~0.25%였기 때문에 수익에 그리 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지난해 인플레이션을 잡으려 미 연준이 공격적인 금리인상 정책을 펼침에 따라 낮은 수익률인 MBS 상품에 갇힌 SVB는 결국 고객 예탁금을 돌려줘야 하는 상황에서 대규모 손실을 입게 됐다. 거기에 설상가상으로 암호화폐 은행인 실버게이트은행이 파산하면서 SVB 고객들이 지난 10일 대거 인출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SVB는 자산을 매각해 돈을 내줘야 하는 상황이 됐다. 결국 캘리포니아 금융 보호국이 개입했다.

리먼 브라더스 파산으로 지난 2008년 금융위기를 겪은 세계금융시장은 SVB 사태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아시아에서 미국 S&P 500 주식 선물 1.2%, 나스닥 선물 1.3% 상승하는 반응을 보였다. 연방기금 선물은 지난주 SVB 뉴스가 터지기 전 약 70%에 비해 이번주에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eral Reserve)가 금리를 0.5p 인상할 가능성이 28%에 불과하다는 것을 암시하면서 초기 거래에서 급등했다.

코페이(Corpay)의 칼 샤모타(Karl Schamotta) 수석 시장 전략가는 로이터 통신에 “이번 조치가 지역 은행 부문에 걸친 심리적 ‘둠 루프(악순환)’를 결정적으로 깨뜨릴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공정하든 아니든 이 사건은 연준의 긴축 정책이 계속됨에 따라 투자자들이 다른 균열이 나타나는 것을 조심스럽게 주시하면서 배경 변동성을 더 높이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사태로 미 연준의 지속적인 금리인상 기조가 유지될지에 관심이 쏠린다. SVB와 같은 대형급 은행 파산이 도미노 현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SVB 파산 사태는 2008년 리먼 브라더스 파산으로 맞게 된 금융 위기 이후 가장 큰 은행의 파산이다. 당시 미국발 금융위기(서브프라임모기지)로 세계 경제는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 침체를 경험했다. 미국의 2009년 1분기 연간 경제 성장률이 -6.4%를 기록하는 등 여러 나라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