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국수본부장에 검사 출신
한동훈 연수원 동기 정순신
경찰 내부서 반발 여론 ‘부글‘
“경찰 스스로 경찰 짓밟는 일”
“수사기소는 분리 안 된다는
검사 출신 사고방식이 문제”
정치권에서도 비판 이어져
“검사 아니면 말도 못 하는 세상”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제공: 경찰청)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제공: 경찰청)

[천지일보=홍수영·최혜인 기자]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의 새로운 수장으로 검사 출신의 정순신 변호사가 임명된 가운데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경찰의 수사마저 검사 출신이 책임지면서 사실상 검경수사권 조정이 무색해진 모양새라는 것이다. 경찰 일선에선 “노비 해방하고는 그대로 주인 행세 하는 꼴”이라는 반발 기류도 감지된다. 

경찰청은 퇴임하는 남구준 본부장을 잇는 2대 국가수사본부장으로 정순신 변호사를 임명한다고 24일 밝혔다.

경찰청에 따르면 정 변호사는 사법연수원 27기로,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연수원 동기이다. 한 장관, 윤석열 대통령과 서울대 법대 동문이기도 하다. 

인천지검 특수부 부장검사,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 창원지검 차장검사, 법무연수원 용인분원장 등 검찰 주요 보직을 두루 거치며 다양한 경험과 노하우를 갖춘 수사 전문가이다.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 시절엔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던 윤 대통령을 근거리에서 보좌하기도 했다.

채용 이유에 대해 경찰청은 “이번 인사는 1차 수사기관으로 대부분의 수사를 경찰이 담당하게 됨에 따라 경험 있는 외부 인사 영입을 통해 경찰의 책임수사 역량을 한층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변호사가 특수수사에 일가견이 있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국수본의 수사 역량을 끌어올릴 것이란 기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민관기 충북 청주흥덕서 직장협의회장 등 일선 경찰서 직협회장들이 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신설 정책 철회를 요구하며 삭발을 하고 있다. 이들은 삭발식을 마친 뒤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내는 호소문을 발표했다. ⓒ천지일보 2022.07.04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민관기 충북 청주흥덕서 직장협의회장 등 일선 경찰서 직협회장들이 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신설 정책 철회를 요구하며 삭발을 하고 있다. 이들은 삭발식을 마친 뒤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내는 호소문을 발표했다. ⓒ천지일보 2022.07.04

경찰 내부 불만 터져나와

하지만 국수본의 탄생 배경에 검찰과의 수직적 관계에서 벗어나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 있었다는 점에서 검사 출신 본부장은 그 취지가 퇴색된다는 지적이 우세한 상황이다. 

국수본은 2021년 검경수사권 조정에 따라 탄생한 조직이다. 경찰이 검찰의 수사지휘 없이 자체적으로 1차 수사 종결권을 갖게되면서 경찰 조직이 지나치게 커진다는 지적이 나왔고, 이에 경찰을 국가-수사-자치 세 단계로 나누면서 수사를 총괄할 국가수사본부가 설립됐다.

경찰 내에 독립된 수사본부를 만든 만큼 국수본부장은 일반적 상황에선 경찰청장의 지휘 없이 수사를 책임진다. 경찰청장은 경찰청법 14조에 따라 국민의 위험을 초래하는 중대한 사건의 수사에 있어서 경찰의 자원을 대규모로 동원하는 등의 상황에서만 국수본부장을 통해 개별적 사건을 지휘할 수 있을 뿐이다.

국수본부장이 지휘할 수사 관련 경찰관 수도 어마어마하다. 전국경찰직장협의회 한 관계자는 천지일보에 “수사에 관한 모든 지휘를 할 수 있다”며 “지휘 가능한 경찰 수는 수사 경과를 가진 경찰만 3만명이지 검거·수사 보고, 압수수색 등 모든 수사서류를 갖추는 지휘대 파출소까지 범위를 넓히면 8만명까지도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이렇듯 크게는 검찰로부터, 작게는 경찰 내부에서도 독립성을 유지해야 할 국수본부장에 검사 출신이 임명된 것이다. 

