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 2023.02.28.
호박꽃

글, 사진. 허북구 나주시천연염색재단 운영국장

호박은 박과의 덩굴성 초본 식물이다. 전 세계 약 20종류 정도가 있는데, 우리나라에는 4~5종류가 재배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평범한 것을 호박에 비유할 정도로 호박은 매우 친근한 식물이다. 서양권에서도 호박은 친근하게 여겨 호감 있는 사람 혹은 애인, 손주 및 자식 등을 부르는 애칭으로 사용된다. 호박은 채소 측면에서도 친근하며, 다양한 부위가 이용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특이하게 잎을 쌈에 이용하는 문화가 있다.

쌈용 호박잎은 호박의 종류와 관계없이 사용할 수 있다. 사진은 맷돌호박으로 불리는 청둥호박
쌈용 호박잎은 호박의 종류와 관계없이 사용할 수 있다. 사진은 맷돌호박으로 불리는 청둥호박

원산지인 아메리카에서는 옥수수보다 먼저 재배

인류가 호박을 이용해 온 지는 약 9000년 전으로 추정된다. 고고학적 발견에 의하면 호박은 기원전 7000~5500년 전에, 옥수수는 기원전 5000년 대에 재배되었다고 한다. 호박의 원산지는 멕시코의 고대 동굴 지층에서 고대인들이 볶아 먹었던 호박씨가 처음 발견되었다는 점에서 중앙아메리카 및 남아메리카 근처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아메리카 원산의 호박은 1492년 콜럼버스의 아메리카대륙 발견 이후 여러 경로를 통해 전세계로 빠르게 전파되었다. 일본에는 포르투갈 상선 편으로 1532~1555년에 전파되었다는 기록이 있다. 중국도 비슷한 시기에 도입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 호박이 전래된 것은 임진왜란 이후 일본과의 교류가 잦아지면서 일본을 통해 1605~1609년에 도입되었다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다양 채소가 기록되어 있는 홍만선의 <산림경제(1710)>에는 호박이 기록되어 있지 않다. 이 때문에 1644년 명나라의 멸망과 동시에 억류되어 사신들이 환국하면서 가져왔다는 주장이 있으나 1618년 책인 <한정록>의 ‘치농편’에 호박을 심고 재배하는 방법이 소개되어 있다.

호박의 이름은 영어의 일반명은 pumpkin(펌킨)이라고 한다. 미국에서는 과피가 황색인 것(익으면 껍질이 황색을 나타내는 것)을 pumpkin이라 하고, 기타 호박(단 호박류)은 squash(스쿼시)라고 하는데,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squash는 사용되지 않는다. 또 껍질이 단단한 것은 ‘winter squash’라고 하며 껍질이 얇은 호박은 ‘summer squash’라고 한다. 호박의 중국이름은 남과(南瓜)이다. 남과는 중국어로 남경(南京)과 발음이 같아 난징(南京)으로도 불린다. 남과의 유래는 남번(南蛮)에서 건너온 오이로 해석하고 있다.

일본에서 호박이름은 가보짜(カボチャ)이다. 이것은 포르투갈 사람들이 호박을 일본에 전하면서 붙인 이름으로 포르투갈어 Camboja에서 유래된 것이다. Camboja는 캄보디아를 뜻하는 것으로 캄보디아에서 가져왔다는 의미에서 사용된 것이다. 일본에서 호박의 한자 이름은 당가자(唐茄子), 남과(南瓜)이다. 당가자는 당에서 유래된 가지라는 의미이다. 남과는 ‘남경의 항구에서 가져온 오이’라는 데서 유래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과거에 중국 이름인 남과(南瓜)로도 불리었는데, 이에 대해 근대 사학자이자 문인인 최남선은 호박의 한명(漢名) 남과(南瓜)는 남만(南蠻)에서 전래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하였으며, 호박은 열매가 박과 같이 생긴 작물로 오랑캐족(두만강 근처의 여진족)들로부터 전래돼 호(胡)박이라 불렸다고 했다. 그런데 중국에서는 호박을 남과(南瓜)라고 부르고, 오이는 황과(黃瓜) 또는 호과(胡瓜)라고 부른다. 남과에서 과(瓜)는 박이나 오이를 나타내므로 호과(胡瓜)는 호박으로도 해석이 된다. 그러므로 호박의 이름은 오랑캐가 전해 준 것이라기보다는 외부에서 도입된 박이라는 의미에서 사용된 것으로 추정된다.

