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스포츠 칼럼니스트·스포츠학 박사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성남FC 불법 후원금’ 사건을 접하면서 오래전 아들이 학생시절 성남FC에 2만~3만원의 후원금을 기부했던 기억이 생각났다. 1989년 창단한 성남 일화가 2014년 시 예산과 후원금으로 운영되는 시민프로축구단 성남FC로 재창단하던 무렵이었다. 당시 성남 소재의 각 초·중등학교에 성남FC를 위한 모금 운동이 펼쳐졌다.

이재명 성남시장 재임 때였는데 시민 참여를 이끌어낸다는 명분으로 성남 소재 학부모들과 학생들에게 각급 학교를 통해 가정통신문을 보내 성남FC 돕기 성금 모금운동을 펼쳤다. 축구를 좋아했던 고등학생 아들도 흔쾌히 자기 주머니를 털어 성금 대열에 합류했던 것이다.

하지만 검찰이 ‘성남FC 불법 후원금’ 사건을 발표하면서 후원금을 모아 기부했던 아들과 같은 순수한 성남 시민의 뜻이 크게 훼손됐다는 사실은 결코 부인할 수 없다. 이 대표 구속영장에 따르면 이 대표는 성남시장 시절 네이버, 두산건설, 차병원 등 관내 기업들의 인허가 청탁을 들어주는 대가로 성남FC에 불법 후원금 133억원을 내게 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사건을 이 대표의 ‘인허가 장사’로 규정했다. 지자체장이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기업을 쥐어짜고 수익을 챙겼다는 것이다. 이 불법 후원금이 성남FC 발전을 위해 얼마나 도움이 됐는지는 현재로선 잘 알 수 없다.

성남FC는 그동안 1부리그 우승 7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 7회, 리그컵 우승 3회, 대한축구협회(FA)컵 우승 3회 등을 기록하며 좋은 성적을 올렸다. 특히 2번의 리그 3연패는 아직까지 성남FC만이 갖고 있다. 이처럼 한국프로축구에서 화려한 족적을 남긴 성남FC는 지난해 7승9무22패로 프로축구 1부 리그에서 12개팀 중 꼴찌를 했다. 그 결과 올해 2부리그로 강등됐다.

이 대표의 불법 후원금 사건이 터지면서 여론의 따가운 시선을 받은 것이 선수들의 사기를 크게 떨어뜨렸다는 지적이 나왔다. 성남FC홈구장인 탄천종합운동장에 입주해있는 체육회관은 이 대표의 대장동 사건과 관련한 성남도시개발공사가 함께 사용하고 있어 언론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직후 신상진 성남시장은 “성남FC하면 비리의 대명사가 됐다. 기업에 매각하거나 제3의 길을 찾아야 한다”고 해 존폐의 위기로 몰리기도 했다.

하지만 성남FC팬들과 시민은 “성남FC를 해체해서는 안 된다”고 반발하면서 2023시즌 2부리그에서 새 출발을 하자며 힘을 모았다. 지난 18일 성남시청 온누리홀에서 ‘2023시즌 출정식’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구단주인 신상진 성남시장은 ‘함께하는 변화, 끝없는 도전’이란 슬로건을 공개했다. 신 시장은 “투명하고 깨끗한 운영으로 성남FC가 다시 정상에 서는 날을 위해 구단주로서 역할을 다하겠다”며 “성남FC가 성남시민을 하나로 묶는 대통합의 계기를 만들 것”이라고 했다.

성남FC를 이끌 새 사령탑이 된 이기형 전 인천유나이티드 감독은 “팬들을 위해 올해 목표는 무조건 1부리그 승격”이라며 “성남FC의 승리를 위해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란 포부를 밝혔다.

성남FC는 3월 1일 성남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안산그리너스FC와의 경기를 시작으로 11월 26일까지 총 36경기를 치른다. 성남FC가 비온 뒤 땅이 굳어지듯 시련기를 잘 극복하고 더욱 단단해지는 구단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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