한 경찰 간부는 “검사 지휘를 받으면 편하지 않겠느냐는 얘기도 나온다”면서도 “문서상으론 ‘노비’에서 해방해놓고 실질적으론 그대로 주인 행세(지휘 감독)하려 한다는 불만도 나온다”고 전했다.

또 다른 간부도 “경찰의 수사본부장이 수사 관련 검찰과 협상하거나 협의체를 진행하거나 할 때 검찰 편에 선다면 과거로 회귀할 수 있다. 법률에 따라서는 검찰 수사가 2대 범죄로 축소가 됐는데 지금도 TF팀이다, 시행령이다 하는 마당에 현장에서는 제대로 적용되지 않는 상황이 악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경찰 수사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관측에는 “수사 역량이 업그레이드되려면 수사 인원과 예산을 지원해주고 일 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필요한 거지 국수본이 신도 아니고 한명 바뀐다고 경찰 수사가 개선될 것이라고 보진 않는다”며 “그간 모든 사건의 약 96%를 경찰이 수사하고 있는데 검찰의 수사 범위가 줄어들었지만 경찰 예산은 그만큼 늘어나진 못한 게 그 반증”이라고 봤다.

또 “금융수사를 놓고 봐도 금융감독원에 검찰이 파견나가있고 그 정보를 독점하고 있다. 출입국 관리도 검찰의 지휘를 받게 돼 있다”며 “이처럼 애초에 정보 제공의 질이 높은 것이지 수사에 대한 배테랑이고 너무 능력이 뛰어나서 그렇다고 볼 수 없다. 경찰 내 다른 것”이라고 부연했다. 검찰이 특별히 더 수사를 잘하는 게 아니라 다루는 정보의 질이 더 좋다는 취지다.

전국경찰직장협의회 관계자는 “경찰국, 치안감 인사, 총경 인사에 이어 이번에 국가수사본부장까지 다 예견된 일 아니었나”라고 반문하며 “경찰의 수사는 후퇴하고 검찰이 전면적으로 수사권을 차지할 것이라는 관측대로 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순신 신임 국가수사본부장. (제공: 경찰청)
정순신 신임 국가수사본부장. (제공: 경찰청)

정치권도 “검찰 만능 주의” 비판

경찰 내부뿐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오영환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아무리 검찰공화국이라지만 정부의 모든 자리를 온통 검사들로 채우려는 것인가? 검사가 아니면 말도 꺼낼 수 없는 세상이 열렸다”고 꼬집었다.

오 원내대변인은 “경찰을 한낱 검찰의 수하로 보는 윤석열 대통령의 인식을 다시금 확인시켜 준다. 또한 윤희근 경찰청장이 검찰독재정권의 마리오네트에 불과하다는 것을 입증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 변호사는 한 장관과 연수원 동기로 윤 대통령과 가까운 인물이다. 정 변호사의 뜻은 대통령과 법무부 장관의 뜻으로 읽힐 것"이라며 “이런 인물을 국가수사본부장에 앉힌 것은 경찰조직을 권력의 입맛대로 좌지우지하려는 심산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검찰정상화법을 무력화시켜 검찰 기득권을 복원하고, 검사를 국가수사본부장에 앉혀 진정한 검주국가를 완성하려는 것인가”라며 “평범한 국민의 일상을 공포로 물들이고 싶은 것이 아니라면, 정순신 변호사의 국가수사본부장 임명을 즉각 취소하라”고 촉구했다.

비판은 여당에서도 나왔다. 경찰 출신 국민의힘 권은희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검찰 만능 주의”라고 비난했다.

권 의원은 “검찰청법 시행령 개정이나 검찰출신 국가수사본부으로 검찰만능권한을 지키게 됐다고 의기양양할 수 있겠지만, 검찰만능권한이 헌법상 기본권 존중·민주주의·법치주의에 위협적이라는 것을 국민들께 생중계하고 있을 뿐”이라고 힐난했다.

아울러 “모래사장에서 바늘을 찾는 경찰수사는 수사서류를 첨삭·보완하는 수준의 검찰수사와 질적·양적으로 다르다”며 “정순신 검찰출신 국수본부장이 세금으로 경찰수사를 체험학습할 기회를 가졌다는 개인적특혜로 귀결될 것”이라고 비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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