찜기에 찐 호박잎
찜기에 찐 호박잎

각 부위가 식용에 이용되는 호박

호박은 각 부위가 식용으로 이용된다. 호박 과육 외에 씨앗, 줄기, 잎, 꽃 등을 식용으로 이용한다. 호박과육과 씨앗의 식용문화는 전 세계적일 정도로 잘 알려진 가운데, 꽃은 중국, 멕시코 및 일본에서 식용으로 이용된다. 우리나라도 최근 호박꽃이 일부 식용으로 이용되고 있다. 호박줄기는 조림에 사용되고, 잎은 조림, 된장국, 쌈 등에 사용된다.

특히 호박쌈은 우리나라에서 발달된 식용문화이다. 이것은 우리나라에서 쌈문화가 발달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우리나라에서는 상추, 들깻잎, 뽕잎, 피마자나물 등으로 쌈을 싸먹는 문화가 있는데, 호박잎도 많이 애용되는 쌈 재료이다.

호박잎은 잎에 털이 많아서 까끌까끌함이 심한데도 독특한 풍미 때문에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 호박잎을 쌈 재료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잎을 채취하거나 구입할 때 부드러운 걸 선택해야 먹을 때 부드럽고 식감이 좋다. 너무 억센 잎을 고르면 쌈을 해 먹을 때도 거친 느낌이 든다. 호박잎의 조리는 깨끗하게 씻는 것부터 시작한다. 호박잎 중에는 뒷면을 자세히 관찰해 보면 아주 작은 진딧물이나 응애가 붙어 있는 것들이 있다.

이런 것들은 통에 호박잎을 넣고 잠길 정도의 물을 채운 뒤에 식초 큰술 하나 반 정도를 넣어 둔다. 10분 정도 지나면 죽은 진딧물이나 응애가 물 위에 떠 오른다. 그러면 호박잎은 꺼내서 흐르는 물에 3~4회 정도 세척하고 헹군다. 그 다음 부드러운 호박잎을 먹기 위해 잎맥부분의 껍질을 벗기거나 이파리끼리 비벼서 까끌까끌함을 줄인다. 껍질은 줄기 끝을 살짝 부러뜨려 쭉 아래로 당겨서 벗긴다.

손질이 끝난 호박잎은 찌거나 데친다. 호박잎을 찔 때는 찜통 가운데에 집중되지 않도록 골고루 펼쳐서 차곡차곡 쌓아둔다. 가운데만 너무 겹치게 쌓으면 고루 쪄지지 않기 때문이다. 호박잎을 찜기에 넣고, 뚜껑을 닫은 다음 7~10분간 찐다. 데칠 때는 나물을 데치는 것처럼 끓는 물에 2~5분간 침지했다가 꺼낸다. 찜통이나 끓는 물에서 오랫동안 처리하면 너무 물러지고 죽처럼 되어 잘 처지므로 곧 바로 꺼내서 식혀 주면 아삭아삭한 식감이 있게 된다. 호박잎을 간단하게 찌려면 전자레인지용 내열 용기에 넣고 전자레인지에서 30초 정도 가열하면 된다.

호박쌈이 만들어지면 밥이나 고기를 싸먹는데 이용한다. 이 때 잎 뒷면을 앞쪽이 되도록 펼치고 이 부위에 먹을 것을 싸서 먹는다. 그러면 까칠까칠한 털이 안쪽이 되기 때문에 먹을 때 까칠까칠한 느낌이 덜든다.

호박잎 쌈밥을 먹을 때는 호박잎 그 자체도 별미이지만 호박잎에 맞는 쌈장을 이용할 때 맛은 더욱 특별해진다. 호박잎 쌈장을 이용하는 식문화는 지역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는데, 전남 동부 지역에서는 강된장을 된장방아로 부르며, 만들어서 이용한다. 강된장은 된장에 멸치, 젓갈, 풋고추를 잘게 썬 것을 혼합 후 밥을 할 때 밥솥에 넣고, 밥이 될 때 끓는 물이 된장을 넣은 그릇에 들어가서 쌈장이 된다. 간장에 참기름, 풋고추, 다진 마늘, 참깨 등을 넣어서 만들어 이용하는 개인과 지역도 있다.

밥과 쌈장, 호박잎의 맛은 제각각이다. 제각각의 맛을 지닌 것을 호박잎에 싸서 먹는 순간 여러 가지 맛이 조화를 이루면서 새롭고 이색적이며 매력적인 맛이 탄생된다. 그것이 호박잎쌈의 매력이다.

멸치를 첨가해서 만든 강된장과 호박잎(전남 광양)
멸치를 첨가해서 만든 강된장과 호박잎(전남 광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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