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 돈바스 격전지 교착상태
양국군 전쟁 승리 전망하지만
인명피해 속출에 휴전 목소리

 

24일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특별군사작전으로 불리는 침공을 시작해 전쟁이 발발한 지 1년이 됐다. 전쟁은 교착상태를 보이고 있으며, 양측 군대 도합 지난 1년간 30십만명의 사상자를냈다.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2022년 12월 16일 우크라이나 도네츠크 지역 바흐무트 인근 러시아 진지에 파이온 포병 시스템을 발사하고 있다. (출처: 사진 -AP, 연합뉴스/ 그래픽-연합뉴스)
24일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특별군사작전으로 불리는 침공을 시작해 전쟁이 발발한 지 1년이 됐다. 전쟁은 교착상태를 보이고 있으며, 양측 군대 도합 지난 1년간 30십만명의 사상자를냈다.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2022년 12월 16일 우크라이나 도네츠크 지역 바흐무트 인근 러시아 진지에 파이온 포병 시스템을 발사하고 있다. (출처: 사진 -AP, 연합뉴스/ 그래픽-연합뉴스)

 

유럽 국제 전문가 “한반도 모델 가장 유력” “러, 합의 가능성”

우크라 측 “한국과는 상황 달라… 완전한 허튼소리 수용 불가”

한반도 전문가 “휴전하면 유럽은 이득이지만 비현실적인 방안”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지난 1년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양군 도합 사상자는 30만명으로 추정된다. 현재 러-우크라 전쟁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장기 교착이 이어지고 있다. 양군의 치열한 전투 속에 사상자가 속출하는 전해진다. 러시아 측은 돈바스 장악에 최대 2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하는 가운데 더 이상의 인명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즉각 휴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우크라에 천문학적인 재정을 투입한 미‧서방 일각에서는 추가 지원에 대한 회의론도 부각되고 있다.

최근 알렉세이 다닐로프 우크라 국가안보국방회의(NSDC) 사무총장은 우크라 국영방송에 출연해 ‘한반도 시나리오’에 따라 합의를 제안받고 있다고 말했다고 러시아 일간 리아노보스티가 보도했다. 다닐로프 사무총장은 러시아 측도 이 조건에 합의할 가능성을 내비친 것으로 전했다.

우크리가 제안 받은 ‘한반도 시나리오’는 유럽에서 일명 ‘38선’으로도 불리는 한반도 분단 휴전 모델이다. 우크라 영토에 한반도의 38도선에 맞춰서 설치된 군사분계선을 긋고 러시아와 우크라가 분할 통치하는 방식을 가리킨다. 1950년 시작된 6.25 전쟁은 1953년 평화협정이 맺어지기까지 3년이 걸렸으며, 평화협정 이후에는 종전이 아닌 휴전 상태로 73년간 유지되고 있다.

◆“38선, 가장 유력한 종전 방안”

이탈리아 국제문제연구소(IAI)의 페르디난도 넬리 페로치(76) 소장은 “유럽의 많은 전문가가 가장 유력한 종전 방안으로 한국식(한반도) 시나리오를 언급하고 있다”며 “한국식 분단 방식으로 전쟁이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주EU 대사로 외교관 출신인 그는 로마 현지 IAI 본부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이같이 말했다.

소모전으로 장기화하는 전쟁과 교착상태에 빠진 전투로 현재 어느 편도 완전한 승리를 단언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나올 수 있는 최선이 대안이라는 설명이다.

물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 영토에서 러시아군의 완전 철수를 종전 조건으로 내세우고 더 나아가 크림반도 탈환을 외치지만, 페로치 소장은 우크라가 유럽연합(EU),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NATO) 가입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선택의 갈림길에 서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U와 나토가 가입 심사 절차에 착수하더라도 우크라 영토를 어디까지로 확정할지가 논란인 상황에서 현재 러시아가 점령 중인 동부 돈바스가 우크라의 영토로 인정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이 때문에 젤렌스키 대통령이 한국식 분단 방식을 고려해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천지일보 2023.02.23.
ⓒ천지일보 2023.02.23.

