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벼락 너머 소박한 ‘풍경’
외벽에 그려진 ‘벽화’ 눈길
‘아날로그’ 감성 입힌 공간

입장료 무료 공용주차장도
근거리 주변, 먹거리 다양

[천지일보 담양=이미애 기자] 강순화 담양군 홍보팀장이 ‘해동문화예술촌’을 방문한 전남 구례 선상원 군의원과 함께 막걸리 주조 과정을 알 수 있도록 재현한 원재료 가공실을 살펴보고 있다. 원재료 가공실에서는 찐 쌀을 냉각시키던 터를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3.12.
[천지일보 담양=이미애 기자] 강순화 담양군 홍보팀장이 ‘해동문화예술촌’을 방문한 전남 구례 선상원 군의원과 함께 막걸리 주조 과정을 알 수 있도록 재현한 원재료 가공실을 살펴보고 있다. 원재료 가공실에서는 찐 쌀을 냉각시키던 터를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3.12.

[천지일보 담양=이미애 기자] 만물이 동면에서 깨어나는 경칩이 지나고 봄기운이 넘친다. 대지에 퍼지는 봄 향기에 마음마저 설렌다. 봄 소풍 떠나기에 좋은 날씨, 작은 배낭에 생수와 약간의 간식을 챙겨 가까운 문화공간에서 여가를 즐기고 싶은 계절이다.

본지는 최근 봄, 꽃바람에 실려 전남 담양군 해동문화예술촌(예술촌) 탐방에 나섰다. 해동문화예술촌은 과거 전통 막걸리를 주조하던 근현대적 노동의 공간으로 방치된 폐산업시설에서 지역 ‘문화예술공간’으로 다시 태어난 곳이다.

◆누구에게나 열린 힐링 공간

낮은 담벼락 너머 소박한 내부 환경에 눈길이 닿는다. 앞뒤로 문은 언제나 개방돼 있다. 월요일(휴관일)은 제외하고 언제라도 가면 입장료 없이 편안하게 전시 공간을 관람할 수 있는 열린 힐링 공간이다. 특히 국민관광지로 알려진 죽녹원, 관방제림,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 프로방스까지 그리 멀지 않은 데다가 주변 먹거리까지 갖추고 있어 MZ세대들에게도 인기 관광지다.

탐방객들은 만물이 생동하는 소리를 마음으로 느끼며 해동문화예술촌 공간을 구석구석 관찰했다. 정문 오른쪽 시멘트벽에 그려진 벽화가 아날로그 감성을 자극한다. 농촌 풍경을 배경으로 전 세대를 아우르며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던 드라마 ‘전원일기’의 주인공 김혜자·최불암씨가 연기하는 모습이 벽화로 꾸며져 있다.

[천지일보 담양=이미애 기자] 막걸리의 주조 과정을 알 수 있는 아카이브전시관을 지나 발효실에서는 막걸리의 발효과정을 색과 소리로 표현하고 있다. 술이 익어가는 소리를 들어볼 수 있다. ⓒ천지일보 2023.03.12.
[천지일보 담양=이미애 기자] 막걸리의 주조 과정을 알 수 있는 아카이브전시관을 지나 발효실에서는 막걸리의 발효과정을 색과 소리로 표현하고 있다. 술이 익어가는 소리를 들어볼 수 있다. ⓒ천지일보 2023.03.12.

광주에서 온 박주영(62, 북구 두암동)씨는 “시골 향수가 정겹게 느껴졌던 감동적인 장면이 많았다”며 드라마의 시그널 음악을 흥얼거렸다.

이외에도 해동문화예술촌 건물 외벽에는 국내 작가를 비롯해 프랑스 작가 작품도 있다. 작가적 상상력이 가미된 벽화도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한 여행객은 “야외 갤러리가 따로 없다”며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이곳은 1960년대 소주를 주조하던 사업장을 해동주조장 대표가 인수해 해동 막걸리로 사업을 확장했다. 막걸리와 탁주를 만들던 담양읍의 가장 큰 주조장이었다. 1970년대 고도성장기에 막걸리는 국내 주류 판매량의 75%를 차지하며 정점을 찍었다. 88올림픽 이후 맥주와 소주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늘면서 막걸리는 사양 산업이 됐다.

해동주조장도 2000년대를 맞이하며 사양길에 접어들었고 2010년 결국 폐업하게 됐다. 이후 방치되던 주조장을 2016년 담양군이 부지를 매입한 후 문화재생사업을 통해 2019년 6월 1일 해동문화예술촌으로 개관하게 됐다.

