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사고·폭력 안전지킴이
준고령자·고령자 우선 직종

교육청, 50~65세 제한 공고에
“타연령 취업기회 제한” 판단

인권위, 권고 내리자 교육청
“50세 제한 관행 개선하겠다”
안전 문제로 고령제한 의견도

서울 종로구 한 초등학교에서 학교보안관이 우산을 미처 준비하지 못한 아이들에게 우산을 씌워주며 교실로 함께 이동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서울 종로구 한 초등학교에서 학교보안관이 우산을 미처 준비하지 못한 아이들에게 우산을 씌워주며 교실로 함께 이동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최혜인 기자] 학교 내외 각종 사고와 폭력으로부터 학생들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한 안전 지킴이인 ‘학교보안관’에 대한 응시 나이 제한을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학교보안관이 퇴직자 중심의 일자리기에 나이가 너무 많거나 너무 젊은 노인과 청년은 응시조차 못 하고 있는 건데, 이에 대한 국가인권위원회 판단이 나와 일선 학교들이 이를 앞으로 어떻게 적용할지 주목된다.

24일 인권위에 따르면 최근 A도교육청이 학교보안관 응시 나이를 만 50세 이상 만 65세 미만으로 제한함으로써 50세 미만의 사람들을 차별했다는 진정이 접수됐다. 진정을 낸 B(30대)씨는 또 학교보안관 채용 과정에서 퇴직공무원을 우대하도록 해 퇴직공무원이 아닌 사람들을 차별했다고 주장했다.

여기서 말하는 ‘학교보안관’은 학교폭력 예방뿐 아니라 외부인 출입관리·취약지역 순찰·교통지도, 사안 발생 시 초기대응 업무를 수행하는 안전 지킴이를 말한다. 채용에는 치안 통제 경험이 있는 퇴직 군인·경찰 경력자들이 다수 응시하고 있다. 해당 채용시험에 응시한 사람도 총 12명으로 군인(3명), 교도관(1), 경찰(1), 시설공무원(2), 보건 공무원(1), 집배원(1), 비공무원인 회사원(3) 등 다양하게 나타났다.

이에 대해 A교육청은 학교경비원을 준고령자·고령자 우선 고용직종으로 규정하는 ‘고용상 연령차별금지·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고령자고용법)’에 따라 문제없이 채용했다는 입장이다.

고령자고용법에 따르면 국가·지방자치단체는 그 기관의 우선 고용직종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고령자와 준고령자를 우선적으로 고용해야 한다. 이 법에서 준고령자는 만 50세 이상부터 만 55세 미만, 고령자는 만 55세 이상으로 정해놨다. 학교보안관의 업무는 건물을 관리하며 불법 침입과 도난 방지를 위해 가옥 및 기타 재산 등을 감시·경비하는 학교경비원에 해당하므로 고령자고용법상 고령자 우선 고용직종에 포함된다.

이러한 ‘준고령자·고령자 우선 고용’을 위해 A교육청은 나이를 제한해야 한다고 판단, 근무 나이를 50세 이상 만 65세 미만으로 제한해 채용공고를 내렸다는 것이다.

교육청 측은 만일 응시 나이를 제한하지 않을 경우 준고령자·고령자에게 가점을 부여하는 방식이나 동점자가 발생했을 때 이들을 우대하는 방식이 대안인데, 이는 또 다른 민원 발생의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퇴직공무원 우대와 관련해선 공무원 출신이 아닐 경우 사실상 채용이 제한된다는 것을 인지하고 2018년 배치·운영계획부터 퇴직공무원을 우대하거나 우대할 우려가 있는 내용을 삭제했다는 답변이다. 현재 제1차 서류전형에서 우대가점을 주지 않고 객관적인 지표만으로 평가가 이뤄져 퇴직공무원을 우대할 수 없기에 B씨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인권위 “연령 제한은 차별” 권고

반면 인권위는 채용에 연령 제한을 두는 건 그로 인해 배제되는 구직자가 발생할 수 있기에 그 자체만으로도 차별행위에 해당한다고 봤다. 준고령자·고령자를 우선 고용하기 위해 이들 연령대의 사람만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건 필연적으로 해당 나이에 속하지 못한 사람의 사회참여와 취업의 기회를 제한한다는 판단이다.

