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측 다 협력·이해 원하지만
방향·해결책, 여전히 평행선

티에리 브르통(Thierry Breton) EU 집행위원은 27일(현지시간) MWC 2023에서 키노트 연설을 하고 있다. (출처: MWC23공동취재단) ⓒ천지일보 2023.02.28.
티에리 브르통(Thierry Breton) EU 집행위원은 27일(현지시간) MWC 2023에서 키노트 연설을 하고 있다. (출처: MWC23공동취재단) ⓒ천지일보 2023.02.28.

[천지일보 바르셀로나=손지하 기자] 네트워크 투자 분담에 대한 논쟁인 ‘망 사용료’를 주제로 통신 사업자(ISP)들과 콘텐츠 제공 사업자(CP)들 간 열띤 토론이 예상됐던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23이 어느덧 중반까지 왔다. 양측 핵심 인사들이 관련 발언을 이어갔지만 ISP와 CP 간 입장차를 좁히진 못했다.

◆EU 통신사, 망 사용료 의무화 공감대 형성

첫째 날은 유럽을 중심으로 빅테크가 네트워크 망 투자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티에리 브르통(Thierry Breton) EU 집행위원은 27일 키노트 연설을 통해 “오늘날은 네트워크 사업자와 트래픽을 이용하는 사업자 사이의 이분법적 선택의 상황은 아니다”라며 “저의 진정한 과제는 2030년까지 EU 전역에서 우리 시민과 기업이 빠르고 안정적이며 데이터 집약적인 기가비트 커넥티비티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통신사가 빅테크에게 요구하는 네트워크에 대한 공정한 기여를 위한 협의에 있어 유럽은 대규모 투자를 위해 공정하게 분배된 자금조달 모델을 고려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크리스텔 헤이데만(Christel Heidemann) 오렌지(Orange) CEO는 “추정치에 따르면 지난 5년 동안 네트워크 트래픽이 10배 이상 증가한 반면 통신사 에너지는 같은 기간에 거의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트래픽 지수 추세를 보면 시작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책입안자들이 이 부분에서 주요 역할을 해고 밸런스를 맞춰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며 “결국 통신사들도 새로운 디지털 서비스를 지원하고 늘어나는 소비자 니즈에 따른 트래픽을 커버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형 온라인 트래픽 유발사들이 연결을 위한 공정한 기여를 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호세 마리아 알바레즈-팔레테(José María Álvarez-Pallete) Telefónica CEO도 “지금은 통신사와 빅테크가 협력해야 할 시점”이라며 “통신사는 보다 균형 잡힌 생태계를 누릴 자격이 있다”고 망 이용대가 법제화를 지지했다. 또한 “새로운 디지털 세상은 모든 플레이어가 공평하게 기여해야 한다. 따라서 공정한 기여가 필요하며 (빅테크와의) 협력이 더 많은 성장과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렉 피터스 넷플릭스 CEO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23에 참석해 기조연설에서 28일(현지시간) 발언하고 있다. (제공: 넷플릭스) ⓒ천지일보 2023.03.01.
그렉 피터스 넷플릭스 CEO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23에 참석해 기조연설에서 28일(현지시간) 발언하고 있다. (제공: 넷플릭스) ⓒ천지일보 2023.03.01.

◆기죽지 않는 넷플릭스 “ISP, 무리한 요구”

둘째 날(28일)은 그렉 피터스 넷플릭스 공동 CEO가 ISP들이 네트워크 망 이용대가를 CP가 내야 한다는 주장을 전면 비판하고 나섰다.

피터스 CEO는 기조연설에서 “ISP의 이중과금 움직임은 콘텐츠에 대한 투자를 감소시키고 창작 커뮤니티의 발전 저하로 이어진다”며 “궁극적으로 고가의 통신사 요금제가 가진 매력을 반감시키고 소비자 피해를 초래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또 “ISP의 주장이 소비자들을 위한 더 낮은 가격, 혹은 더 좋은 인프라를 위한 것이라는 증거가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지난 10년 동안 인터넷 트래픽 증가는 CP와 ISP 모두에게 엄청난 기회를 제공했다”며 “훌륭한 콘텐츠를 원하는 소비자는 고품질 인터넷에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할 의향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한 브르통 집행위원이 한 발언을 인용해 “망 관련 논의는 거대 통신사와 엔터테인먼트 기업 사이에서 양자택일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피력했다.

아울러 “양자택일이 아닌 엔터테인먼트 회사와 통신사가 각자 잘하는 것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더 좋은 접근 방식”이라며 “경쟁 심화로 모두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각자의 역할에 집중한다면 모두 노력에 대한 보답을 받으리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날 딘 가필드 넷플릭스 정책부문 부사장(VP)도 MWC에서 진행된 장관급 프로그램에서 토론자로 참석해 “ISP(인터넷 서비스 사업자)와 CP(콘텐츠 제공 사업자)는 상호이익 관계”라고 강조했다.

왼쪽부터 권영상 SKT 실장, 김성진 SK브로드밴드 담당, 박철호 KT 담당, 이상학 KTOA 부회장, 리사 퍼 사무총장, 스티븐 타스 회장, 이보 이바노스키 의장, 알렉산드로 그로펠리가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제공: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 ⓒ천지일보 2023.03.01.
왼쪽부터 권영상 SKT 실장, 김성진 SK브로드밴드 담당, 박철호 KT 담당, 이상학 KTOA 부회장, 리사 퍼 사무총장, 스티븐 타스 회장, 이보 이바노스키 의장, 알렉산드로 그로펠리가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제공: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 ⓒ천지일보 2023.03.01.

◆한·유럽 통신사 ‘공정한 망 비용분담’ 공동 협력

같은날 MWC에서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는 유럽통신사업자협회(ETNO)와 ‘한-유럽 통신협회 간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양해각서의 핵심 내용은 양 협회 간 ▲한·유럽 통신 서비스 시장 정보 교류를 위한 회의 개최 ▲자국의 국제 콘퍼런스 및 전시회 참여 안내 및 상호협력 ▲한·유럽 간 공동 협력 방안 모색 등 양 협회 간 교류·협력 네크워크를 강화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KTOA는 “이번 양해각서 체결을 계기로 한국-유럽 간 활발한 교류가 증진될 것으로 기대되며 특히 ‘망 이용에 대한 공정하고 합리적인 비용 분담’ 등에 대해 긴밀한 협력이 이뤄질 예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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