[천지일보 담양=이미애 기자] 해동문화예술촌 어린이 노리도서관 내부. 다양한 도서 등 놀이 공간이 마련돼 있다. ⓒ천지일보 2023.03.12.
[천지일보 담양=이미애 기자] 해동문화예술촌 어린이 노리도서관 내부. 다양한 도서 등 놀이 공간이 마련돼 있다. ⓒ천지일보 2023.03.12.

◆현재·과거 담긴 예술촌 공간

해동문화예술촌은 시각예술·공연예술을 기반으로 한 문화복합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다. ‘아레아 갤러리’에서는 1년에 4회 정도 전시가 있다. 과거 해동주조장 시절 이 건물은 왼편은 누룩 창고, 오른편은 일꾼들의 보조 숙소로 이용됐다. 오른쪽에는 ‘소동동’이라 불리는 어린이 전시장(1년, 2회 전시)이 있다. 과거 차고지 건물도 있다. 왼쪽에는 승용차가 보관됐다. 가운데는 정비 공간, 오른쪽은 막걸리를 배달하는 큰 화물차가 드나들었다고 한다.

해동예술촌의 전체 면적은 2250평(7438㎡) 정도다. 크게 세 공간으로 옛날 해동주조장과 읍 교회, 담양의원으로 이뤄졌다. 건너편 한옥 건물은 ‘추자혜’라고 불린다. 백제시대 때 담양의 명칭이다. 옛 담양의원의 안채였던 곳이다.

현재는 담양군문화재단의 사무실로 이용 중이지만 예술가들을 위한 가사문학관과 게스트하우스로 운영될 예정이다. 과거 주조장에서 일했던 직원들의 숙소는 현재 멕시코 음식점 ‘치도’로 운영 중이다. 건물 노후화가 가장 심한 곳이라 전체 재건축했다.

[천지일보 담양=이미애 기자] 해동주조장의 옛 역사를 담은 ‘아카이브관’에 전시된 흑백 사진에서 오래된 건물의 형태를 확인할 수 있다. ⓒ천지일보 2023.03.12.
[천지일보 담양=이미애 기자] 해동주조장의 옛 역사를 담은 ‘아카이브관’에 전시된 흑백 사진에서 오래된 건물의 형태를 확인할 수 있다. ⓒ천지일보 2023.03.12.

이곳은 담양청년창업지원사업의 일환으로 담양군과 담양군문화재단이 협력해서 청년창업의 디딤돌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기반시설·용품 및 임대료 감면 등 전폭적으로 지원이 들어간 곳이다. 치도는 맥시코 음식을 주메뉴로 담양에 새로운 음식문화를 제공하고 있다.

과거 해동주조장 대표 일가가 1990년대까지 생활하던 한옥 안채는 북 카페로 단장했다. 넓은 마당에는 정원과 우물이 있다. 건물은 남향을 향하고 있어 마루에 앉아 따스한 햇볕을 쬘 수 있다. 과거에는 마당을 바라보는 전면부가 전부 창으로 이뤄져 채광에 신경을 많이 쓴 공간이다. 이곳에서 일꾼들의 취사도 가능했었다고 한다.

뒤로 보이는 큰 ‘ㄱ’자의 건물은 해동주조장의 옛 역사를 담은 아카이브관이다. 안타깝게도 현장이 많이 남아있진 않지만 해동주조장의 옛 물품과 함께 옛터를 보존하고 있어서 막걸리의 주조과정도 엿볼 수 있다. 커다란 기름통은 해동주조장에서 사용한 연료통으로 쌀을 찌는 가열시설과 누룩제조, 막걸리 발효 온도를 유지하기 위한 난방시설에 사용한 등유를 보관한 연료통이다. 원재료 가공실에서는 찐 쌀을 냉각시키던 터를 그대로 보존 중이다. 옆에 보이는 뒤주도 당시 쌀을 보관하는 데 쓰였다.

[천지일보 담양=이미애 기자] 과거 해동주조장 대표 일가가 1990년대까지 생활하던 한옥 안채 정원 마당에 정원과 우물이 그대로 있다. ⓒ천지일보 2023.03.12.
[천지일보 담양=이미애 기자] 과거 해동주조장 대표 일가가 1990년대까지 생활하던 한옥 안채 정원 마당에 정원과 우물이 그대로 있다. ⓒ천지일보 2023.03.12.

