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미‧서방 회의론 단속
‘우크라‧폴란드’ 깜짝 방문 카드
고성능 미사일 지원 가능성도
러, 무기생산 원활 소모전 유리
중국, 중재 역할 자처… 러 환영

[키이우=AP/뉴시스]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를 깜짝 방문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전사한 군인들의 사진이 붙어 있는 추모의 벽에 헌화한 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작별 인사를 하고 있다. 2023.02.21.
[키이우=AP/뉴시스]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를 깜짝 방문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전사한 군인들의 사진이 붙어 있는 추모의 벽에 헌화한 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작별 인사를 하고 있다. 2023.02.21.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우크라이나 사태가 확전일로로 갈 것인가, 아니면 정전을 거쳐 평화상태로 옮아갈 것인지 기로에 서 있다. 군사적으로는 서방이 고성능 미사일, 전투기 지원 등 위험한 시나리오를 흘리고 있고, 러시아는 중국과 밀착도를 높이면서 중국이 중재에 나설 것을 기대하고 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오는 24일 우크라이나 사태 1주년을 불과 사흘 앞두고 영화 속 비밀작전을 방불케 하는 경로로 우크라이나와 폴란드를 잇따라 방문했다. 러시아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키이우 방문 당시 안전을 보장했다.

이번 방문은 세계 각국, 특히 미국의 전통적인 우방들까지 우크라이나 지원에 회의적인 움직임을 잠재우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미, 고성능 미사일 지원 시사

일본 아사히TV는 22일(현지시간) 보도에서 “사태 1주년, 지구촌의 우크라이나 지원에서 ‘흔들림’이 감지된다”고 보도했다. 폴란드가 전차 지원에 소극적인 독일을 비판하는 등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NATO)내 균열이 표면화했다는 것. 이 매체는 미국 의회에서도 소극적 의견이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한 점도 지적했다.

바이든의 우크라이나 방문은 우크라이나 당국뿐 아니라 서방의 우방국들, 미국 내에서도 우크라이나 지원을 계속해 나가는 것을 촉구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미국은 사거리 300㎞의 에이태큼스(ATACMS) 미사일을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는 방안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현재 우크라이나가 보유한 미사일은 사거리 80㎞ 정도로, 러시아군은 이를 고려해 탄약고 등 미사일 우선 공격시설들을 사거리에 미치지 않는 곳까지 배치하고 있다.

러-우크라 양측은 미사일의 사거리가 각자의 군사자원 위치를 가늠 짓는다는 원리를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한다.

서방 측은 “우크라이나가 사거리 300㎞인 ATACMS를 갖게 되면 러시아가 사거리 밖까지 탄약고 등 주요 군사시설 및 장비를 이동시켜야 하기 때문에 결국 후퇴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런 논의가 시작되기도 전 관련 첩보를 입수한 러시아는 지난 2월 초 “우리 영토가 안전하다 싶을 만큼의 거리까지 우크라이나 군대를 밀어내겠다”고 밝혔다.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공급되는 무기의 공격 범위가 넓을수록 우크라이나 군대를 러시아 영토로부터 더 멀리 밀어내겠다는 의미다.

그러나 전투기 지원과 고성능 미사일 지원이 전쟁의 확산을 통한 지구촌 전체의 위기를 고조시킨다는 점에서 서방이 국제사회의 비난을 무릅쓰고 이런 전쟁위기 고조를 감행할 것인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모스크바=신화/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오른쪽) 러시아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모스크바를 방문한 왕이 중국공산당 정치국 위원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푸틴은 "러-중 관계가 이전부터 계획대로 발전하고 있다"라며 "모든 분야가 전진하고 발전하고 있어 새로운 이정표에 도달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왕이는 "지금의 국제 상황은 위태롭고 복잡하지만, 양국 관계는 산처럼 단단해 어떤 국제적 위기도 견뎌낼 것"이라고 답했다. 2023.02.23.
[모스크바=신화/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오른쪽) 러시아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모스크바를 방문한 왕이 중국공산당 정치국 위원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푸틴은 "러-중 관계가 이전부터 계획대로 발전하고 있다"라며 "모든 분야가 전진하고 발전하고 있어 새로운 이정표에 도달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왕이는 "지금의 국제 상황은 위태롭고 복잡하지만, 양국 관계는 산처럼 단단해 어떤 국제적 위기도 견뎌낼 것"이라고 답했다. 2023.02.23.

◆소모전 키 쥔 러… 중국 역할 부상

전문가들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는 미국과 유럽연합(EU), 나토 회원국들은 대부분 필요할 때 다품종 대량생산하는 방식으로 무기를 생산한다.

반면 러시아는 무기 및 다른 다수의 산업부문에서 아직도 컨베이어벨트를 연상시키는 대량생산 방식을 유지하고 있다. 더욱이 러시아는 서방과 달리 국가가 직접 군수산업을 챙기고 있다. 전선 상황에 따라 생산량을 급격히 늘릴 수 있는 능력이 훨씬 탁월할 수밖에 없다는 것.

러시아는 군수산업이 민영화 된 서방국가들이 국가 또는 공공방식으로 무기 생산을 할 수 있는 능력이 대부분 사라진 점에 착안했다. 그래서 무기와 탄약, 기타 군수물자를 지속적으로 파괴해 우크라이나와 서방의 나라 곳간을 위협하는 이른 바 ‘소모전’에 집중해온 이유다.

왕이 중국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은 22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 “러시아와 중국의 관계는 제3자를 겨냥하지 않으며, 외국의 간섭이나 위협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서방 국가들이 애용하는 ‘동맹’이라는 용어가 “다른 나라에 맞서기 위한 힘의 규합”을 의미하므로 이를 반대하는 ‘비동맹’의 정신을 강조한 것이다. 왕이 주임은 또 “중국은 대화와 협상을 통해 우크라이나 위기를 해결하려는 러시아의 준비를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마리아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라브로프 장관이 중국의 균형 잡힌 접근에 감사하고 중국이 위기 해결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준비가 된 것을 환영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중국이 중재에 나선다는 것이 미국으로서 불편한 것만은 아니다. 이미 미국 내에서도 국민의 혈세로 치르는 ‘소모전’에 더 이상 국가 재정을 투입하지 말라는 소극적인 ‘반전운동’이 시작됐다.

명실상부한 지구촌 맞수(G2)로 위상을 공고히 하려는 중국이 우크라이나 사태 중재에 나서면 바이든은 그간의 우크라이나 지원 명분을 거두지 않고도 출구로 향할 수 있고, 민주당은 2024년 11월 대통령선거에서 내세울 평화의 서사를 완성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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