 

◆우크라 “한국식 분단 방식, 허튼소리”

하지만 우크라 측에서 한반도 분단 방식이 거론되는 데 불편한 기색이 역력한 목소리가 나왔다. 드미트로 포노마렌코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는 22일 “완전히 허튼소리”라고 한국 언론매체에 밝혔다. 그는 “두 전쟁의 본질이 다르다”며 “두 상황(한국과 우크라이나)은 비교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포노마렌코 대사는 “우크라 전쟁은 서로 다른 강대국의 지원을 받으며 싸우는 두 상대방이 있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러시아의 침공이 있었을 뿐”이라며 “분명히 우크라 대 러시아의 전쟁”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한국식 분단 방식을 적용했을 때 나타날 부작용에 대해서도 “한국 사례는 휴전이 수십 년간 지속될 수 있고, 갈등이 얼어붙은 채 무한정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러시아의 만행과 전쟁범죄를 겪은 우크라이나인들은 그런 부당함을 결코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평화협상과 관련해도 우크라 측은 전쟁 결과로 해결을 지어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포노마렌코 대사는 “지금은 불리한 휴전안이나 평화협정을 받아들일 때가 아니다”며 “러시아를 물리치고, 러시아가 가까운 미래에 또 다른 나라를 공격할 수 있는 역량을 제한하는 것이 우선적 과제”라고 항전 의지를 확인했다. 그는 “우크라이나는 사상자만 늘리고 자원을 더 투입될 장기 소모전에는 관심이 없다”며 단기적으로 역량을 집중해 공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종전을 앞당기기 위한 추가 군사 지원이 시급하다”며 “성공적인 군사 작전을 위한 장거리 미사일과 전투기 제공은 시간문제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한반도 모델, 러-우크라 적용 불가능”

국내 한반도-국제 문제 전문가도 한반도 분단 방식이 현 러시아-우크라 전쟁에 적용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서울대 국제문제연구소 북한연구센터 센터장 조동준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한반도 시나리오의 러-우크라 전쟁 적용에 대해 “현실성이 없다”고 평가했다.

조 교수는 “일반적으로 협상이 타결되기 위한 세 가지 조건 중 하나도 충족하는 게 없다”고 말했다. 협상이 타결되기 위해서는 쟁점이 분할 가능해야 하며, 전황에 대해 바라보는 시각이 일치해야 한다. 마지막은 협상에 대한 신뢰가 있어야 한다. 현 러-우크라 전쟁은 쟁점이 되는 영토 분할이 사실상 불가능하고, 양국이 서로 전세를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 아울러 신뢰 관계도 형성되지 못했기 때문에 협상이 이뤄질 수 없다는 설명이다.

조 교수는 유럽에서 한반도 분단 방식이 거론 되는 이유에 대해 “전쟁 자체가 국제사회에 큰 불편함을 초래하고 있기 때문에 외부에서 언급하는 것”이라며 “당사자 입장에서는 이걸 받아들일 수가 없다. 우크라가 결정권을 갖는데, 지도자도 국민도 받아들이는 시점이 돼야 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는 이뤄지기가 굉장히 어렵다”고 강조했다. 만약 받아들인다고 해도 고육지책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조 교수는 “이렇게라도 휴전이 이뤄진다면 유럽이 얻을 이익이 크다”며 “러시아의 원재료 수출 품목에 의지하는 유럽은 러시아로부터 정식으로 수입할 수 있는 명분이 생긴다. 유럽 입장에서는 이 전쟁이 속히 끝나기를 바라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반면 미국은 이 상황에서 우크라를 지원하는 정책에 대한 회의론이 우세하기 전까지는 정치적 지도자들이 발을 빼기가 어렵다고 내다봤다. 발을 뺀다면 정치적으로 대통령 선거에까지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조 교수는 이 같은 상황 때문에 전쟁이 장기화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