발효실에서는 막걸리의 발효과정을 색과 소리로 표현하고 있다. 술이 익어가는 소리를 들어볼 수 있다. 발효실과 숙성실이었던 터를 지나면 ‘제성실’이 나온다. 제성실에서는 숙성 후 물을 섞어 희석하고 첨가물을 추가해 포장, 반출하는 곳이었다.

공사 중 발견된 우물터도 해동문화예술촌의 특이한 볼거리다.

깊이가 무려 22m로 아파트 7층 높이와 맞먹는 굉장히 깊은 우물이다. 현재 순환이 되도록 분수를 설치해 놓았다. 지금도 비가 오면 우물이 차오르지만 넘치진 않고 잘 순환되고 있다. 왼쪽의 작은 붉은 벽돌 건물은 유루고로 초기 해동주조장 대표가 기름 판매업을 시작으로 영업을 해 주조장과 동시에 운영됐다.

[천지일보 담양=이미애 기자] 공사 중 발견된 우물터도 해동문화예술촌의 특이한 볼거리다. 깊이가 무려 22m로 아파트 7층 높이와 맞먹는 깊은 우물이다. 현재 순환이 되도록 분수를 설치해 놓았다. 지금도 비가 오면 우물이 차오르지만 넘치진 않고 잘 순환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3.12.
[천지일보 담양=이미애 기자] 공사 중 발견된 우물터도 해동문화예술촌의 특이한 볼거리다. 깊이가 무려 22m로 아파트 7층 높이와 맞먹는 깊은 우물이다. 현재 순환이 되도록 분수를 설치해 놓았다. 지금도 비가 오면 우물이 차오르지만 넘치진 않고 잘 순환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3.12.

옆에 천장고가 높은 건물은 농기구 창고다. 가금류도 함께 길렀고 벽체의 위아래 부분에 환기시설도 확인할 수 있다. 차후 VR미디어전시관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안쪽 건물은 지금은 어린이 도서관으로 이용되고 있다. 과거에는 축사시설이었다.

‘오색동’은 옛 담양읍교회를 새롭게 재단장해 포럼과 공연장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곳은 스테인드글라스가 아름다운 게 특징이다. 2018년에 담양으로 불린 지 1000년이 되는 해를 맞이해 ‘천년담양-생태와 인문학으로 디자인하다’라는 슬로건으로 전국 최초로 12개의 각 읍·면을 대표하는 문장을 개발하는 디자인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천지일보 담양=이미애 기자] 담양해동문화예술촌이 과거 해동 주조장이었다는 것을 벽에 글씨를 새겨 알리고 있다. ⓒ천지일보 2023.03.12.
[천지일보 담양=이미애 기자] 담양해동문화예술촌이 과거 해동 주조장이었다는 것을 벽에 글씨를 새겨 알리고 있다. ⓒ천지일보 2023.03.12.

담양문화재단 김수진 경영지원팀장은 “천년담양 문장에는 인문학의 고장임을 뜻하는 책과 정자를 그려 넣고 대나무와 산천초목으로 빼어난 담양군의 자연을 녹여냈다. 읍·면의 문장들은 각 지역의 콘텐츠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김 팀장은 그러면서 “지역의 유래부터 특산품과 문화재, 역사적 사건 등을 담아냈다. 이 문장들은 담양의 1000년을 기록한 하나의 문화 지도로 볼 수 있다. 굉장히 수준 높은 공공디자인으로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해동문화예술촌은 예술로 문화를 빗는 곳, 예술은 모든 사람을 위한 것이라는 가치를 갖고 운영하고 있다. 화사한 봄날 가벼운 옷차림으로 담양읍 내 해동문화예술촌에서 문화를 즐겨보길 추천한다.

[천지일보 담양=이미애 기자] 해동주조장의 옛 역사를 담은 ‘아카이브관’이 길게 보인다. 이곳에는 과거 해동주조장 시절 흑백 사진과 고대의 술 이야기 등 술 예찬 시가 전시돼있다. ⓒ천지일보 2023.03.12.
[천지일보 담양=이미애 기자] 해동주조장의 옛 역사를 담은 ‘아카이브관’이 길게 보인다. 이곳에는 과거 해동주조장 시절 흑백 사진과 고대의 술 이야기 등 술 예찬 시가 전시돼있다. ⓒ천지일보 2023.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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