서울 중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학교보안관이 교통정리를 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 2023.02.23.
서울 중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학교보안관이 교통정리를 하고 있다.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 2023.02.23.

인권위는 그 근거로 고용노동부가 2021년 작성한 ‘고용상 연령차별 업무매뉴얼’도 들었다.

여기에는 고령자고용법에 따라 우선 고용직종에 준고령자·고령자를 우선 채용하는 건 차별이 아니라고 명시됐다. 또 ‘우선적으로 고용해야 한다’라는 문언의 취지는 채용 등의 경우 지원한 사람 중에 고령자나 준고령자가 있으면 이들을 우선적으로 고용해야 한다는 의미로, 그 외의 응시기회 자체를 제한하는 것을 허용하는 것은 아니라고 못 박았다. 즉 채용공고 시 특정 나이대만 채용하면 차별이지만, 모든 나이를 대상으로 하면서 고령자에 대해 채용을 우대하는 방식의 우선 고용의 경우 차별이 아니라는 결론이다.

이와 관련 인권위는 지난해 9월 A교육청 교육감에게 향후 학교보안관 채용 시 응시연령에 제한을 두지 않을 것을 권고한 바 있다. 이후 A교육청 교육감은 권고를 수용해 학교 보안관 채용 시 응시 나이 하한을 만 50세로 제한해온 관행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인권위 차별시정총괄과 관계자는 본지에 “고령자가 우선 채용돼야 할 필요성에 대해선 공감하지만 고령자고용법상 고령자 보호 범위에 다른 연령대를 배제하는 건 과도한 면이 있다고 본 것”이라며 “우선 고용제도 시행 시 고령자만 지원할 수 있도록 하면 50세 미만은 취업 기회가 제한되므로 다른 연령대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 대안으로는 ▲나이 제한 외에 고령자에 대한 가산점 부여 ▲합격자 비율 할당 ▲동점자 발생 시 고령자 등 우선 채용 ▲채용 공고문에 우선 고용직종임을 공고해 고령자고용법의 취지를 사전에 알리는 방법 등이 제시됐다.

인권위 차별시정총괄과 조사관은 “앞으로 나이 제한이 폐지되면 (다양한 연령대로부터) 지원의 문이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70세 이상은 지원하지 말라?

학교보안관 채용 응시 나이와 관련한 또 다른 문제도 있다. 과거 학교보안관 처음 도입 시 나이 제한을 두지 않아 80세(2017년 당시 82세, 보안관 최고령)가 넘는 학교보안관이 근무하면서 학교보안관이 지나치게 고령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학생의 등하굣길 교통 지도와 학교 침입자 방지 등의 역할을 맡으면서 유사시에 누군가를 제압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서울시는 이미 지난 2017년 조례 개정을 통해 학교보안관의 근무상한연령을 70세로 정했다. 게다가 학교보안관이 퇴직자 중심의 일자리라는 점을 명확히 하기 위해 학교보안관의 최저연령을 만 55세로 지정하는 내용을 포함했다. 여기에 더해 50∼60대의 학교보안관 취업을 유도하기 위해 앞으로 채용되는 학교보안관은 최대 5년까지만 근무할 수 있도록 제한을 뒀다.

이처럼 70세라는 근무상한연령이 합당한지에 대해 인권위 측은 학생 안전과 관련된 만큼 이번과 다른 판단이 나올 수도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다만 “이와 관련한 진정이 현재 접수돼 조만간 판단이 나올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지역별로 다른 근무하한연령에 대해 인권위 차별시정총괄과 관계자는 해당 지역에서 진정이 들어오면 조사에 나설 것이라는 뜻을 내비치면서 “이번에 채용 나이를 제한하는 관행을 개선하겠다는 사례와 같이 앞으로 다른 지역의 교육청들도 이를 개선해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강서구 한 초등학교에서 학교 보안관이 의자에 앉아 있다.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 2023.02.23.
강서구 한 초등학교에서 학교 보안관이 의자에 앉아 있다. (출처: 연합뉴스) ⓒ천지일보 2023.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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