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8일 유엔 ‘세계 여성의 날’
남녀 임금차 OECD 1위 ‘오명’
직장 내 성추행·성폭력 외에도
3명 중 1명 “외모 지적 경험”
“‘괴롭힘’에 포함해 규율해야”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3.8 세계여성의 날을 앞둔 4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한국여성단체연합 주최로 열린 제38회 한국여성대회에서 여성·사회단체 회원들이 ‘성평등’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3.04.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3.8 세계여성의 날을 앞둔 4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한국여성단체연합 주최로 열린 제38회 한국여성대회에서 여성·사회단체 회원들이 ‘성평등’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3.04.

[천지일보=최혜인 기자] 올해 3월 8일로 유엔이 정한 ‘세계 여성의 날’ 115주년을 맞았다. 과거 1908년 뉴욕 방직공장의 여성 노동자들이 ‘빵(생존권)과 장미(인간의 존엄성)’를 부르짖은 지 115년 만이다.

한 세기가 바뀌며 많은 세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 곳곳에서는 남녀 격차와 각종 차별이 이어지는 등 여성 권리 신장에 대해 많은 숙제가 남아 있다.

남녀 임금 격차(31% 차이, 2021년 기준)가 OECD에 가입한 원년인 1996년부터 26년째 부동의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거나, 시작점은 같지만 유독 여성이 직장에서 승진하지 못하는 ‘유리천장’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여성 노동자 4명 중 1명이 직장에서 성추행을 당한 경험이 있고, 3명 중 1명은 성희롱을 당한 경험이 있다는 설문조사도 있다. 행위자가 인지하든 못하든 대한민국 여성들은 직장에서도 일상적인 ‘젠더 폭력’에 시달리고 있는 셈이다.

그중 가장 흔한 게 바로 외모에 대한 평가와 지적이다. 이에 이번 호에서는 젠더 폭력 중 가장 많이 발생하는 직장 내 ‘외모 갑질’에 대해 살펴본다.

◆“문제 제기해도 덮기에만 급급”

“상사가 업무 중에 윙크를 자꾸 해서 문제를 제기했더니 ‘자신은 그런 사람이 아니다, 장난으로 한 것’이라고 둘러댑니다. 평소에도 ‘넌 키가 커서 살 좀 빼면 예쁠 텐데 운동 좀 해봐라’라는 둥 쓸데없는 이야기를 자주 하고요.”

진가영씨는 회사에서 일상적인 외모 지적을 듣곤 한다. 최근 그는 상사로부터 “가영이는 성형 안 한 것치고 예쁘고 몸매도 좋아. 근데 코랑 앞트임은 제발 좀 하자”라는 말을 회식 자리에서 듣기도 했다. 또 피부 질환으로 치료를 받느라 화장을 못 하고 출근하자 “너는 피부가 점점 안 좋아진다. 예전이랑 너무 다르다. 뭐 좀 바르고 다녀라”라고 지적당해 회사에 매일 화장을 하고 다닐 수밖에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이런 괴롭힘을 반년간 참다가 회사에 신고했지만 회사는 행위자와 층만 분리해준다고 하고 사과받고 화해할 것을 권유했다고 한다. 진씨는 그를 생각만 해도 심장이 빠르게 뛰고 호흡이 힘들 정도인데 회사는 “네 진술이면 우리 회사에 잘릴 사람 수두룩하다”라며 덮으라는 식으로 얘기했다고 호소했다.

이처럼 성추행이나 성희롱을 제외한 일상적인 직장 내 젠더 폭력에서는 ‘외모 지적(23.1%)’이 가장 비중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갑질119가 여론조사 전문기관에 의뢰해 ‘직장 내 젠더폭력 경험과 대응’을 주제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다.

특히 여성 직장인 응답자는 36.3%나 외모 지적을 경험했다고 응답해 남성 직장인(13.2%)에 견줘 일상적인 외모 지적을 훨씬 많이 경험하고 있었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3.8 세계여성의 날을 앞둔 4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한국여성단체연합 주최로 열린 제38회 한국여성대회에서 여성·사회단체 회원들이 ‘성평등’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3.04.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3.8 세계여성의 날을 앞둔 4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한국여성단체연합 주최로 열린 제38회 한국여성대회에서 여성·사회단체 회원들이 ‘성평등’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3.04.

이외에도 외모 비하(남 17.0%, 여 22.8%), 외모 간섭(남 11.4%, 여 24.4%) 등 외모 통제에 관한 젠더 폭력 경험 응답에서 여성 직장인이 남성 직장인에 비해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지적할 건 외모 아닌 성별 이분법”

#1. 상사가 저보고 “이력서 사진에는 통통하고 말랐던데 왜 사진과 다르냐”면서 언제 살찌는지 계속 체크하고 물어봅니다. 외모 때문에 뽑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외모에 대해 계속 이야기하면 ‘직장 내 괴롭힘’이 될 수 있나요.

#2. 상사가 제 외모를 항상 지적합니다. “화장 제대로 해라” “안경이 안 어울리니 라식수술을 해라”라고요. 가끔 안경을 낀 날이면 “오늘 왜 안경이냐”라고 지적해 일회용 렌즈를 착용하기도 합니다.

#3. 직장상사가 여직원들 살이 조금만 붙으면 맨날 “아빠 같아서 하는 말”이라면서 “살 좀 빼라”라고 합니다. 그리고 날씬한 여직원이랑 비교하면서 “A씨는 옷태가 참 예뻐. A씨처럼 살 좀 빼, 얼마나 이뻐” 이럽니다. 직장 사장 여직원한테 살 좀 빼라고 하는 거도 직장 내 괴롭힘 아닌가요?

이러한 젠더폭력은 동료를 동등한 대상으로 바라보지 않고 성적인 존재로 취급하면서 시작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자니까 살 빼고 화장하고 다니라고 요구하는 사례들처럼 상대방이 ‘여성다운’ 혹은 ‘남성다운’ 것에 대한 자신의 기준에 부합하지 않을 경우 마치 그것을 꾸짖을 권리가 생긴 것처럼 자연스레 외모를 지적하게 된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경우 여성 노동자의 인격을 침해하는 괴롭힘이 분명함에도 실제 이를 예방하고 규율하는 정책적인 부분은 매우 미비하다는 점이 문제로 꼽힌다. 이에 대해 박은하 노무사는 “고용노동부는 성차별적 행위를 직장 내 괴롭힘 관련 매뉴얼에 포함해 이 같은 행위도 위법한 행위임을 명백히 알리고 규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수진 노무사도 “성차별적 조직일수록 여성들의 외모뿐 아니라 말투·행동·표정·사생활까지 모든 것을 평가하고 통제하려 드는 경향이 있다”며 “통제당해야 할 것은 성별 이분법에 따른 편견과 갑질이지 상대방의 외모가 아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조사는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해 10월 14일부터 21일까지 온라인으로 이뤄졌다.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3.8 세계여성의 날을 앞둔 4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한국여성단체연합 주최로 열린 제38회 한국여성대회에서 여성·사회단체 회원들이 ‘성평등’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3.04.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3.8 세계여성의 날을 앞둔 4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한국여성단체연합 주최로 열린 제38회 한국여성대회에서 여성·사회단체 회원들이 ‘성평등’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천지일보 2023.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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