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고 먹었는데”… 알고 보니 탄수화물 8배↑
이유식, 영양성분 함량과 실제 함량 차이 커
“영양 정보 기업의 양심에 맡길 수밖에 없어”
오뚜기·샘표·농심 등 식품표시 간소화 사업 참여

랭킹닭컴‘에서 판매된 ’베스틱 닭가슴살 소시지‘ 사진. (출처: 랭킹닭컴)
랭킹닭컴‘에서 판매된 ’베스틱 닭가슴살 소시지‘ 사진. (출처: 랭킹닭컴)

[천지일보=조혜리 기자] 유명 사이트에서 1000만개 넘게 팔렸다고 홍보한 닭가슴살 소시지 영양성분이 제품에 표기된 내용과 달라 판매가 전면 중지됐다.

해당 논란은 지난 2일 식품 관련 고발 콘텐츠를 제작하는 한 유튜버가 이 닭가슴살 소시지의 영양성분 분석 영상을 공개하면서 불거졌다.

랭킹닭컴의 닭가슴살 소시지 영양성분이 표기 사항과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단백질은 표기사항보다 낮았고, 탄수화물은 8배가량 높았다.

랭킹닭컴은 공지문을 통해 “해당 제품의 영양성분 표기 사항에 문제가 있다는 부분에 대해 인지해 제조사에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하는 한편 판매를 즉시 중단했다”고 밝혔다.

랭킹닭컴에서 판매되는 모든 제품에 대해 전수 조사할 것과 문제가 발생한 제품에 대해 보상안을 마련하면서 사건은 일단락됐다.

시중에 판매 중인 가공식품의 영양정보 표시. (위 제품은 기사의 내용과 무관)
시중에 판매 중인 가공식품의 영양정보 표시. (위 제품은 기사의 내용과 무관)

◆영양성분 및 알레르기 표시 등 제품 정보 달라

가공식품 포장지에 표기된 영양성분은 다이어트를 하기 위한 일반 소비자는 물론 알레르기가 있는 소비자나 당뇨 등 질병을 앓고 있는 사람에게는 꼭 필요한 구매정보다.

원재료와 영양 정보를 꼼꼼히 봐야 알 수 있는 가공식품 영양 정보에 대해 일각에서는 ‘정보 부족’이라며 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제품마다 영양성분을 표기하는 방법 등이 미묘하게 다르고 레시피도 수시로 바뀌기 때문이다.

최근 아기가 먹는 이유식에 영양성분 함량 표기가 달라 논란이 일었다. 저출산 속에서 맞벌이 가구 증가 등으로 이유식 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제품에서 표시된 영양성분과 실제 함량이 달라 공분을 샀다.

지난 2일 한국소비자원(소비자원)은 24개 이유식 제품을 조사한 결과 24개 중 11개 제품(45.8%)은 표시된 영양성분 함량과 실제 함량의 차이가 기준 범위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그중 10개 제품은 영유아기의 성장과 발육에 중요한 단백질 함량이 표시량의 40~75%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 ‘식품등의 표시기준’에 따라 탄수화물과 단백질의 실제 측정값은 표시량의 80% 이상, 지방과 나트륨의 실제 측정값은 표시량의 120% 미만이어야 한다.

영양 함량 표시와 실제 함량이 달랐던 제품은 ▲한우수수무른밥(닥터리의로하스밀) ▲한우파프리카진밥(아이배냇) ▲한우블루베리치즈진밥(베베쿡) ▲한우토마토리조또(순수본) ▲소고기모듬버섯무른밥(아이푸드) ▲한우짜짜진밥(에이치비에프앤비) ▲소고기황콩진밥, 블루베리한우진밥(짱죽) ▲한우사과미역진밥(청담은) ▲밤부른밥(푸드케어) ▲한우근대새송이버섯진밥(롯데푸드) 등이 있다.

이유식은 아이의 성장단계에 맞춰 영양을 공급해야 하기 때문에 제품의 영양성분 함량과 표시된 함량 정보는 매우 중요하다.

영양표시정보를 둘러싼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21년 소비자원은 이마트(노브랜드이마트PB) ‘짜장라면’은 나트륨 함량(1295mg)이 표시량(940mg)의 138% 수준으로 표시기준에 부적합하다며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식품 등의 표시기준은 식품의약안전처(식약처) 고시 제2021-7호에 따르면 나트륨의 실제 측정값은 표시량의 120% 미만이어야 한다.

이외도 농심 ‘올리브짜파게티’ ‘찰비빔면’ ‘볶음너구리’, 오뚜기 ‘진짜장’, 팔도 ‘팔도비빔면’, 삼양식품(홈플러스NPB) ‘국민짜장’, 삼양식품 ‘짜짜로니’ ‘불닭볶음면’ 총 9개 제품 중 일부 제품은 알레르기 표시 등 제품 정보가 사업자가 온라인에 게시한 정보와 차이가 있어 개선이 필요했다.

◆제도 개선 필요… 엄격한 법보다 ‘기업 양심’에 맡겨야

영양표시제도는 식품표시 항목 중 하나로 가공식품에 함유된 영양소의 종류와 함량을 제품 포장지에 제공해 ‘영양’에 대한 적절한 정보를 소비자에게 전달해 주는 역할과 허위·과대 표시 및 광고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다.

이 제도는 1996년 도입됐다. 의무적으로 표시해야 하는 영양성분은 열량, 탄수화물, 당류, 단백질, 지방, 포화지방, 트랜스지방, 콜레스테롤, 나트륨 9가지다. 이 9가지 영양성분은 비만·당뇨·고혈압 등 만성질환 발생 관련성으로 인해 주의를 기울이는 영양소다.

영양성분 의무표시 대상은 가공식품 제조 및 수입업자가 자체적으로 검사하거나 식약처가 인증한 검사기관에 의뢰해 분석한다. 이후 가공식품 제조업체들은 분석 결과를 제품 포장에 표기해 판매하면 된다. 즉석 판매 식품이나 원료로 사용되는 식품 등은 해당하지 않는다.

식품 관계 업자는 “원재료를 100% 다 사용하는 곳은 검사할 때마다 조금씩 다르다”며 “제품을 만든 레시피대로 검사기관에 가져가 의뢰해 나온 분석대로 영양표시를 하고 판매하기 때문에 크게 문제 될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가끔 불거져 나오는 영양성분이 제품에 표기된 내용과 달리 판매되는 것에 대해 “행정기관이 나서서 분석하는 방식도 아니고, 검사 비용도 들고 영양성분 자체를 수시로 갱신해야 하는 법적 의무가 있는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오래전부터 영양표시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은 꾸준히 제기됐다. 식품 관계 업자는 “업체가 유리한 대로 레시피를 넣고 인증 검사를 받으면 끝이다. 이렇다고 이 많은 식품을 정부 당국이 일일이 검사하는 것은 행정력 낭비일 수 있다. 결국 ‘기업의 양심’에 맡길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영양성분에 대한 허용 오차 범위가 넘으면 과태료 처분 대상”이라며 “법률에 따라 실제 감독하는 기관은 식품 제조업체를 관할하는 지자체다. 지자체에서 불시에 관리 감독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공: 오뚜기)
(제공: 오뚜기)

◆필수 정보만 제품에 표기… 식품에 ‘e-라벨’ 도입

식약처는 국민건강 증진을 위해 영양성분 표시 대상 제품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식약처가 시행하는 ‘e-라벨을 활용한 식품표시 간소화’ 시범사업이다. 소비자의 안전과 제품 선택에 필수적인 표시사항의 가독성은 높이고 나머지 표시사항은 QR코드로 제공하는 사업이다. 필수 표시사항은 제품명, 내용량(열량), 업소명, 소비기한, 보관 방법, 주의사항, 나트륨 함량 비교 등 소비자 안전과 식품 선택에 필수적인 정보는 기존과 같이 제품에 직접 표시한다.

원재료명, 영양성분, 업소 소재지, 품목 보고번호, 조리 해동 방법 등 나머지 정보는 QR코드를 통해 읽을 수 있다. 소비자 가독성 향상을 위해 글자 크기도 10포인트에서 12포인트로 변경하고 글자 폭도 기존 50%에서 90%로 확대한다.

오뚜기 등 식품업체들이 e-라벨 시범사업에 동참하고 있다. 오뚜기는 지난해 12월부터 ‘육개장 컵(20% 증량)’에 적용했으며, 올해 1월 말에는 ‘간편 시래기된장국’에 도입했다.

샘표도 새미네부엌 샤브샤브 딥소스 ‘청양초 칠리’ ‘흑임자 참께’ 2종에 e-라벨을 도입했다. 글자 색도 포장재 바탕색과 대비되는 색깔을 적용했다.

농심의 육개장사발면과 김치사발면에도 QR코드를 활용한 e-라벨을 적용했다.

풀무원녹즙은 ‘위러브플러스’에 e-라벨을 적용했다. 식품 정보 외에도 녹즙 생산 전 과정을 담은 유튜브 영상과 이미지 등 유용한 정보를 e-라벨로 제공한다.

식품 업계 관계자는 “이번 시범사업을 통해 필수 정보만 제품에 표기하고 그 외 정보는 e-라벨을 통해 제공해 소비자가 원하는 정보를 목적에 따라 편리하게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제품이 정보 사항 변경으로 인한 포장지 교체 비용 절감 효과까지 있어 친환경 경영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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